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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 황제가 하늘에 제사 지내던 ‘환구단’을 가다

환구단은 서울광장 앞 소공동에 있다
환구단은 서울광장 앞 소공동에 있다. ©염승화

처음에는 웨스턴조선호텔 가로변에 세워져 있었던 환구단 정문
처음에는 웨스턴조선호텔 가로변에 세워져 있었던 환구단 정문. ©염승화

‘천지신명께 고하나이다!…’ 때는 1897년 10월 12일, 대한제국의 초대 황제인 고종은 황금빛 찬란한 지붕을 인 제단에서 하늘과 땅에 제사를 지내고 있었다. 황룡포를 입은 황제의 용안은 어느 때보다도 결연하고 엄숙해 보였다.

필자는 지난 주말 이 장면을 머릿속에 계속 그려보며 그 역사의 현장을 찾았다. 지하철 시청역에서 내려 옛 서울시청 앞을 지나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지는 푸른 서울광장을 끼고 중구 소공동 방면으로 향했다. 곧 길 건너편으로 덕수궁 대한문과 비슷하게 생긴 커다란 평삼문이 눈에 들어왔다. 다름 아닌 ‘환구단(圜丘壇)’ 정문이다.

환구단은 하늘의 아들인 황제가 천제를 올리는 둥근 제단을 말한다. 그날 황제 나라가 되었음을 만천하에 선포하고 황제 즉위식을 거행한 바로 그 장소다.  애초에는 1897년에 세운 환구단을 위시로 황궁우와 어재실, 향대청, 석고각 등으로 구성돼 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쉽게도 황궁우와 석고 등 일부만이 남아 있다. 정작 환구단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황궁우는 환구단 내 정문과 함께 유이하게 남아 있는 목조건축물이다.
황궁우는 환구단 내 정문과 함께 유이하게 남아 있는 목조건축물이다. ©염승화

평삼문을 지나 석조 기단 위로 올라서자 흡사 탑처럼 생긴 전각이 나타났다. 마당 중앙에 우뚝 서 있는 황궁우다. 예전에 처음 마주했을 때는 이 목조 건물을 막연히 환구단으로 알았었다. 하지만 환구단은 1913년 일제 강점기 때 철거되었다. 당시 그 자리에는 엉뚱하게도 경성철도호텔이 들어섰고 아직도 여전히 대형 호텔이 자리하고 있다.

황궁우 주위를 한 바퀴 돌아볼 요량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겨갔다. 1899년에 만들어진 이곳은 천지 두 신과 조선 태조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3층 규모의 팔각정 형상을 하고 있는 하단에 돌난간을 두르고 그 사이사이 기둥마다 해치상을 세워놓아 위엄이 더 느껴졌다.

망실된 환구단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석물들이 마당 한쪽에 놓여 있다
망실된 환구단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석물들이 마당 한쪽에 놓여 있다. ©염승화

불행 중 다행이랄까. 황궁우 우측 공간에서는 환구단의 흔적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일제 만행으로 파괴돼 버린 환구단의 난간석으로 쓰였던 석물들을 전시품처럼 모아 놓은 것이다. 나라 잃은 서글픈 역사의 참담한 현장을 보는 듯해서인지 마음 한 구석이 찡해졌다.

황궁우의 정문이자 환구단과의 연결 통로로 쓰인 전축삼문
황궁우의 정문이자 환구단과의 연결 통로로 쓰인 전축삼문 ©염승화

전축삼문 홍예에서 바라보는 황궁우의 모습이 수려하다
전축삼문 홍예에서 바라보는 황궁우의 모습이 수려하다. ©염승화

한 무더기의 석물들을 뒤로하고 전돌을 쌓아 만든 이른바 ‘전축삼문’ 앞으로 갔다. 황궁우의 정문이자 환구단과 황궁우를 연결하는 통로에 설치되어 있던 작은 삼문이다. 무지개처럼 둥근 홍예문으로 들어섰다. 여느 궁궐 정전 앞에 놓여 있는 것처럼 용 문양과 해치상 등 석물의 정교한 조각이 돋보이는 답도가 돌계단 가운데에 설치되어 있다. 그 아래 공간은 호텔로 가로막혀 비좁기 그지없으나 홍예를 통해서 바라본 황궁우의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없어져 버린 석고각 내에 돌북이 남아 있다. 정교한 조각술로 눈길을 끈다.
없어져 버린 석고각 내에 돌북이 남아 있다. 정교한 조각술로 눈길을 끈다. ©염승화

돌북에 새겨진 용 문양은 조선말기의 뛰어난 조각술을 엿보게 한다.
돌북에 새겨진 용 문양은 조선말기의 뛰어난 조각술을 엿보게 한다. ©염승화

황궁우 앞마당으로 도로 나온 필자는 황궁우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돌 울타리 밖 석고 앞으로 다가갔다. 큼지막한 북 모양의 둥근 돌 세 개가 서로 연결된 듯이 나란히 놓여 있는 곳이다. 이 돌북들은 천제를 지낼 때 쓰는 악기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대한제국이 출범한 지 6년째인 1902년 고종의 즉위 40년을 기념하고자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표면에 양각으로 새긴 화려한 용 조각이 절로 시선을 끌어 모을 만큼 뛰어난 예술성이 엿보였다.

우이동 그린파크 호텔 정문으로 쓰였던 환구단 평삼문의 내측 전경
우이동 그린파크 호텔 정문으로 쓰였던 환구단 평삼문의 내측 전경 ©염승화

이윽고 환구단 정문으로 되돌아 나왔다. 앞뒤로 철제 펜스 안에 갇혀 있듯 자리하고 있는 문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이 문이 겪은 풍상이 언뜻 떠올랐다. 이 문은 1960년대 말에 철거된 이후 어처구니없게도 오랜 기간 소재를 알 수 없었던 쓰라린 과거를 안고 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우이동의 어느 호텔 정문으로 쓰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문화재의 보관, 관리 실태가 허술하기 이를 데 없었다는 점을 웅변으로 말해주는 사례라고 하겠다. 2007년 뒤늦게 있는 곳이 확인된 후 2009년 현 위치로 이전, 복원되었다.

중국 청나라 사신단이 묵던 남별궁 터에 지은 환구단은 구한말 우리의 자존심을 살린 상징과도 같은 뜻 깊은 존재였다. 당시의 건축 및 조각 양식을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사적 제157호이자 도심 속 아늑한 문화 공간인 환구단 방문을 권하고 싶다.

환구단 안내
○ 위치: 서울시 중구 소공로 106 (소공동)
○ 교통: 지하철 1,2호선 시청역 5번 출구 > 약 200m (도보 약3~4분)
○ 운영: 연중무휴 / 07:00~21:00
○ 입장료: 무료
○ 문의: 02-732-7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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