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 Humor

(펌)운전을 못하는 친구 이야기

염동수 0 3,046 2016.12.26 10:08
친구들이 나에게 절대로 맡기지 않는 것이 두가지 있다. 

첫째는 먹을 것. 

"야 이것 좀 잠깐 들고 있어봐."

하고 맡긴 핫바, 핫도그는 친구가 잠깐 한눈을 판 사이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아 있는 상태로 변하기 일쑤였다. 
뭐든 손에 들어가기만 하면 말아먹는 다는 점에서 나에게 먹을 걸 맡긴다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
무당에게 정치를 맡기는 것과 다름 없었다.

두번째는 자동차였다.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나는 면허를 땄다. 
그리고 10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내 운전면허는 장농에서 잘 숙성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지금까지 운전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건 아니다. 
내가 직접 운전을 한 건 다섯번 정도였고 그 중에 세번정도 사고를 냈다. 
물론 단 한 번도 음주운전을 하거나 정신이 흐릿한 상태에서 운전을 했었던 적은 없다. 
친구들은 그 점을 더 두려워했다. 

면허를 따고 처음 운전을 했던 건 대학교 때 MT를 다녀오면서 빌린 렌트카를 반납하러 갈 때였다. 
학교와 렌트카영업소까진 5분도 안되는 가까운 거리였다. 원래 운전을 하던 형이 피곤해서 도저히 운전을 못하겠다며
나에게 운전대를 맡겼고 그것이 화근이였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나는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형? 연기 나는데요? 이거 왜이러지?"

잠이 들었던 형은 내 천진난만한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났다.

"야! 사이드! 사이드!"

사이드라는 말에 사이드브레이크를 올리는 대신 좌우를 기민하게 살피는 나의 모습을 보던 형의 표정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동네친구들은 한 명 빼곤 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면허를 땄다. 우리는 밤이면 친구 아버지 차를 끌고 거리로 나섰다. 
그때부터 친구들은 나에게 운전을 맡기면 안된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다. 

"야 뭐해!"

"저 골목으로 갈려고."

"거기로 어떻게 들어가!"

"왜? 들어갈 수 있을것 같은데?"

"미친새끼야. 울 아버지가 배트맨이면 들어가겠다. 이게 배트모빌이냐?"

"차를 옆으로 세우면 겨우 들어가긴 하겠네..성룡 영화에서 본 거 같다."

내가 가리킨 골목은 오토바이 정도나 들락날락할까 싶은 좁은 골목이었다. 
내가 남들보다 공간지각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그 때 처음 알았다. 
그리고 그건 운전을 하는데 있어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야 뭐하냐고!"

"왜? 차선변경 할려고."

"옆에 차 있잖아!"

"끼어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새끼 만화를 너무 많이 봤어!"

"저사람 인생에 끼어들 순 있겠네.."

그렇게 내가 처음 운전하는 차를 탄 이후로, 친구들은 내가 운전하는 차에 타지도, 나에게 두 번 다시 운전을 맡기지도 않았다. 
경찰서에서 연락이 와 면허증 갱신을 받으러 갈 때도, 친구들은 차라리 운전면허 대신 살인면허를 발급받으라며, 
그게 더 안전하다며 나를 만류했다. 

거기다가 나는 심각한 길치였다. 네비게이션을 따라가는 것 조차 나에겐 벅찬 일이었다. 
어느 날, 차를 끌고 혼자 일산에서 인천까지 올 일이 생겼다. 
나는 일산에서 출발한 지 5시간만에 인천에 도착했다. 그 후로 더이상 나는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몇년 전 우리들 중 유일하게 면허가 없던 친구가 드디어 면허를 따게 되었다. 
친구는 면허를 따자마자 덜컥 차를 샀다. 나와는 달리 친구는 면허를 처음 땄음에도 불구하고 제법 차를 잘 몰고 다녔다. 
어느 주말, 친구는 차를 산 기념으로 교외로 나가자고 했다. 다른 친구들은 일이 있다며 거절했고 집에서 쉬고 있던 
나와 친구 둘이서 나가기로 했다. 살짝 불안하긴 했지만 평소에 차를 잘 타고 다니는 것 같아 별 생각 없이 그러자고 했다. 

그 때 우리는 인천을 벗어나지 말아야했다. 

우리는 흥겹게 콧노래를 부르며 출발했지만 익숙한 동네를 벗어나자마자 나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모르는 길이 나오는 순간, 친구는 눈에 띄게 긴장하기 시작했다. 
여유가 넘치던 녀석은 어느새 운전대를 양손으로 꽉 붙잡고 긴장한 얼굴로 정면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불안해진 나는 친구에게 물었다. 

"야.. 야.. 야!"

"어..? 어? 왜?"

친구는 여전히 정면을 응시한 채 대답했다. 

"뭐해? 괜찮냐?"

"그.. 그럼."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원래 우리의 목표는 파주 근처에 있는 호수공원이었다. 

"야 여기서 왼쪽. ... 뭐해? 왜 그냥가?"

나는 네비를 보며 길을 알려줬지만 친구는 내가 알려준 길 대신 그대로 직진했다.
친구는 팔이 굳어버린 사람처럼 오로지 직진이었다. 나는 네비게이션을 살펴봤다.
이대로 간다면 목적지는 개성이었다. 

친구의 잔뜩 굳은 얼굴을 보고 나는 생각했다. 이 놈도 나랑 같은 부류다. 
조국을 떠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나는 일단 친구를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야.. 야.. 좀 천천히 가. 긴장 풀고. 이새끼 왜이래 이거."

하지만 친구는 이미 내 말이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중간에 차를 댈 만한 곳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침묵이 흐르고 나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짜내기 시작했다. 

".. 음악이라도 들을까?" 

잔잔한 음악을 들으면 긴장이 좀 풀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나는 카오디오의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천국의~ 문을 연다~~~"

나는 황급하게 정지버튼을 눌렀다. 
우리의 여정은 분명 지옥행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북방한계선에 다다르기 전에 차를 세울 수 있었다. 

여전히 굳어있는 친구의 얼굴을 보며 그제서야 나는 다른 친구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녀석은 여전히 그 차를 탄다. 
나는 여전히 운전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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