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내 '꿈의 스펙'으로 회자되는 1만mAh 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슬림 스마트폰이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중국 제조사들은 두께가 얇지만 7000~8300mAh 용량의 배터리를 넣은 스마트폰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애플은 중국 업체들과 달리 배터리의 경우 보수적 접근을 취한다. 용량 경쟁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분위기다. 그 이유는 중국 업체가 채용한 배터리 제품 기술의 안정성이 아직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 스마트폰에 탑재된 고용량 배터리는 ‘실리콘-카본(Silicon-Carbon) 배터리’다. 기존 리튬-이온 전지의 흑연 음극 대신 실리콘을 절묘하게 사용한 실리콘 카본 배터리는 부피가 같아도 에너지 밀도를 크게 높일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는 오포와 아너는 최근 고용량 배터리를 내장한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오포의 K13 터보와 K12s가 그 주인공이다. 두 제품 모두 7000mAh 배터리를 품었고, 실리콘 카본 기술을 적용했다. 아너는 무려 8300mAh 용량의 스마트폰 X70을 내놨다. 업계 최고 용량의 제품이다.
하지만, 문제는 배터리 용량보다 중요한 ‘안전성’과 ‘내구성’이다. 배터리 업계는 실리콘 비중이 늘어날수록 완충 시 배터리 팽창(최대 300%까지 부피 증가) 현상이 심해지고, 충전 반복 시 수명이 짧아진다고 평가한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 메이저 스마트폰 제조사가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 이용을 고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리콘 카본 진영은 부피 팽창 방지, 발열 제어 등 복합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지속 연구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해결책이 언제 마련될 지 알 수 없다.
국제 항공 규정도 실리콘 카본 배터리 스마트폰의 장애물 중 하나다. 국내외 항공기 배터리 규정에 따르면, 배터리 셀 하나당 용량이 160Wh(와트시)를 초과하는 배터리는 비행기 내 휴대 및 위탁 수하물로 허용되지 않는다. 리튬 이온 배터리류의 경우 하나의 셀이 20Wh(와트시) 용량을 넘길 수 없도록 규제한다.
실리콘 카본 배터리는 듀얼셀 구조(각 셀 3000~5000mAh 분할)를 채택하고 있다. 항공기 배터리 규정을 어긴 것으로, 여행객이 직접 제품을 들고 가거나 혹은 수화물로 부치는 것 자체가 안된다.
삼성전자, 애플, 구글 등 글로벌 메이저 스마트폰 업체는 작은 배터리라 하더라도 6~7년 운영체제 지원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성능을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 ‘고객 경험’이라고 판단한다.
반면 중국 일각에서는 '2~3년 내 최대 용량의 스마트폰을 사용한 후 새 것으로 교체하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더 오래가느냐?' 혹은 '더 많이 들어가느냐?'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를 사용자에게 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