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타수] 현지 생산 vs 직수출…대상·CJ·풀무원의 미국 김치 대전

대상, CJ제일제당, 풀무원 등 김치 3인방의 미국 시장 전략이 엇갈린다. 대상과 CJ제일제당은 현지 생산 체계를 갖췄고, 풀무원은 직수출 정책을 편다. / 사진 콕스뉴스가 제미나이(AI)로 생성
국내 김치 대기업 3곳 중 2곳이 미국 현지 생산 체제로 전환했다. 대상과 CJ제일제당은 미국 현지 생산 체제로 전환한 반면, 풀무원은 한국에서 만든 김치를 그대로 수출하는 직수출 중심 전략을 유지하며 다른 길을 걷고 있다.
2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2026년 1월 발표한 식단 지침(2025~2030 Dietary Guidelines for Americans)에 김치가 발효식품 예시로 포함되면서 국내 김치 기업들의 미국 시장 공략에 한층 속도가 붙고 있다. 세 회사 모두 이를 성장 모멘텀으로 삼고 있지만, 생산 방식과 브랜드 전략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상 "종가": LA공장 2000t 체제로 현지화, 미국 비중 12%에서 38%로
대상 종가는 2022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시티오브인더스트리에 약 200억원을 투입해 대지면적 3000평 규모의 김치공장을 완공했다. 연간 2000톤의 김치 생산이 가능한 이 공장에서는 전통 오리지널 김치 외에 비건 김치, 백김치, 비트김치, 피클무 등 현지 취향을 반영한 제품을 함께 만든다. 미국에 대규모 김치 생산 설비를 갖춘 국내 식품기업은 대상이 처음이었다.
이어 유럽 공략을 위해 폴란드 크라쿠프에도 공장 설립을 추진해 2030년까지 연간 3000톤 이상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중국·베트남에서도 현지 생산을 병행 중이다). 수출 지형의 변화도 뚜렷하다. 종가 김치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12%에서 2024년 38%로 급증했으며, 같은 기간 일본 비중은 40%에서 24%로 낮아졌다. 2025년 3분기 누적 수출액은 1억2549만달러를 기록했다. 프리미엄 라인 강화에도 나서, 미슐랭 3스타 셰프 코리 리와 협업한 고메 에디션 '산호원 김치'도 출시했다.
CJ제일제당 "비비고": 북미 현지 업체 인수로 생산 기반 확보, 매출 40% 성장
CJ제일제당은 비비고 김치를 미국, 일본, 베트남, 유럽, 호주 등 전 세계 50개국 이상에 수출하고 있으며, 2023년 비비고 김치의 글로벌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일본이 31%, 유럽이 25% 성장했고, 베트남에서는 현지 김치 시장에서 62%의 점유율을 확보했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는 2023년 판매를 늘리기 위해 현지 김치 제조업체를 인수하며 자체 생산 역량을 갖췄고, 같은 해 비비고 김치는 북미 시장에서 4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호주에서도 현지 원료로 만든 '비비고 썰은 배추김치' 2종을 처음 선보이고 기존 수출 제품 10종을 리뉴얼했으며, 유럽에서는 상온김치를 앞세워 코스트코 등 주요 채널에 입점했다. CJ제일제당 김치 담당 임희정 상무는 특허받은 유산균과 엄선한 재료로 살린 식감, 고수 김치·비건 김치 등 국가별 맞춤 제품군을 인기 요인으로 꼽았다는 취지로 밝혔다. 회사는 캘리포니아 보몬트와 사우스다코타 수폴스 등 만두 중심 생산기지를 김치를 포함한 차세대 K푸드 거점으로 넓혀가고 있다.
풀무원: "한국산 직수출" 중심 전략, 야구단 협업으로 체험 마케팅
풀무원은 전북 익산 글로벌 김치공장에서 만든 한국산 정통 김치를 그대로 미국으로 수출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대상·CJ제일제당과 달리 현지 생산에 나서지 않고, 장거리 해상 배송과 유통까지 이어지는 자체 발효 노하우인 '김장독 쿨링 시스템'을 앞세워 현지 생산 제품과 차별화된 발효 맛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실적도 꾸준하다. 풀무원 미국법인의 김치 카테고리 매출은 2023~2025년 연평균 7.5% 성장했고, 2026년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2.3% 늘었다. 라인업도 기존 비건 포기김치 중심에서 전통 젓갈 김치, 푸드서비스 전용 김치, 현지 내추럴 마켓 자체브랜드(PB) 제품까지 다각화했다. 마케팅에서는 스타 셰프 에드워드 리와의 협업 쿠킹쇼에 이어, 2021년부터 마이너리그 야구단 몽고메리 비스킷츠와 함께 연 2회 '한국 문화유산의 밤' 행사를 열고 있다. 이 행사에서 선수단은 팀명을 '김치'로 바꾸고 전용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르며, 경기장을 찾은 5천여 명의 관람객에게 풀무원의 김치 브랜드 '나소야'를 알리고 있다.
같은 호재, 세 갈래 전략
세 회사가 걷는 길은 명확히 갈린다. 대상과 CJ제일제당은 관세·물류비 부담을 줄이고 현지 입맛에 맞춘 제품을 빠르게 내놓을 수 있는 현지 생산·인수에 무게를 실었다.
반면 풀무원은 "한국산"이라는 원산지 자체를 브랜드 자산으로 삼아 정통성을 앞세우는 차별화 전략을 택했다. 실제로 식단 지침 발표 직후 풀무원 주가는 4.58% 오르고 CJ제일제당 주가도 이틀 연속 상승하는 등 시장은 김치 관련주 전반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