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청소를 하다 대학생 시절에 쓰던 노트 꾸러미를 발견했습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지금과 결이 다른 그때의 일상이
떠오르더라고요. 학창 시절 저는 자타공인 '밖순이'였습니다. 일주일에 약속이 열네 개 이상인 적도 있었고, 별안간 서울 근교
뚜벅이 여행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어디서 그런 체력이 나왔을지 지금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자유롭던 그 시절이 가끔
그립기도 하지만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때는 소소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잘 몰랐기 때문에. 집에 붙어 있는
날이 적어 할 줄 아는 요리도 거의 없었고, 방 정리도 게을리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오롯이 보내는 것도 조금 서툴렀습니다. 집에서
차를 끓여 마시며 연한 햇살이 드는 창가에 앉아 쉬는 즐거움도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또래 직장인 친구들과 만나면 삶이
단조롭고 매일이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자주 오가고 학창 시절이 그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지만, 저는 노트 같은 학창 시절의 흔적을
보며 가끔 추억할 정도로만 떠올리고 싶습니다. 매일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20대 초반과는 또 다른, 반복적인 일상에
소소한 변화가 깃든 지금의 제 자신과도 친해지고 싶거든요. 몇 년 후 지금과 또 다른 일상을 살고 있을 어느 순간 문득 오늘날의
흔적을 발견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지 궁금해집니다. - 현엠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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