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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편지 1288호 |
지금까지 이런 도깨비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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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야기라면 사족을 못 쓰는 도깨비가 있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록하지 않고는 못 배기고,
도깨비방망이는 잊어도 이야기 장부만은 꼭 가지고 다닌다는 그야말로 이야기 마니아. 1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살아오며 매일같이
이야기를 수집했건만, 요즘은 도통 도깨비의 이야기 장부가 채워지질 않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한데 모여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심지어는 스마트폰을 보느라 도깨비가 눈앞에 나타나도 관심조차 없기 때문이죠. 이야기를 듣지 못해 우울해 하던 도깨비는 고심 끝에
이번에는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듣기로 하는데요. 신비한 물건을 팔고 새로운 이야기가 모이는 신통방통한 공간, 이름하여 ‘아무거나
문방구’가 열리는 순간입니다.
나이 많은 엄마를 창피해 하는 ‘제이’부터, 남에게 거절을 못해 괴로워하는 ‘나리’까지, 어쩐 일인지 이
마법 같은 문방구엔 하나같이 고민을 가진 어린이들이 찾아옵니다. 신비한 물건이 가진 마법 같은 힘도 어쩌지 못한 이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건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이야기 하기’ 입니다. 이야기를 해달라는 도깨비의 주문에 솔직하게 술술 털어놓아지는 속마음.
그 과정에서 누구는 자신에게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누군가는 해묵은 감정을 후련하게 털어 내기도 합니다. 이야기란
그렇게 힘을 가지고 있죠. 어린이들이 꼭꼭 감춰 둔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는 도깨비 덕분에 아이들은 오늘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겁니다. 자, 내일은 또 어떤 이야기가 찾아올까요?
4월, 제28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수상작
『아무거나 문방구 1』
가 새로운 도깨비 시대의 시작을 알립니다. 함께 식사를 하면서도 스마트폰만 보느라 서로 대화하지 않는
사람들이 태반인 요즘,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오늘도 문방구의 문을 열, 매력 만점 도깨비의 활약을 즐겁게 지켜봐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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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은영 (어린이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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