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여행 리뷰] 제주, 어디까지 가봤니? 삶이 살아 꿈틀대는 곳, '포구' ② 가마리포구, 아아 용암이 만든 비경!

[리뷰타임스=라라 리뷰어]


제주올레길 4코스는 표선해변에서 남원포구까지 해안로를 따라가는, 높낮이가 거의 없는 비교적 평이한 코스다. 하지만 총 거리가 무려 19km로, 21개 제주올레길의 최장 코스 중 하나에 속한다. 올레길이 아주 잠깐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긴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해안가를 따라가기에 눈에 들어오는 풍경도 바다가 전부다. 그래서인지 4코스를 걷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홀로 뭔가 사색에 잠기고 싶을 때, 무념무상으로 발걸음만 옮기고 싶을 때, 그럴 때 딱 걷기 좋은 코스다. 

 

옥빛 맑은 물빛이 일품인 가마리포구 (사진: 가름돌듯)

 

4코스가 가장 멋지게 보일 때는 구멍 숭숭 뚫린 울퉁불퉁 검은 현무암 위로 안개를 살짝 머금은 짙푸른 바다가 감싸고, 곳곳에 샛노란 황근이 만발하는 7~8월이 아닐까 싶다, 이곳은 원래 황근 자생지였는데, 모두 사라지고 없던 것을 마을 사람들이 새롭게 복원한 것이다. 

 

7~8월엔 샛노란 황근이 만개한다.

 

노란 무궁화라고도 불리는 황근.

 

그런데, 이 4코스의 3분이 1 지점(정방향) 쯤에 이르면 재미있는 곳이 하나 있다.

별다른 표지판이 없으니 아무런 정보가 없다면 이곳을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이름조차 생소한 ‘가마리포구’다.

 

아아 용암이 만든 비경, 가마리포구

 

제주어로는 포구를 ‘개’라고 칭하니 ‘가마리포구’의 정식 제주어 명칭은 ‘가마리개’다.

오름을 포함해 제주의 많은 지명들이 여러 명칭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가마리포구도 마찬가지여서 ‘기신새깍’이라는 다른 이름도 갖고 있다.

 

‘기신새’란 제주에서 초가지붕을 엮을 때 사용하는 낡은 새(띠)를 말하는데, 큰 홍수가 났을 때 이곳으로 기신새가 몰려와 그렇게 이름 붙였다 한다. 당시 몰려온 기신새는 좋은 거름이어서 마을사람들이 다들 모여 걷어갔다고. 

 

‘가마리(加麻里)’라는 명칭은 포구가 위치한 표선면 세화리의 옛 이름으로, ‘마을 포구 중심에 자리잡은 마을’을 뜻하는 ‘갯머리’에서 변형된 것이란다.


아아 용암이 만든 비경, 가마리포구

 

아아 용암이 만든 비경, 가마리포구

 

가마리포구는 그냥 봐서는 배가 정박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보인다.

울퉁불퉁 바위들이 곳곳을 메우고 있는데, 대체 어디에 배를 정박했을까?

 

울퉁불퉁 바위들... 표선면을 따라 이어지는 바닷가는 온통 바위 투성이다. 이들 바위는 모두 용암이 굳어져 생긴 것인데, 공식 명칭은 ‘아아 용암(Aa)' 지대다. 제주도의 현무암 지대는 ‘아아 용암(Aa)'이거나 ‘파호이호이 용암(Pahoehoe)’ 두 가지 형태 중 하나인데, 아아용암은 점성이 높고 유동성이 작아 깨지거나 울퉁불퉁 솟아나와 있는 곳을, 파호이호이 용암은 아아용암과 달리 점성이 낮고 유동성이 커 밀가루 반죽처럼 부드럽게 흘러간 용암류를 말한다. 두 용어 모두 하와이에서 온 것이다.

 

반질반질한 느낌(?)의 파호이호이 용암지대에 비해 아아용암 지대에선 뭔지 모를 강력한 파워가 느껴진다. 이처럼 표선의 바닷가는 대부분 아아용암 지대이고, 수심도 낮아 포구가 만들어지기 어려운 구조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척박함을 이기며 살아온 옛 제주인들은 곳곳에 작은 포구들을 만들었다. 가마리개뿐 아니라 바로 옆으로 조금 더 가면 ‘생거리포’, ‘가는개’라고 불리는 또다른 작은 포구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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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아아용암이 만들어낸 현무암의 향연은 가마리포구 근처에서부터 바로 옆의 비교적 큰(?) 항구인 세화항을 지나 농협은행 제주수련원, 그리고 제주올레 4코스의 해병대길까지 이어진다. 제주올레 리본을 따라 그저 걷기만 하면 된다. 약 2km 정도이니 굳이 올레길을 걷는 게 목적이 아니더라도 가벼운 산책코스 정도다. 주차는 세화항에 하면 된다.

 

세화항 앞에는 제주 고유의 옛 등대인 등명대(일명 ‘도대불’)도 하나 서 있다. 원래 있던 등명대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고, 최근에 개축한 것이다. 지금은 아무도 이곳의 불을 밝히는 이가 없지만, 이 등명대가 사용될 때는 마을의 어르신 중 일을 계속하기 어려운 분들이 불을 켜는 일을 담당했다 한다. 이때 불을 켜는 일을 하는 사람은 ‘불칙’이라 불렀다 한다.


아주 화창한 날, 오후 시간대를 잘 맞추면 현무암 틈 사이 옥빛을 빛나는 바다를 마주할 수도 있다. 그리고 포구 앞 등대에 오르면, 잔물결 하나 없이 잔잔한 바다와 달리 용암지대 안으로 몰려온 파도들이 끊임없이 넘실대는 독특한 모습도 볼 수 있다.

 

잔물결 하나 없이 잔잔한 바다와 달리 용암지대 안으로 몰려온 파도들이 끊임없이 넘실댄다.


해병대길에서 조금 더 걸으면 ‘소노캄제주’의 하트나무 포토존에 이른다. 이곳의 제주올레길은 바닷가 바로 앞으로 낸 길이라 두 발로 걷는 것만 가능하다. 올레길에서 소노캄제주로 통하는 작은 길이 나 있으니 잠시 들어가봐도 괜찮다. 소노캄제주는 7~8월엔 오렌지빛의 황화코스모스도 만개한다.


‘소노캄제주’의 하트나무 포토존.

 

‘소노캄제주’의 황화 코스모스.

 

제주올레 4코스에서 소노캄제주로 향하는 올레길.

 

만약 시간여유가 있다면 내친 김에 가마리포구의 지금과 같은 조간대를 가능하게 한 오름인 매오름에 올라보는 것도 괜찮다. 표고 136.7m, 비고 107m 정도의 높이로 20분이면 정상에 닿는데, 표선해변을 비롯해 서귀포 앞바다까지 탁 트인 시원한 조망이 일품이다.


<가마리포구>

- 위치 :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민속해안로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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