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역사 리뷰] 올해로 77주년 맞은 제주4·3 역사의 흔적 ④ 북촌 너븐숭이 4·3 기념관

[리뷰타임스=라라 리뷰어]

 

'너븐숭이'.

육지 사람들에겐 상당히 생소한 단어다. 한 번 듣고 기억하기도 쉽지가 않다.

‘너븐숭이’는 제주어로 '널찍한 돌밭'을 의미한다.

 

북촌 마을은 제주도 북쪽 조천읍에 위치한 여러 마을들 중에서도 특히나 고즈넉하고 한적한 매력적인 마을이다.

유채꽃이 만발할 때면 에메랄드빛 푸른 바다와 노란 유채꽃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광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곳 북촌에선 제주 4·3 당시 세계사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대규모 학살이 자행됐다. 한날 한시에 희생된 사람만 400여명에 달한다. 

 

그래서 북촌 출신 토박이들은 어릴 적, 늘 같은 날 마을 곳곳에 진동하던 전 부치는 기름 냄새를 잊지 못한다 한다. 모두 같은 날 제사를 지냈기 때문이다. 제주어로는 ‘동네마다 같은 날 식게칩이 하다.(동네마다 같은 날 제삿집이 많다)’라고 말한다. 

 

수십 년 간 감춰져 있던 제주 4·3의 진실을 세상 밖으로 꺼낸 현기영 작가의 소설 ‘순이삼춘’ 속 마을도 바로 이 북촌 마을이다. 

그래서 북촌 마을엔, 너븐숭이 4·3 기념관과 더불어 제주 4·3 당시 희생된 이들에 대한 추모 공간, ‘순이삼촌’ 문학비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북촌 마을엔, 너븐숭이 4·3 기념관과 더불어 제주 4·3 당시 희생된 이들에 대한 추모 공간, ‘순이삼촌’ 문학비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소설 '순이삼촌' 속 그곳, 세계사적으로도 유례없는 대규모 민간인 학살

기록에 따르면 북촌마을은 일제강점기 항일 운동가가 많았고, 해방 직후에는 인민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자치 조직이 활발하게 활동한 마을이다. 한마디로 저항정신이 강한 마을이라고 할 수 있다.


북촌마을에서 제주 4·3사건의 시발점은 1947년 8월 13일이다. 

이날 마을 순찰을 돌던 경찰관들이 동네 곳곳에 삐라를 붙이고 있던 한 소년을 발견하고는 뒤쫓으며 발포를 했다. 당시는 삐라가 곳곳에서 자주 뿌려졌는데, 삐라는 주로 '보리공출 문제, 민주주의 임시정부 수립, 미군의 행위를 비난하는 반미'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무고한 농민과 소녀 등 3명이 총상을 입었다. 주민들과 경찰 간에 발생한 첫 충돌이었다. 

 

이날 발포에 주민들은 분노했다. 경찰관 1명이 미처 마을을 빠져나가지 못한 채 주민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그리고 나서 200여명의 마을 사람들이 함덕지서로 몰려가 시위를 벌였다. 사건이 있고 나서부터 북촌 마을 사람들은 경찰의 집중적인 감시를 받게 됐고, 청년들은 상당수가 육지로 빠져나가거나 중산간 마을로 피신했다. 


북촌에선 제주 4·3 당시 세계사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대규모 학살이 자행됐다. 한날 한시에 희생된 사람만 400여명에 달한다.


세계사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대규모 민간인 학살은 이 사건 이후 불과 2개월여 후인 1949년 1월 17일에 발생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48년 12월 16일, 북촌마을에서 첫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민보단을 조직해 마을을 지키며 토벌대에 협조하던 주민 24명이 느닷없이 군인들에게 끌려가 동복리 지경 '난시빌레'에서 집단총살을 당한 것이다. 

 

세계사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대규모 민간인 학살은 이 사건 이후 불과 2개월여 후인 1949년 1월 17일에 발생했다. 

 

이날, 함덕 주둔 2연대 3대대 군인들의 명령에 따라 북촌마을 사람들은 북촌국민학교 운동장에 집결했다. 군인들은 집결한 사람들을 50~100여명 단위로 나눠 끌고 갔다.

그리고 총소리가 시작됐다. 가장 먼저 총소리가 난 곳은 북촌국민학교 동쪽 ‘당팟’이었다. 이어 곧바로 군인들은 서쪽의 너븐숭이 일대로 또다시 주민들을 끌고 갔다. 너븐숭이 일대의 탯질과 개수왓 등지에서 집단 총살이 자행됐다.

 

당시 증언에 따르면 ‘마치 무를 뽑아 널어놓은 것처럼’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한다. 그곳이 바로 현재 ‘순이삼촌’ 문학비가 자리한 '옴팡밭'이다.

이날 하루에만 희생된 사람이 무려 400여명에 달했다. 


당시 증언에 따르면 ‘마치 무를 뽑아 널어놓은 것처럼’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한다. 그곳이 바로 현재 ‘순이삼촌’ 문학비가 자리한

 

순이삼촌’ 문학비

 

북촌 마을에선 학살만 자행된 게 아니었다. 5채의 집만 남긴 채 마을의 모든 집이 불태워졌다. 그래도 일부 부녀자들과 주민들은 살아남았지만, 시신을 수습하는 게 이들의 몫이었다. 어른들의 시신은 임시로 매장했다가 사태가 안정된 후 안장되기도 했지만, 어린아이와 무연고자 등은 당시 임시 매장한 상태 그대로 지금까지 남아있다고 한다. 이곳이 바로 지금의 ‘너븐숭이 소공원’이다.


너븐숭이 소공원에는 ‘애기무덤’이 자리하고 있는데, 원래 이 애기무덤은 4·3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도 어린아이가 병에 걸려 죽으면 묻었던 곳이라 한다. 그동안에는 소나무와 가시덤불이 무성해 무덤이 드러나지 않았는데, 2001년 북제주군 소공원 조성사업이 시작되고 부지가 정리되면서 그 모습이 드러났다 한다. 애기무덤에는 총 20여기의 무덤이 자리하고 있다.

 

애기무덤은 4·3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도 어린아이가 병에 걸려 죽으면 묻었던 곳이라 한다.

 

북촌 마을은 4·3을 겪으면서 총 330여호의 가옥이 불타 사라졌고, 당시 북촌리 인구 1500여명 중 500여명이 토벌대의 보복학살로 희생을 당했다. 마을 단위로 4·3사건의 최대 피해 마을이다.


‘너븐숭이 4·3 기념관’, 북촌 마을 4·3사건의 진실과 마주하는 곳

'너븐숭이 4·3' 기념관에 들르면 북촌 마을의 4·3 당시 기록을 직접 볼 수 있는 곳다. 시기별로 사진과 더불어 간단한 설명이 적혀 있고, 4·3사건 당시의 기록들이 전시돼 있다.

해설사도 상주하고 있으니 해설을 부탁해 들어볼 수도 있다. 시간이 충분치 않다면 전시관 옆에 비치된 영상물을 통해 북촌 마을에서 발생한 4·3 사건을 잠시 들여다볼 수도 있다. 

 

전시관 입구에는 희생자들의 이름이 적힌 추모공간도 따로 마련돼 있다.


전시관 입구에는 희생자들의 이름이 적힌 추모공간도 따로 마련돼 있다.

 

‘옴팡밭’의 순이삼촌 문학비와 애기무덤

전시관 맞은편에는 위령비, 순이삼촌문학비, 그리고 애기무덤이 자리하고 있다.

위령비는 바다를 마주하고 있고, 위령비에서 고개를 돌려 뒤로 돌아서면 애기무덤이다.

3~4월엔 이곳에 묻힌 아이들을 위로하듯 흰색의 수선화가 곱게 피어난다.


위령비는 바다를 마주하고 있고, 위령비에서 고개를 돌려 뒤로 돌아서면 애기무덤이다.

 

애기무덤 옆 정자 오른편으로 내려가면 '순이삼촌 문학비'다. ‘마치 무를 뽑아 널어놓은 것처럼’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는 ‘옴팡밭’이다. 

2008년에 정부가 이곳을 매입해 '순이삼촌 문학비'를 세웠다. 

바닥의 화산송이에서는 당시 흩뿌려진 붉은 피가, 눕혀져 있는 비석들에선 당시 쓰러져간 희생자들의 모습이 스쳐간다.


'너븐숭이 4·3 기념관'은 제주올레 19코스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어 무려 19.4km에 달하는 올레 19코스를 이틀에 나눠 걷고, ‘너븐숭이 4·3 기념관'에서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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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너븐숭이 4·3 기념관

- 위치 : 제주 제주시 조천읍 북촌3길 3

- 운영시간 : 09:00~18:00 (매월 2, 4번째 월요일 휴무) 

- 관람료 : 무료

- 전화 : 064-783-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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