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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락편지 134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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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사를 뚫고 피어난 예술혼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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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지 못한다는 것은 나로서는 죽음과도 같다." 1904년 홍성에서 태어나 1990년 파리에
묻힌 화가 이응노의 말입니다. 그는 "파리에 싸우러 간다"고 말하며, 동양 예술을 서양에 심겠다는 열망을 품고 유럽으로
향했습니다. 버려진 낡은 사진 잡지를 찢어 콜라주 작품을 만들며 삶을 버텼고, 결국 파리 미술계의 인정을 받아 동양미술학교를
설립하기에 이릅니다. 이응노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조선의 몰락,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 격동의 시대를 지나며 한국 근대 미술의
화가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예술혼을 피워냈습니다.
말할 수도, 울 수도 없었던 시대, 그림으로 모든 것을 표현했던 한국 근대 화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살롱 드 경성』의 후속작, 『살롱 드 경성 2』가
출간되었습니다. 이번 책은 전작보다 더 넓은 시간과 공간을 포괄합니다. 오세창, 고희동 등 1800년대 후반에 태어난 화가들부터
원계홍, 윤형근 등 1900년대 초반의 작가들까지, 한국 전통화에서 세계로 나아간 서양화까지, 한국 근대미술의 흐름을 폭넓고
다채롭게 조명합니다.
한국 근대사는 험난한 시기였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것이 없었고, 많은 예술가들이 시대의 흐름 속에
지워졌습니다. 그럼에도 예술을 향한 이들의 집념과 열정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예술은 인생의 역경, 그것을 이기기 위한 무아의
발버둥이었다." 표면의 아름다움이 아닌, 정신성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던 남관의 말처럼, 격동의 한국 근대사를 뚫고 피어난 예술혼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안현재 (예술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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