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사진전을 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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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사진전을 열고 싶습니다. 여행사진, 연예인 사진, 광고사진, 가족사진,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 필름사진 등 그동안 제 삶에서 찍은 모든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정성껏 골라 정말 멋진 사진전을 열고 싶습니다. 많은 관객들이 제 사진을 보며 즐거워하고 각자 느낀 감동을 서로 나누는 그런 폼 나는 사진전을 상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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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여 년간 사진가의 삶을 살면서 많은 곳을 다녔고 많은 사진을 찍었습니다. 전 세계 음악과 문화의 아이콘인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 경과 함께 일했던 지난 11년 동안에는 유럽, 북미, 남미, 아시아의 수많은 도시들을 여행하며 그의 콘서트 장면과 새로운 도시의 매혹적인 풍경을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참 다양한 경험을 했고 다채로운 사진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제가 찍은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사실 자랑스러움보다는 부끄러움이 몰려옵니다. 왜 이렇게밖에 찍지 못했을까… 자꾸 다른 사진가와 제 자신을 비교하고 자책합니다. 사진전을 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제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물론 그중에는 좋아하고 만족하는 사진도 몇 컷 있습니다. 문제는 제가 꿈꾸는 멋진 사진전을 열기에는 만족하는 사진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과연 제가 찍은 모든 사진에 만족하는 날이 올까요? 아마 절대 오지 않겠죠. 만에 하나라도 그런 날이 온다면 전 아마 ‘자뻑’이라는 심각한 병은 아닌지 진단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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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진에 만족할 수는 없기에 일단 가지고 있는 사진을 그룹별로 나눠봅니다. 첫 번째 그룹은 연예인의 초상사진이고 두 번째는 여러 뮤지션들의 콘서트 사진, 세 번째는 폴 매카트니의 투어 사진, 네 번째는 가난한 나라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사진, 다섯 번째는 런던의 뉴스사진, 여섯 번째는 흥미로운 일반인들의 초상사진, 일곱 번째는 여행사진이고 마지막 여덟 번째 그룹은 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족들의 사진입니다.
사진전의 하이라이트는 무엇이어야 할까요? 전 제 가족의 일상이 담긴 사진을 전시장의 가장 중앙에 걸고 싶습니다. 다시 봐도 눈시울이 촉촉해지고 미소가 지어지는 사진들, 아이들이 태어나는 순간, 우는 모습, 웃는 모습, 첫 등굣길, 온 가족이 함께 간 나들이 등 소소한 일상이 담긴 사진을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젊었을 때는 ‘나’라는 존재가 너무나 중요하고 소중했습니다. 모든 것이 ‘나’ 위주로 돌아갔습니다. 그래서 그때 찍은 사진에는 ‘나’라는 존재를 부각시키고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습니다.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생각과 삶이 단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저를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이 보였습니다. 내가 어떤 사진가인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삶의 중심이 ‘나’에서 ‘가족’으로 옮겨갔습니다.
내가 아무리 유명한 사람들과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멋진 사진을 찍는다 해도 아이들에게 소홀한 아빠, 무책임한 남편이라면 직업은 화려한 껍데기일 뿐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렇게 일과 삶의 균형을 조금씩 맞춰 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일과 가족 모두 놓쳐서는 안 될 소중한 두 마리 토끼가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제가 찍은 사진들을 돌아본다면 연예인 사진, 광고사진, 패션사진들이 저에게 그리 큰 의미로 남을 것 같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족의 일상을 담은 사진들은 두고두고, 숨을 거두는 그 순간까지 큰 미소를 안겨줄 아름다운 추억거리가 될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당분간 사진전은 기분 좋은 상상 속에서만 하려고 합니다. 돈도 안 들고 사람들에게 부끄러울 일도 없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제가 가진 모든 것을 꾸밈없이 솔직담백하게 내보이고 싶을 때가 오겠죠. 그때가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현실의 사진전은 아마도 그때쯤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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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인생을 찍습니다MJ KIM 저 | 북스톤
‘출발선부터 달라야 한다’며 고스펙을 강요하는 시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한발 한발 꾸준히 나아가 마침내 꿈을 찾은 MJ KIM의 이야기는 인생 여행자들을 위한 따뜻한 지도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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