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리뷰] 왕릉의 비밀 숲길을 만나는 딱 6주! 동구릉 왕릉숲길 개방 행사
집 근처의 조선왕릉 동구릉을 걸었습니다. 날씨도 덥고, 무엇보다 동구릉을 비롯한 조선왕릉 숲길 개방 행사가 진행중이기 때문입니다. 일년에 딱 두 번 만날 수 있는 신비의 숲길인 셈이죠.
봄철을 맞아 개방되는 조선왕릉 숲길은 모두 8곳입니다.
▲ 구리 동구릉 ‘휘릉~원릉 및 경릉~자연학습장 숲길’
▲ 남양주 광릉 ‘복자기나무 숲길’
▲ 남양주 사릉 ‘능침 뒤 소나무길’
▲ 서울 태릉과 강릉 ‘태릉~강릉(어린이 마당)’
▲ 서울 의릉 ‘천장산~역사경관림 복원지’
▲ 파주 장릉 ‘능침 북쪽 숲길’
▲ 화성 융릉과 건릉 ‘융릉~건릉 숲길’
▲ 파주 삼릉 ‘영릉~순릉 작은 연못 및 공릉 능침 북측 숲길’까지 총 8개소로, 전체 길이는 16.82km라고 합니다.
궁능유적본부는 2019년부터 봄·가을철 기간을 정하여 조선왕릉 숲길을 일반에 공개해 왔습니다. 다만 작년 겨울 폭설 피해로 인해 현재 정비공사 중인 여주 영릉과 영릉 ‘영릉 외곽 숲길(3.4km)’은 이번 개방에서 제외됐습니다. 올해는 0516부터 0629까지 개방됩니다.
평소에는 엄격히 보호되어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이 숲길은 왕릉의 원형을 보전하고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특별 관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선왕릉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시민들에게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특별한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연 2회에 한해 개방하고 있는데 바로 그날을 맞춰서 걸을 수 있었습니다.
동구릉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안내도가 나옵니다. 오늘 개방하는 숲길은 깊숙히 먼 곳이라 제법 걸어서 들어가야 합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시간이 멈춘 듯 조용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재실 근처에 화장실도 있습니다. 여기서 오늘의 첫번째 숲길인 휘릉을 찾아갑니다.
첫번째 목적지인 휘릉입니다. 여기서부터 평소에는 걷지 못했던 비밀 숲길이 개방됩니다. 이 휘릉은 장조의 묘소입니다. 장조라니 처음 들어보시죠? 바로 사도세자와 그 부인인 헌경왕후의 묘입니다.
평소에 닫혀 있던 숲길이지만 아주 대단한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다만 조용한 숲길이고 은근히 언덕을 하나 넘어서 적당히 운동이 되서 좋았습니다.
휘릉에서 원릉까지는 약 1.4km 정도고 평소 왕릉 관람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울창한 숲길입니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깔린 코코넛 매트 덕분에 안전하게 걸을 수 있었고, 완만한 오르막길은 어린이나 노인분들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어서인지 평소답지 않게 사람이 정말 많았습니다.
숲 속 곳곳에는 쉼터와 정자가 마련되어 있어 잠시 쉬어가며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새소리와 바람소리만이 들리는 고요한 공간에서 조선 왕들도 이런 평온함을 느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더군요.
금방 첫번째 숲길은 끝났습니다. 첫번째 종착지인 원릉입니다. 원릉은 사도세자의 아버지인 영조와 정순왕후의 묘입니다. 이 작은 숲길이 두 부자의 오해도 조금은 풀어주는 매개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자연학습장 부근으로 가는 작은 길을 지나니 다시 한 번 걸을 수 있는 안내판이 나옵니다. 여기는 경릉, 그러니까 헌종과 효현왕후, 효정왕후가 함께 묻혀 있는 왕릉입니다.
경릉에서 자연학습원까지는 원점회귀하는 코스로 약 1.3km입니다. 거대한 소나무들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만드는 빛의 향연이 장관이었습니다. 첫번째보다는 은은하고 부드러운 숲길이더군요.
인상적이었던 것은 억새밭과 작은 연못이었습니다. 왕릉에 이런 곳이 있나 싶은 독특하고 큰 정원이었습니다. 시간만 괜찮다면 여기서 하루 종일 쉬어있다가 와도 좋을 듯한, 시간이 멈춰 있는 그런 공간이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모두 정화된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좋은 조선왕릉 숲길은 왜 평소에 개방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아무래도 공원이 아닌 왕릉이고 문화재이다보니, 문화재 보호가 가장 큰 이유라고 합니다. 동구릉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소중한 문화유산이기도 합니다. 왕릉 주변의 숲은 단순한 녹지가 아니라 조선시대부터 왕릉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된 신성한 공간이기 때문이죠.
생태계 보호 무시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500년 넘게 보호되어 온 원시림에 가까운 이 숲에는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문화재 원형 보전도 한 가지 이유입니다. 왕릉 주변 숲은 조선시대 왕릉 조성 당시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데, 과도한 인간의 발길은 토양 훼손과 식생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안전상의 이유도 꼽을 수 있습니다. 일반 관람로와 달리 숲길은 경사가 있고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다고 하네요. 사실 이건 좀 무리한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자주 가는 숲이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은 적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만큼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는다는 뜻이겠죠.
조선왕릉 숲길은 우리에게 500년 전 왕들이 걸었던 이 길을 어떻게 다음 세대에게 온전히 물려줄 것인가 하고 묻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짧은 숲길을 걸으며 다양한 생각이 들었던 하루였습니다. 다음 개방행사는 동구릉말고 다른 곳도 한 번 가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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