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여행리뷰] 수로와 골목을 따라 쌓인 시간의 흔적, ‘물의 도시’ 항저우를 가다 ➂ ‘전저고진’

[리뷰타임스=라라 리뷰어]


항저우 여행 둘째 날은 늦은 저녁 시간 고속철을 타고 천도호로 이동하는 일정이었다.

 

고속철 출발 시간이 17:46이니 난쉰고진에서 비교적 여유롭게 머무를 수 있다. 사실 좀 더 일찍 천도호로 이동하고 싶었지만 원하는 시간대의 기차표를 구하지 못했다. 당초 예매했던 기차표를 확인해보니 출발지가 후저우난쉰역이 아닌 난쉰동역(천도호 반대 방향으로 꽤 먼 거리)으로 돼 있어 표를 다시 예매해야 했다. 친구가 사는 지역은 기차역간 거리가 멀지 않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제 여행 둘째날인데, 친구가 어제 먹은 게 잘못 됐는지 배탈이 났다 한다. 여유롭게 아침 식사를 한 후 정원에서 잠시 쉬며 ‘오늘은 어디 갈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진택고진(震泽古镇), 쑤저우 태호의 옛 명칭을 지금도 사용하는 실크문화의 발상지


진택고진(震泽古镇), 쑤저우 태호의 옛 명칭을 지금도 사용하는 실크문화의 발상지


그러다가 발견한 이곳, 아직 많이 알려지지는 않은 듯하니 난쉰고진보다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다. 난쉰고진과 비슷한 ‘전저고진(震泽古真)’이라는 수향마을인데, 주소가 항저우가 아닌 쑤저우다. 

 

사실 전날 택시기사에게 ‘전저고진(震泽古真)’에 대해 물었더니, 그저 그렇다는 대답을 들었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건 누구나 가는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조용하면서도 그곳만의 독특함이 묻어나는 곳이니 그의 말은 크게 개의치 않기로 했다. 

 

‘전저고진(震泽古镇)’은 난쉰고진보다 관광지 등급이 한 단계 낮은 국가 4A급 관광지로 면적은 96km²다. 완도(90.1km²)보다 약간 더 큰 사이즈다. 


진택고진(震泽古镇), 쑤저우 태호의 옛 명칭을 지금도 사용하는 실크문화의 발상지

12시가 조금 넘어 마을 입구에 도착하니 오른편으로 큼지막한 관광안내소가 자리하고 있다. 그 넓은 공간에 자리를 지키는 직원은 한 명. 아, 자세히 보니 직원이 아니라 자원봉사자다. 관광안내소 내 왼편 파우더룸에선 4명의 여성이 전통의상을 차려입고, 화장 등을 고치고 있다.


안내문을 보니 뭔가 입장료가 있는 듯한데, 이미 12시가 넘었으니 표를 살 필요는 없단다. 나중에 마을을 돌아본 후에야 입장료에 대해 알게 됐다. 매표 시간은 8:45~15:30까지인데, 전저고진의 5대 경관을 다 돌아보는 표는 70위안, 몇 곳만 볼 경우 건별로 8위안부터 30위안까지였다. 이곳에도 수로를 운항하는 유람선이 10위안밖에 되지 않는다. 마을을 둘러보고 나서야 알게 돼 유람선을 타지는 못했다.

 

마을 입구에는 난쉰고진에서처럼 중국어, 영어, 일본어, 한국어까지 4개 언어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아마 요즘 중국의 주요 관광지에는 영어, 일본어, 한글이 기본적으로 적혀 있는 듯 하다.

 

전저고진의 안내문.


안내판의 전저고진 소개를 읽어봤다.

‘전저(震泽, 진택)는 유일하게 태호(太湖)의 별칭을 지금도 사용하는 강남의 옛 마을로 실크문화의 발상지다. 송나라 샤오싱(绍兴, 1131~1162) 때 형성된 마을로, 삼국시대 적오(赤乌, 238년 8월 ~ 251년 4월) 때 지어진 자운사탑, ‘강남 제1당’로 불리는 ‘사검당’, 왕세전 기념관, 우적교 등 많은 고대 유적이 남아 있다.‘

 

나중에 검색해보니 중국의 5대 담수호 중 하나인 쑤저우의 태호(太湖) 명칭이 과거에는 전저(震泽) 또는 쥐취저(具區澤)였다 한다. 안내판의 한국어 번역은 첫 문장부터 정확성이 떨어지고 어설프다.


246년의 우적교와 오강(吴江)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교 사찰 중 하나인 자운사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싱그러운 녹색으로 가득해 여름을 맞을 채비가 끝난 듯하다. 이날 온도는 무려 32도였는데, 체감온도가 36도까지 치솟았다.

난쉰고진에 비하면 그래도 사람이 적은 편인데, 지나던 아니 하나가 엄마에게 칭얼댄다,

 

“엄마, 사람이 너무 많아~~”

‘니가 아직 난쉰고진이나 항저우 서호를 안 가봤구나~~ 하하.’

 

레드노트를 보니 연휴 첫날인 1일 항저우의 명소인 서호와 영인사(불교사찰)는 압사 직전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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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안쪽으로 들어가 가장 먼저 만난 건 아치형 다리와 수로 맞은편의 거대한 탑이다.

우적교(禹迹桥)와 자운사탑이다. 

 

우적교의 ‘우(禹)’는 ‘大禹’(2200~2100 BC, 홍수 제어 시스템을 도입한 고대 중국의 전설적인 통치자)를, ‘迹(적)’은 ‘족적’을 의미한다고 적혀 있다. 강희 54년(1715년)에 대우(大禹)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것으로, 건륭 44년(1779년)에 중건했다 한다. 무려 246년의 시간 동안 이곳을 지켜온 다리다.


 

오강(吴江)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교 사찰 중 하나인 자운사

 

강희 54년(1715년)에 대우(大禹)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다리인

 

다리 위에서 바라본 풍경, 고즈넉한 물 향기 가득한 고대 마을의 정취가 그대로 전해진다. 우적교에서 바라보는 자운사는 우뚝 선 자운사탑이 단단히 중심을 잡고 있다.


자운사(慈云寺)의 원래 명칭은 광제사(广济寺), 남송 함순(咸淳, 1265~1274) 때 세워진 것으로, 오강(吴江)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불교 사찰 중 하나라 한다. 당나라 이전에는 보탑이 중심인 사찰이었는데, 당나라 이후부터는 대웅보전이 중심이 되었다 한다. 

 

5월 5일 부처님오신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우리나라의 사찰들처럼 연등 같은 장식품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중국에서는 부처님오신날을 ‘욕불제(浴佛节)’라고 부르는데, 부처님을 목욕시키는 게 이날의 가장 큰 행사 중 하나라 한다. 자운사 앞에 이날 향탕(香汤, 향기로운 약재를 섞은 따뜻한 목욕물)으로 태자상(太子像)을 목욕시키고 경축 법회를 진행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강(吴江)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교 사찰 중 하나인 자운사

 

오강(吴江)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교 사찰 중 하나인 자운사


천왕문의 사천왕은 손에 들고 있는 것이나 주변 풍경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인데 표정과 모습이 좀 다르게 생겼다. 

 

천왕문의 사천왕은 손에 들고 있는 것이나 주변 풍경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인데 표정과 모습이 좀 다르게 생겼다.

 

오강(吴江)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교 사찰 중 하나인 자운사

 

사찰 앞마당, 가장 높게 솟아있는 자운탑은 6면 5단으로, 벽돌과 나무로 구성돼 있다. 사찰이 처음 건립될 때 함께 세워졌는데 이후 몇 차례 파괴됐다 한다. 자운탑과 관련한 전설도 전해온단다. 삼국시대 손권의 여동생이 유비가 높은 곳에 올라가 바라보는 것을 그리워하며 깊은 정을 담아 ‘망부탑(望夫塔)’이라고 불렀다 한다. 또다른 이야기로는, 송 휘종(徽宗)의 딸 자운공주가 전저고진(震泽)으로 피난온 후 나라가 망한 것을 잊지 못하고, 이 탑을 중수하여 북쪽을 바라보며 부왕이 하루빨리 금나라에서 벗어나 남쪽으로 돌아가기를 기원했다고도 한다. 

 

오강(吴江)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교 사찰 중 하나인 자운사의 자운사탑과 대웅전.


한가로운 오후의 여유를 만끽하는 수변 찻집

자운사를 둘러본 후 옛 마을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관광객이 많지는 않았는데, 난쉰고진처럼 수변을 둘러싼 상점이나 음식점 등도 많지 않았다. 


소박한 자전거 포토존에선 지나는 사람 모두가 한 컷씩 찍고 있다.

꽃이 없었다면 다소 밋밋했을 것 같은데, 계절에 맞춰 만발한 꽃이 포토존을 예쁘게 만들어주고 있다.

 

소박한 자전거 포토존에선 지나는 사람 모두가 한 컷씩 찍고 있다.

 

진택고진(震泽古镇), 쑤저우 태호의 옛 명칭을 지금도 사용하는 실크문화의 발상지

 

수변으로 상점이 많지는 않지만, 난쉰고진에서처럼 아기자기한 찻집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의 2층 건물들은 명·청 시대 때 지어진 것들이라 한다.

 

수변으로 상점이 많지는 않지만, 난쉰고진에서처럼 아기자기한 찻집들이 자리하고 있다.

 

옛 건물들에는 지금도 사람들이 살고 있기에 빨래 등을 내걸어두고 에어컨 실외기도 보인다.

장쑤성 농기구박물관은 입구에서 떡과 연잎밥 등을 팔고 있다. 

호텔 조식 때 먹어본 연잎밥(甜粽)은 계속 먹어도 물리지 않을 정도로 맛있었다. 


진택고진(震泽古镇), 쑤저우 태호의 옛 명칭을 지금도 사용하는 실크문화의 발상지

  

이 마을에서의 일정은 친구의 배탈로 인해 수로의 한쪽만 걷고 마무리했다. 수로의 끝에서 청 건륭 시대에 지어진 누각이라는 문창각을 만났는데, 친구의 상태가 좋아지지 않아 들어가지는 못했다. 문창각은 전란으로 인해 원형은 소실되고, 현재 건물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사료를 바탕으로 복원한 것이라 한다. 3층 누각인데, 사방으로 물을 마주하고 있어 전저고진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다. 


청 건륭 시대에 지어진 누각인

 

네이버 블로그에서도, 레드노트에서도 전저고진이 자주 등장하지 않는 걸로 봐서는 아직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자료를 보니 역사문화거리로 되살리는 '전저마을 종합 계획‘이 2013년부터 시작돼 2030년에 완료될 예정이라 한다. 몇 년쯤 후엔 이미 유명세로 몸살을 앓고 있는 다른 수향마을들처럼 사람에 치일 수도 있으니 지금처럼 한적한 마을일 때 둘러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전저고진을 나와 다시 호텔로 돌아온 우리는 난쉰호텔 정원에서 배달시킨 죽으로 점심 겸 저녁식사를 대신했다. 속이 안 좋은 친구는 흰 죽을, 나는 팔보죽과 조식 때 마음에 들었던 밀가루피 안에 찰밥이 쏙 들어간 누오미샤오마이(糯米烧卖)를 주문했다. 요건 레시피를 찾아 집에서도 만들어 먹고 싶다. 


그렇게 한가한 오후를 보낸 우리는 오후 6시가 조금 안 된 시각에 다시 천도호로 향하는 고속철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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