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여행리뷰] 수로와 골목을 따라 쌓인 시간의 흔적, ‘물의 도시’ 항저우를 가다 ➃ ‘천도호’

[리뷰타임스=라라 리뷰어]


‘1000개의 섬이 있는 거대한 호수’, 천도호(千岛湖)라는 명칭이 붙은 이유다. 정확히 말하면 천도호에 있는 섬의 개수는 1078개란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던 곳인데 더우인(抖音, 중국 틱톡)과 레드노트에서 항저우 여행을 검색하니 옛 마을인 우전고진(乌镇古镇), 난쉰고진(南浔古镇) 등과 더불어 늘 함께 올라온다.


1078개의 섬이 있는 인공호수

 

여행 첫날을 난쉰고진에서 묵고 저녁 기차로 천도호에 도착하니 8시가 훌쩍 넘었다. 호텔은 호수 바로 앞이지만 해가 지고 나니 주변은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렸다. 피곤함도 살짝 몰려오니 천도호에서의 첫날은 단잠을 자는 데 만족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국보다 1시간 느린 중국의 시차는 어김없이 여행 둘째 날에도 5시에 눈을 뜨게 만들었다. 아직 꿈속을 헤매는 친구를 뒤로 하고 조용히 호텔을 나와 이른 아침의 천도호 주변 산책에 나섰다. 호텔에서 나와 길 하나만 건너면 곧바로 수변 산책로다. 한강 산책로처럼 호수를 따라 깔끔하게 정비돼 있다. 호텔 앞엔 고풍스런 느낌의 유람선이 한 대 세워져 있다. 선착장인 모양이다. 이른 아침부터 세월을 낚는 강태공들도 있고, 중국의 어느 마을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도 보인다. 아침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수변을 따라 3km 정도를 걸으니 교각이 나타났다. 더 걷기엔 시간이 애매하니 다시 호텔로 발길을 돌린다.


천도호 수변 산책로.

 

천도호 수변 산책로.

 

천도호(千岛湖)는 동북쪽으로 항저우 시내에서 129km, 서쪽으로는 황산에서 140km 거리에 위치해 있다. 시자오춘안현(西效淳安县)으로 항저우시의 끄트머리쯤 된다. 후저우난쉰역에서 고속철을 타고 1시간 25분 걸렸다. 항저우서역에서 출발한다면 41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1078개의 섬을 안고 있으니 면적도 만만치 않다. 호수의 전체 면적이 573km²라니 서울(605.2km²)보다 약간 작다. 해안선 길이는 무려 1,000km에 달한단다. 호수에 사는 담수어가 94종이나 될 정도로 물이 맑고 깨끗해 국가 1급수를 자랑한단다. 그런데 이보다 더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천도호는 1959년 중국 정부가 당시의 전력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안강댐을 건설하면서 인공적으로 만든 호수다. 대형수력발전소-신안강수력발전소의 물을 막아 이 물을 저장하기 위해 이 지역을 강제 침수시켰다는 것. 그래서 천도호의 수면 아래에는 오랜 역사를 가진 고대 도시들이 여전히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한다. 여기에는 무려 2000년의 역사를 가진 고대 도시인 라이언시티도 포함된다. 물론 당시 주민 29만 명은 대체 주택으로 안전하게 이주시킨 후 침수를 진행했다. 인공 호수가 생긴 게 불과 60여년 정도라 다이빙을 하면 수면 아래 고대 도시도 직접 볼 수 있다 한다. 그래서 관광 상품 중에는 다이빙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그렇다면 1078개의 섬은 대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당시 침수된 지역이 산악 지대여서 산들의 정상 부분만 물 위로 올라오게 된 것이란다. 


1078개의 섬이 있는 호수이니 천도호를 제대로 즐기려면 유람선 투어를 해야 한다.


천도호 필수 코스는? 유람선 투어

우리는 아무런 계획 없이 간 거라 전날 호텔에 도착해 프론트 옆 관광안내 담당자에게 조언을 구했다. 강추 프로그램은 유람선투어란다. 길어야 2시간 정도겠거니 했는데, 무려 4시간이나 된단다. 여기 더해 우리의 관심은 수면 아래 있다는 고대 마을에 쏠렸다. 다이빙을 할 건 아니지만 수중 고대마을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곳들이 있다. 수중고성 테마파크(水下古城主题乐园)와 실감 영상 엔터테인먼트파크인 타임터널(时光隧道)이다. 타임터널은 실감영상으로 구성돼 있어 볼거리가 화려하다는 평이 많았고, 수중고성 테마파크는 사진이나 영상 위주인 듯했다. 유람선 투어 후 시간이 되면 둘 중 한 곳에 방문하기로 했다.


아침 일찍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관광안내 담당자에게 또다시 이것저것 물으며 유람선을 예약하고 있자니 시간이 벌써 9시 30분이다. 유람선 투어는 9시, 10시, 오후 1:30 세 편이고, 우리가 탈 배는 10시 배인데 10시까지 선착장에 도착하기 어려울 것 같다. 결제를 마치고 나니 관광안내 담당자가 우리가 갈 때까지 배가 기다려준다 한다. 비용은 1인당 380위안. 

 

선착장에 도착하니 사람도 많고 배들도 종류가 다양하다. 투어비용을 결제할 때 알려준 담당자에게 연락하니 20호 배에 승선하라는 답변. 큰 배들도 많던데... 우리가 탄 배는 24인승이다. ‘배 안에서는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다’고 했었는데 그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 

 

천도호 유람선 투어는 9시, 10시, 오후 1:30 세 편 정도다.

 

천도호 필수 코스는 유람선 투어

 

배에 오르니 승선자 모두에게 ‘전용보트’ 스티커를 붙여준다. 유람선을 타는 동안 붙이고 있어야 한다.

 

배에 오르니 승선자 모두에게 ‘전용보트’ 스티커를 붙여준다. 유람선을 타는 동안 붙이고 있어야 한다.

 

보트 투어 시간은 총 4시간이고, 2개의 섬을 들른다 한다. 관광상품 안내 리플렛을 보니 여러 종류의 배가 있는데 600명 정도가 탑승하는 큰 유람선은 이미 오래 전에 예약이 끝났단다. 여행 피크 시즌에 600명이 꽉 들어찬 대형 유람선을 타는 것보단 오히려 작은 보트가 더 나은 선택인 듯하다. 가격 차이도 크지 않다. 


‘매봉도’, 천도호 최고의 전망대

배가 출발하자 탑승객들 모두가 바깥 풍경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불과 10분 만에 다른 손님들(중국인)은 모두 스마트폰과 혼연일체가 돼버렸다. 하하. 우리 옆자리의 젊은 여성만 메이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10:30쯤 출발한 배는 40여분을 달려 첫 번째 섬인 ‘매봉도(梅峰岛)’에 도착했다.

 

첫 번째 섬인

 

매봉도에 도착하기 전 가이드가 간단한 설명을 한다. 매봉도 정상까지는 케이블카를 타거나 걸어 올라갈 수 있고, 케이블카를 탈 계획이라면 자신에게 티켓을 구입하면 된단다. 비용은 왕복 60위안. 나 혼자였다면 올라갈 땐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올 땐 걸어오는 코스를 택했을 텐데 친구와 함께라 왕복 티켓을 구입했다. 나중에 보니 매봉도에서 하산하는 방법으로 잔디스키(유료)가 하나 더 있다. 


매봉도는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까지 올라간다.

 

매봉도는 해발 601m의 섬으로 천도호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 호수와 섬들을 한 번에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란다. 

 

섬에 내려 약 10분 정도 줄을 선 후 케이블카 탑승. 중국의 유명 관광지라면 어느 곳이나 붐비는 시기인데, 그래도 이곳은 배를 타야 들어올 수 있으니 생각보다 사람이 심각하게 많은 건 아니었다. 케이블카로 정상까지 올라가는데 걸린 시간은 단 2분 정도. 2분이 채 안 걸린 것 같다.


케이블카로 정상까지 올라가는데 걸린 시간은 단 2분 정도. 2분이 채 안 걸린 것 같다.

 

매봉도의 정상은 과연 최고의 전망대답다. 오밀조밀 작은 섬들과 호수 건너편으로 삐쭉삐쭉 올라온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1956년 이전에는 이곳이 빽빽한 삼림이었다는 말이지?’

 

매봉도의 정상은 과연 최고의 전망대답다. 오밀조밀 작은 섬들과 호수 건너편으로 삐쭉삐쭉 올라온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매봉도의 정상은 과연 최고의 전망대답다. 오밀조밀 작은 섬들과 호수 건너편으로 삐쭉삐쭉 올라온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호수의 전경을 보고 있자니 다도해의 풍경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약 1700개의 섬이 흩뿌려진 다도해, 그리고 남해, 에메랄드빛 바다색과 섬들이 내 눈에 훨씬 더 예뻤다.

 

전망대를 둘러싸고는 간단한 먹거리와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도 자리하고 있다. 

선물용 차를 파는 곳도 있어 잠시 둘러보는데, 뭔가를 고민하며 선택할 수 있는 시간 여유가 없다. 우리가 전망을 즐기는 시간은 약 20분 정도. 당초 1시간 후에 배가 출발한다고 했는데, 케이블카 타는 곳까지의 이동 시간과 줄서기 시간 등을 빼고 주어진 여유 시간이다.


전망대를 둘러싸고는 간단한 먹거리와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도 자리하고 있다.

 

12:30 다시 배에 올라 두 번째 섬으로 향한다.

바깥 풍경을 이미 다 봐서인지, 이번에는 바깥 풍경에 눈을 돌리는 중국인 승객이 단 한 명도 없다. 

‘스마트폰만 볼 거면 유람선을 대체 왜 탔을까?’


두 번째 섬까지는 약 1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어느 루트로 움직이나 궁금해서 GPS 앱을 켜두었는데, 월광도는 배가 출발한 선착장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배에서 내리기 전, 가이드가 배를 타러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필요 없이 앞으로 계속 직진만 하면 된다 한다. 다른 선착장에서 배 번호와 상관없이 아무 배나 타고 나오면 된단다.

 

2개의 섬을 들른 유람선 루트(왼쪽이 매봉도, 오른쪽이 월광도)


‘월광도’, 고유의 특색을 가진 다섯 개의 섬

‘월광도(月光岛)’는 신석기 시대의 제월대(祭月台)가 자리하고 있어 붙은 이름이라 한다. 매봉도와 마찬가지로 천도호 중심 구역에 위치해 있지만 해발 126m, 0.04km²(12,100평, 축구장 4.5개) 정도의 면적으로 꽤 작은 섬이다. 섬이라기보다는 호수에 솟은 작은 봉우리라고 하는 게 더 적합한 표현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인지 월광도에는 뭔가 인위적인 장치들이 많다.

 

섬에 닿자마자 가장 먼저 만난 건, ‘천도호국제 빛아트 비엔날레’라는 큼지막한 문구였다. 비엔날레 시기 설치된 조형물들이 월광도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월광도는 해발 126m, 0.04km²(12,100평, 축구장 4.5개) 정도의 면적으로 꽤 작은 섬이다.

 

월광도는 정원(情园), 일원(逸园), 계원(系园), 심원(心园), 몽원(梦园) 등 각각의 특색을 가진 5개 섬을 통칭해 부르는 명칭이다. 

 

월광도는 정원(情园), 일원(逸园), 계원(系园), 심원(心园), 몽원(梦园) 등 각각의 특색을 가진 5개 섬을 통칭해 부르는 명칭이다.

 

배에서 내려 가장 먼저 만나는 섬은 정원(情园), love garden이다. 5분쯤 걸어 들어가니 온통 자물쇠 세상이다. 일부러 설치한 구조물이라 썩 마음에 와닿지는 않는다. 두 번째 자물쇠인 거대 자물쇠가 설치된 ‘행복한 자물쇠광장’으로 향하는 길은 울창한 대나무숲이다. 그래봤자 2분이 채 안 되는 거리지만 대나무 부딪치는 소리가 청명하다. 2000이란 숫자는 2000년에 만들었다는 의미일까?  

 

자물쇠 광장에는 커피숍도 하나 자리하고 있다. 몇 시까지 배로 돌아가야 한다는 제약이 없으니 이곳에서 커피를 즐길 수도 있다.

 

배에서 내려 가장 먼저 만나는 섬은 정원(情园), love garden이다. 5분쯤 걸어 들어가니 온통 자물쇠 세상이다.


배에서 내려 가장 먼저 만나는 섬은 정원(情园), love garden이다. 5분쯤 걸어 들어가니 온통 자물쇠 세상이다.

 

섬의 끝자락에 이르니 다른 섬으로 연결되는 통로다. 두 번째 섬인 계원(系园)으로 연결되는 다리다. 다리의 이름은 어락교(鱼乐桥). 다리 한가운데 뛰노는 물고기들이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물고기 먹이주기 체험도 할 수 있다. 계원(系园)에는 ‘결혼의 신’이라는 월하노인 상이 큼지막하게 서있다. 이곳에선 짚라인도 즐길 수 있다. 

 

두 번째 섬인 계원(系园)으로 연결되는 다리인 어락교

 

월광도의 섬들.

 

물고기 먹이주기 체험

 

계원(系园)에서 다음 섬인 몽원(梦园)으로 향하는 다리는 행운교(幸运桥)다. 어락교(鱼乐桥)보다 3배 정도 더 길다. 행운교는 섬과 섬 사이를 연결만 할 뿐 뭔가 특별한 건 없다. 행운교를 건너면서 보니 또 다른 섬으로 향하는 교각이 있다. 자세히 보니 출렁다리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심원(心园)이라는 섬인데, 10위안의 입장권을 사야 한다. 물론 출렁다리 아래로도 다리가 있어 모험을 즐기고픈 사람만 입장권을 사 출렁다리에 올라서면 된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심원(心园)이라는 섬인데, 10위안의 입장권을 사야 한다. 물론 출렁다리 아래로도 다리가 있어 모험을 즐기고픈 사람만 입장권을 사 출렁다리에 올라서면 된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심원(心园)이라는 섬인데, 10위안의 입장권을 사야 한다. 물론 출렁다리 아래로도 다리가 있어 모험을 즐기고픈 사람만 입장권을 사 출렁다리에 올라서면 된다.

 

이왕 왔으니 심원(心园)까지 둘러보고 싶지만, 친구가 이미 지쳐 버렸다. ‘더 이상은 못 걷겠다’니 월광도 투어는 여기에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돌아가는 배를 탈 곳도 이 지점이니까.


월광도를 빠져나와 아침에 배를 탔던 선창장에 도착하니 시계가 3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17:53에 고속철을 타야 하니 한 군데를 더 들르기엔 애매하다. 2시 정도에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천도호를 뒤로 하고 천도호기차역으로 향했다.

 

고속철 역사 주변이 예쁜 천도호 기차역.

 

출렁다리를 건너면 심원(心园)이라는 섬인데, 10위안의 입장권을 사야 한다. 물론 출렁다리 아래로도 다리가 있어 모험을 즐기고픈 사람만 입장권을 사 출렁다리에 올라서면 된다.

 

친근한 택시기사를 만나 천도호역 부근의 현지인 맛집도 추천해 주었는데 맛은 보지 못했다. 천도호에선 담수호 지역답게 물고기 요리가 유명하니 그걸 맛봐야 되는데, 수조에서 파닥거리는 물고기를 잡아 조리실로 갖고 가는 걸 보더니, 친구가 ‘지금 이렇게 잡아간 걸 요리로 내올 거 아냐? 그건 못 먹겠어.’라며 안 먹겠단다. 싱싱한 회도 잘 먹고, 생선요리도 잘 먹으면서 대체 왜 잡히는 걸 본 직후에는 못 먹겠다는 건지 나로선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다음을 기약하며 사진만 찍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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