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더 큰 카메라 더 비싼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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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카메라를 사용하세요?”라는 질문을 참 많이 받습니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사실 많이 난감합니다. 왜냐하면 저도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모든 카메라와 렌즈를 다 사용해본 것도 아니고 저 역시 제가 사용해본 카메라 외에는 거의 문외한입니다. 카메라 기계의 디테일한 기계공학적 요소는 아주 어설프게 기본만 아는 수준이고, 똑똑한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만들어놓은 뛰어난 카메라를 요령껏 잘 사용할 뿐입니다.


한동안 커다란 카메라에 꽂힌 적이 있습니다. 남들이 다 들고 다니는 35mm 카메라는 평범해 보여서 일단 보기에 멋진 카메라를 찾아다녔습니다. 열심히 발품을 판 끝에 마미야 RZ Pro II라는 중형 포맷의 멋들어진 카메라를 발견했습니다. 그 카메라의 포스는 아주 강렬했습니다. 그리고 무게는 더욱더 강렬했습니다. 전 그 무거운 카메라에 큼지막한 뷰파인더와 오토 와인더(필름자동넘김장치)를 장착해서 더 크고 더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아령보다는 조금 무겁고 역기보다는 조금 가벼운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얼굴에 자신감 넘치는 미소가 절로 흘러나왔습니다. ‘너네가 이런 카메라를 알아? 쪼끄만 카메라를 감히 어디다 들이밀어!’ 하는 교만함과 재수 없는 거드름을 온몸에 덕지덕지 붙이고 거리를 활보했습니다.

이 카메라를 사용할 때면 손으로 끈을 잡아당겨 부르릉 시동을 걸어야 하는 오래된 경운기 같은 느낌이 듭니다. (오래된 경운기를 몰아본 적은 없습니다만) 셔터, 조리개, 포커스 등 모든 것이 수동입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는 절대로 찍을 수 없습니다. 몇 번 시도했다가 필름만 엄청나게 허비한 후에는 멈춰 있는 사람, 물건, 풍경들만 촬영했습니다. 한 시간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 두 시간 휴식이 필요한 극기훈련 같은 촬영이었습니다. 큰 카메라로 촬영했으니 더 좋은 결과물이 나왔을까요? 절대 결단코 그럴 리 없죠. 오히려 35mm 카메라로 찍었을 때보다도 못한 결과물이 수두룩합니다. 좋은 사진은 보기에 쿨한 카메라가 아니라, 사이즈나 브랜드, 가격에 상관없이 자신의 손발처럼 편안하고 익숙한 카메라에서 만들어진다고 감히 주장합니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은 사용자의 편리함을 위해 최첨단 컴퓨터와 각종 편의시설로 무장한 35mm DSLR과 중형 포맷의 디지털카메라를 주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그 불편하고 무거운 마미야 RZ 카메라 또한 계속 열심히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편해지고 정도 많이 들었고요. 그 오래된 카메라의 셔터를 누를 때면 흰 수염이 덥수룩하게 뒤덮인 얼굴에 고깔모자를 쓰고 뾰족한 신발을 신은 동화 속 작은 요정들이 카메라 안에 살면서 열심히 톱니바퀴를 굴리고 기름칠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기계를 움직여 사진을 철컥철컥 만들어내는 재미있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그런 즐겁고 재미난 상상이 최첨단 디지털카메라에서는 전혀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수많은 종류의 카메라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주 조그만 장난감 똑딱이 카메라부터 100년이 훌쩍 넘은 대형 목제 카메라까지… ‘좋은 카메라가 있으니 좋은 사진이 찍히면 좋겠다’는 어림 반 푼어치 없는 헛된 상상을 해봅니다.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 합니다. “지금 당신 손에 있는 카메라가 가장 좋은 카메라입니다.” 그렇습니다. 무엇으로 찍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찍었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어떤 카메라가 아닌, 어떤 사진을 찍어야 하는지 고민이 무척 많습니다. 사진을 찍을 모든 준비는 완벽하게 마쳤습니다. 단지 ‘무엇을 찍어야 하지?’라는 이 엄청난 질문 때문에 오늘도 전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어떻게든 영감이 떠오르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영감이여, 어서 서둘러 오시옵소서. 이러다가는 남아나는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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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인생을 찍습니다MJ KIM 저 | 북스톤
‘출발선부터 달라야 한다’며 고스펙을 강요하는 시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한발 한발 꾸준히 나아가 마침내 꿈을 찾은 MJ KIM의 이야기는 인생 여행자들을 위한 따뜻한 지도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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