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문화 리뷰] 생색내기에 그친 광화문 월대 복원 기념식

[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광화문은 우리 역사에서 회한이 서려 있는 곳이다. 경복궁 남쪽에 있는광화문은 오래 전부터 궁궐의 정문 역할을 했다. 돌로 높은 석축을 쌓고 그 위에 중층 구조의 누각을세워 마치 성곽의 성문처럼 지었고, 그 아래에는 왕과 왕세자, 신하가드나드는 문을 두었다조선 왕실과 국가의 권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건축물 중 하나가 바로 광화문이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되고 고종 때 다시 재건됐지만 1926년 일제에의해 경복궁 내에 조선총독부 청사가 건립되면서 경복궁과 함께 광화문도 대부분 훼손됐다. 1968년 박정희대통령 시절 광화문이 이전 복원했지만 콘크리트로 만든 가짜 광화문에 불과했고 자리도 지금 자리가 아니었다.

 

2010년 광화문을 현 위치로 복원하고 2018년 월대 복원사업을 시작했다. 월대(越臺, 月臺)는 건물 앞에넓게 설치한 대를 말하는데 과거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 임금이 백성과 만나던 소통의 공간이었다고 한다. 이과정에서 월대를 훼손하고 그 자리에 일제가 설치한 전차 선로가 발견되기도 했다. 동구릉으로 옮겨졌던월대의 석재도 제 자리를 찾았고 월대 맨 앞에 있는 서수상은 고 삼성 이건희 회장이 소유하고 있다가 이번에 정부에 기증하면서 경복궁 월대가 제모습을 찾을 수 있게 됐다.

 

복원된 광화문 월대

 

 

고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 회장이 소장했던 서수상(瑞獸像·상상 속 상서로운 동물상) 1쌍은 오랜 기간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야외 전시장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문화재청이 조사한 결과, 동구릉에모여 있던 난간석과 용두석(龍頭石·용의 머리를 연상시키는석조물) 40여 점이 원래 광화문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월대는 광화문 외에도 종묘 등 중요한 궁궐에서도 볼 수 있다. 넓은단이나 계단을 활용해 건물의 위엄을 한층 높이는 역할을 했으며, 왕실의 주요 의례나 만남 등 각종 행사가펼쳐지는 무대 기능을 하기도 했다. 월대는 궁궐의 중심 건물인 정전(正殿) 등 주요 건물에 설치한 넓은 대()를 뜻하는데 경복궁 근정전, 창덕궁 돈화문 등에 있었다. 궁궐 정문에 난간석을 두르고 기단(基壇·건축물 터를 반듯하게 다듬은 뒤 터보다 한층 높게 쌓은 단)을 쌓은건 광화문 월대가 유일하다.

 

1923년에 촬영된 광화문 월대. 사진=국사편찬위원회

 

 

길고 넓은 대 양쪽에 난간석(건축물을 울타리처럼 두르고 있는 석조물)을 둔 광화문 월대는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 임금과 백성이 만나 소통하는 장소였으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사라졌다.

 

이 광화문 월대를 비롯해 경복궁 재건사업을 추진한 건 1990년부터다. 문화재청은 20년 프로젝트로 경복궁 및 광화문을 복원·정비하는 사업을 꾸준히 추진, 1차 복원 사업을 2010년에 마치고 오는 2045년까지 2차 복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문화재청의 광화문 20년 복원 계획

 

 

광화문 월대는 길이 48.7, 29.7m 규모로 육조 거리를 향해 뻗어 있었으며 중앙 부분에는 너비 약 7m의어도(御道·임금이 지나도록 만든 길)가 있었다. 고종(재위 1863∼1907) 때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남긴 기록인 '영건일기'(營建日記)와 각종 사진 자료를 토대로 보면 광화문 월대는 여러 차례변화 과정을 겪었다. 특히 조선총독부가 1910년대에 식민통치의 정당성을 알리는 조선물산공진회 행사를 추진하고 1923년 이후 전차 선로까지 놓으면서 월대는모습을 감췄다. .

 

월대가 복원되면서 광화문 앞에 있었던 해태(해치)상도 위치를 옮겼다. 문화재청은 해태상을 어디에 둘지를 놓고 논의를이어왔으나 광화문 앞 차로, 해태상의 의미 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월대 전면부 즉, 앞부분에 두었다.

 

해태상도 월대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문화재청은 이날 월대와 함께 광화문의 새로운 '현판'도 공개했다. 2010년 제작된 기존 현판이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자였다면, 새 현판은 검정 바탕에 동판을 도금한 금빛 글자로 한자 '光化門'(광화문)을 새겼다.

 

새로 공개된 광화문 현판

 

 

글자는 경복궁 중건 당시 훈련대장이자 영건도감 제조(營建都監 提調·조선시대 궁 등의 건축 공사를 관장하던 임시 관서의 직책)를 겸한임태영이 한자로 쓴 것을 그대로 따랐다.

 

이 현판에도 회한이 서려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친 뒤 1968년 복원한 광화문에는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친필로 쓴 '광화문' 한글 현판이 걸렸다. 문화재청은2005년 초 박정희 전 대통령이 친필로 쓴 한글 현판을 한자 현판으로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가 정치권과 한글 단체의 반발에부딪히기도 했다.

 

논란 끝에 2006년부터 광화문의'제 모습 찾기' 사업이 시작됐고, 이로부터 4년 뒤인 2010 8 15일 광복절을 맞아 한자로 된 현판이 광화문에 새로 걸렸다.

 

현판을 공개한 지 약 3개월 만에`()' 자 앞쪽에 위아래로 길게 균열이생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부실 복원 논란이 일었고, 문화재청은 그해 연말 현판 교체를 결정했다. 문화재청은 2012 12월한글 현판을 달아야 한다는 한글 단체의 주장을 물리치고 '복원'이라는단어 의미에 맞게 기존대로 임태영이 한자로 쓴 글씨를 새기기로 했다. 현판 크기는 가로 390.5, 세로 135㎝에서가로 427.6, 세로113.8㎝로 일부 조정했다.

 

2018년 말에는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남긴 기록인 '영건일기'(營建日記)에서검은 바탕에 금색 글자를 뜻하는 '묵질금자'(墨質金字), '흑질금자'(黑質金字) 등의문구가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 회의와 고증 실험을 반복한 끝에 새 현판은 검은색 바탕에금박을 입힌 글자로 결정됐다. 전통 방식으로 단청을 한 뒤, 글자에금박을 씌운 동판을 덧대는 방식이다.

 

복원 기념식 참관 후기

문화재청 보도자료에 따르면, 광화문 월대 및 현판 복원 기념행사가 15일 오후 5시부터 개최된다고 나와 있다. 언론 기사 상에도 오후 5시부터 기념식이 열린다고 나와 있다. 그래서 오후 4시에 미리 광화문에 나갔다.

 

오후 4시 무렵 월대는 천으로 덮여 있었다.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기념식장에는 의자들만 놓여있을 뿐 사람은 없다. 도로건너 광화문 앞에는 인산인해다. 한복을 차려 입은 관광객들과 광화문 월대를 보려고 몰려든 시민들이다. 하지만 월대 앞 계단에는 천이 덮여있고, 광화문 현판 역시 천으로싸여 있다.

 

사람이 없는 기념식장

 

인산인해로 붐비는 광화문 앞

 

 

430분이 되자 행사스텝들이 분주해졌다. 도로 통제가 시작됐다. 차단막을 도로에세워 차량 통행을 막았고, 광화문 앞에 모여 있던 사람들도 모두 광화문 광장으로 이동하라는 안내 방송이이어졌다.

 

오후 5. 사람들은 도로주위에 자리를 깔고 앉거나 서서 행사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여전히 기념식장은 사람도 없고 조용하다. 기념식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건 오후 6 5분부터다.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월대 복원의 의미를 담은 영상을 상영한뒤 으레 정부 행사에서 빠질 수 없는 기념사와 축사가 이어졌다. 문화재청장의 장황한 기념사와 새로 임명된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의 축사, 그리고 오세훈 서울시장의 판에 박은 듯한 축사가 끝나고 나서야 하이라이트행사가 시작됐다.

 

도로에는 사람들이 늘어섰다.

 

 

월대 복원에 기여하고 문화 발전에 기여한 사람들이 조선시대 연회 때 사용됐다는 사각 유리등 모양의 조명에 불을밝혔다. 여기에 유인촌 장관과 오세훈 시장은 왜 끼웠는지 의아스럽다.이어 광화문을 배경으로 프로젝터로 다양한 모양을 만들어내는 미디어 파사드(프로젝션 맵핑)가 펼쳐졌고, 새길맞이단의 월대 행진으로 행사는 끝이 났다. 이 때가 오후 7시다.

 

이거 하나 보려고 사람들은 추위와 배고픔을 이겨냈다.

 

 

길가에 도열한 사람들은 허탈한 분위기였다. 부모와 함께 나온 아이들은배고프다고 집에 가자고 졸라댔고 과자로 허기를 때웠다. 하지만 볼거리는 광화문에 쏴댄 영상이 전부다. 이거 하나 보자고 2시간 반 동안 사람과 차량 통행을 막았는지 의아스럽다. 행여나 이 중요한 행사에 대통령은 왜 참석하지 않은 건지, 일제에의해 훼손된 우리 문화재 복원 행사가 왜 생색내기에 그쳤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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