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리뷰] 11월 제주는 은빛 물결~ 제주 가을 억새 명소 Top5

10월 말부터 제주 곳곳은 은빛 억새의 세상이다.

10월 초부터 핑크빛을 발하며 피기 시작한 억새는 10월 말부터 절정에 이르면서 11월까지 그 찬란함을 빛낸다.

간혹 제주의 억새를 갈대로 잘못 알고 있는 이들이 있는데, 제주도에선 갈대를 찾아보기 어렵다. 아직까지 보지는 못했지만 혹여 갈대가 잘 자라는 곳인 호수 주변 습지 등에 조금 있을지도 모르겠다.

제주 억새는 곳곳에서 흐드러지게 피어나기에 드라이브를 하다가도 차를 멈추고 사진을 찍게 되는 곳들이 많지만, 억새가 가장 아름다운 곳을 원한다면 약간의 땀방울을 흘려야 한다. 제주 억새 명소 5곳을 소개한다.

1. 산굼부리

산굼부리는 꽤 오래 전부터 제주의 억새 명소 중 하나로 손꼽혀온 곳이다. 한여름엔 초록빛만 강한 데다 햇볕을 피할 곳도 딱히 없어 찾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10월을 전후해선 제주의 필수 코스가 된다.

다른 오름들에 비해 분화구가 큰 것으로 유명한 산굼부리, 분화구 바깥둘레가 2,067m, 안쪽 둘레가 756m, 깊이는 100~146m에 달해 넓은 면적 만큼이나 분화구 안에서 다양한 희귀식물들이 자란다. ‘굼부리’는 제주어로 화산체의 분화구를 의미한다. 이 분화구가 산굼부리의 가치를 빛내는 이유인데, 가을에 산굼부리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억새밭으로만 향한다. 

규모가 크고 제주의 거의 유일하게, 입장료를 받는 오름이라 주차장도 널찍하고 편의시설도 잘 돼 있다. 입구에서부터 정상까지 오르는 길 왼편으로 펼쳐지는 억새에 눈길을 주고 계단을 오르다보면 어느새 산굼부리의 정상이다. 

가장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은 일몰 전후로, 4:00~4:30 사이. 

산굼부리를 방문한다면 억새밭뿐 아니라 거대한 분화구도 한 번 내려다보고, 왼편으로 이어지는 구상나무숲 길도 둘러보는 걸 추천한다. 입장료는 성인 7,000원.

- 주소 : 제주 제주시 조천읍 비자림로 768

- 입장 시간 : 3~6월/9~10월 09:00~18:40, 7~8월/11~2월 09:00~17:40

2. 새별오름 

새별오름은 매년 3월 오름을 태우는 제주들불축제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가을철 은빛 물결을 출렁이는 억새를 빼놓고 새별오름을 얘기할 순 없다. 해발 519.3m, 비고 약 119m로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꽤 높은 오름 중 하나다. 여유롭게 30분 정도는 올라야 정상에 이르니 평소에 운동을 자주 하지 않는다면 작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수도 있다.

탐방로는 주차장과 가까운 왼쪽에서 올라 정상에 오른 후 오른쪽으로 내려오는 걸 추천한다. 억새를 먼저 즐기고 싶다면 오른편에서 오르는 것도 괜찮다. 풍성한 억새는 오른편이 가장 아름다우니 말이다. 오른편에서 오르기 시작할 경우 하늘하늘 억새에 취해 사진을 찍다보면 정상에 오르는 걸 포기하고 싶어질 수도 있지만, 노을이 지는 시간이라면 정상까지 오르는 걸 추천한다. 서쪽 협재해수욕장 너머 비양도를 배경으로 황홀한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계단이 설치된 다른 오름들과 달리 경사로에 친환경 매트와 미끄럼방지 장치 정도만 돼있어 비가 오거나 하면 미끄러울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입장료 없음.

- 주소 : 제주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산59-8

3. 큰사슴이오름(대록산)

큰사슴이오름은 한자로는 대록산이다. 오름에서 백록(사슴)이 노닐었다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한다. 큰사슴이오름은 매년 봄 유채꽃과 벚꽃의 환상적인 꽃길이 만들어지는 녹산로 근처, 유채꽃축제가 열리는 뒤편에 자리하고 있다.

오름의 높이는 해발 474.5m, 비고 125m로, 정상까지 오르려면 새별오름과 마찬가지로 약간의 땀방울이 필요하다. 

오름 입구는 몇 곳이 있는데, 가장 편리한 방법은 유채꽃프라자에 주차하는 것이다. 유채꽃프라자 건물 뒤편으로 가면 오름 입구가 나오고 정상에 올랐다가 다시 돌아오는 코스다. 오름을 오르다보면 쫄븐갑마장길도 겹쳐지는 구간이 있으니 잘못 길을 잡았다가는 쫄븐갑마장길을 걷게 될 수도 있다.  

오름 탐방로에는 계단이 설치돼 있고, 정상까지 오르는데는 약 30~40분 정도 소요된다. 오름 정상에서는 주변의 흰색 풍력발전기와 더불어 제주 동쪽의 오름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만만치 않은 높이라 오름 정상까지 오르는 게 부담스럽다면 오름 등반로 입구에서 억새만 즐겨도 된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모두 억새 인생샷 하나 정도는 남길 수 있는 억새 천국이다. 입장료 없음.

- 주소 :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녹산로 464-65 (유채꽃프라자)

4. 궁대오름

궁대오름은 제주도민들조차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잘 알려지지 않은 오름이다. 하지만 딱 10분만 오르면 이내 정상이고, 억새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다.

분화구전망대로 향하는 탐방로 양편이 모두 억새 세상이고, 전망대에서는 제주 동쪽 뷰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오름의 다른 쪽도 보고 싶다면 올랐던 길과 반대편으로 내려오면 되는데, 마치 깊은 숲 속 어딘가에 와있는 느낌마저 들 정도로 억새 풍경과는 또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궁대오름을 찾아가려면 내비게이션에 ‘제주자연생태공원’을 치면 된다. 제주자연생태공원으로 들어가 오름 탐방로 입구를 찾으면 된다.

제주자연생태공원에는 2024년 1월 입도한 반달가슴곰 4마리도 살고 있다(달곰이(암컷), 반달이(수컷), 일곰이(암컷), 웅이(수컷)).

궁대오름은 해발 238.8m, 비고 54m. 입장료 없음.

- 주소 :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금백조로 448 (제주자연생태공원)

5. 다랑쉬오름과 아끈다랑쉬오름

다랑쉬오름과 아끈다랑쉬오름은 서로 마주하고 있는 두 오름이라, 이곳을 방문한다면 두 오름을 함께 오르는 게 좋다. 그렇다면 어느 오름을 먼저 오르는 게 좋을까? 다랑쉬오름보다 살짝 작은 오름인 아끈다랑쉬를 먼저 오르는 걸 추천한다. 높이도 낮은 데다 오름 진입로부터 억새 풍경이 시작돼 단숨에 정상까지 이를 수 있다. 아끈다랑쉬오름을 내려와 맞은편의 다랑쉬오름으로 향하면 방금 올랐던 아끈다랑쉬오름이 오름을 오르는 내내 따라온다.

‘다랑쉬’라는 명칭은 분화구가 마치 달처럼 둥글게 보인다 해서 붙여졌다는 설과, 높다는 의미의 ‘달’에 봉우리의 의미를 갖고 있는 ‘수리(쉬)’가 합쳐져 만들어졌다는 설이 함께 전해진다. 

다랑쉬오름은 정상에 올라 눈에 담는 풍광도 멋지지만 115m로 압도적인 깊이를 자랑하는 분화구가 특히 멋지다. 아끈다랑쉬오름은 해발 198m, 비고 58m, 다랑쉬오름은 해발 382.4m, 비고 220m. 입장료 없음.

- 주소 : 제주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산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