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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IMF의 씁쓸한 기억과 소주 한 잔의 달콤쌉싸름한 맛 《소주전쟁》

[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국민 술로 불리는 소주에 대한 기억은 누구에게나 이분법적이다. 달콤한(?) 맛과 숙취 때 느끼는 씁쓸한 울렁거림의 기억이 양분한다. 이를 영화로 만든 작품이 최근 개봉했다. <소주전쟁>이다. IMF 외환위기라는 뼈아픈 현대사를 배경으로 소주회사를지키려는 이와 삼키려는 이가 대립하는 과정을 극적으로 풀어냈다. 소주와 참 잘 어울리는 배우 유해진이고군분투했다.



소주와 IMF는 씁쓸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민 술 소주를 매개로, 자본주의의 잔혹한 현실과 그 안에서 일반 직장인들의 애환이 한 잔의 독주처럼 쓰게 다가온다. IMF가 몰고 온 국가 경제 위기 속, 회사와 가정이 도미노처럼 무너지던 시절. 영화는 서로 다른 가치관을가진 사람들의 충돌과 화해를 통해 그 시대의 상처를 정면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소주 전쟁이지만 패를다 까보면 결국 사람들 사이의 먹고 먹히는 전쟁이다.

 

영화에서 국보 소주라는 가상의 기업이 등장하지만 실존하고 있는 진로 소주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1970년대 소주시장 1위로 승승장구하던 진로가 IMF 직후 경영난에 빠진다. 영화의 스토리처럼 무리한 사업 확장이그 이유다. 알짜배기였던 소주회사는 무분별한 사업 확장과 외환위기라는 외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위기에봉착했다.

 

외자 유치 자문을 맡았던 골드만삭스는 진로의 내밀한 정보에 접근한 뒤 헐값에 채권을 매집해 최대 채권자로 부상했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회사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 진로는당시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었음에도 부실채권 헐값 매집으로 인한 구조조정 압박을 피하지 못했고, 2005년하이트에 매각되며 사라지고 하이트 진로로 재탄생한다. 헐값에 매입한 채권을 통해 골드만삭스는 실제로1조 원이 넘는 차익을 챙겼다.

 

소주전쟁은 실제 진로그룹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영화는 실제 진로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지만, 사실을 기반으로 하되허구를 섞어 극적 몰입감을 높였다. 외국 자본을 대표하는 캐릭터도 실명을 배제하고 상징적으로 표현됐다. IMF 당시 골드만삭스와 진로그룹의 얽히고설킨 현실을 떠올리면, 영화속 스토리의 긴장감이 한층 더 깊어진다. 현실을 아는 관객이라면 극 중 인물의 대사와 행동 하나하나가더욱 아프게 파고든다.

 

영화를 보며 감정이입이 되는 중년도 많을 것이다. “회사를 살리겠다며 급여도 포기한 채 열심히 사무실에 출근하던 과거, 회사는 부도가났지만 컵라면으로 때우면서 버텼던 그 시절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치는 직장인들도 있을 터이다. 소주한 잔처럼 달기도 쓰기도 한 감정이 교차하는 스토리는, IMF라는 시대적 트라우마를 겪은 수많은 이들에게당시의 아픔과 치열함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그 시절, 국가·기업·가정이 줄줄이 무너지며 삶이 송두리째 흔들렸던 경험은 많은 이들에게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아 있다.

 

소주는 부드럽고 후레쉬할까?

 

 

영화는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으면 무엇이든 돈벌이가 된다는 인범과, 회사를 구하려는 신념에 찬 종록의 대립을 통해 자본주의와충성심, 그리고 신·구세대 가치관의 충돌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특히 극 후반부 인범이 종록의 인간미에 영향을 받아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은,냉혹한 돈의 논리 속에서도 인간적 관계가 남긴 흔적을 조명한다.

 

영화를 본 후에 안 사실이지만 <소주전쟁>은 작품 외적으로도 뜨거운 논란이 됐다. 당초모럴해저드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시나리오 작업은 박현우 작가와 최윤진감독이 함께 진행했으나, 제작 과정에서 박 작가가 원작자임을 주장하며 법적 다툼으로 번져 결국 법원이제작사 손을 들어주며 <소주전쟁>은 국내 영화최초로 감독 이름 없이 개봉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소주전쟁>은과거 IMF가 남긴 상처를 소주라는 상징으로 풀어낸 동시에, 영화제작 과정에서 드러난 저작권 분쟁까지 더해져 현실과 영화가 기묘하게 맞닿았다. IMF라는 잊지 못할비극의 역사와 자본주의의 민낯, 그리고 사람들의 피땀 어린 사연은 영화의 픽션을 뛰어넘어 현재에도 여전히유효하다. IMF로 무너진 많은 이들의 삶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소주전쟁>은 그 시절의 눈물과 분노, 그리고아픈 교훈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쓴맛 속에서도 끝까지 사람 냄새를 놓지 않은 이야기는 소주맛을 아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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