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공간과 시간에 담긴 사람 이야기, 대온실 수리 보고서
리뷰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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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9 10:08
[리뷰타임스=윤지상(수시로) 기자] 김금희의 장편소설 <대온실 수리 보고서>는 읽는 내내 오래된 건물 안을 천천히 거니는 듯한 기분을 주는 작품이다. 표면적으로는 창경궁 대온실을 보수하는 일이 줄기처럼 흐르지만, 실제로는 한 사람의 기억과 상처, 그리고 우리 사회가 지나온 시간을 세밀하게 복원해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의 줌심인 창경궁 대온실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시간의 무게를 품은 인물처럼 느껴진다. 철과 유리 그리고 나무로 만들어진 공간에 남겨진 흔적이 주인공 영두의 성장 과정, 또 다른 온실이었던 낙원하숙에서의 만남, 문자 할머니라는 인물의 이방인적 정체성과 겹쳐지면서, 독자는 건물과 사람이 서로의 기억을 비춰주는 거울임을 느끼게 된다.
김금희 특유의 잔잔하면서도 날카로운 문장은 인물들의 감정을 조심스럽게 따라가게 만든다.외로움, 불신, 상처, 그리고 회복은 큰 사건으로 폭발하기보다는 미묘한 눈빛과 대화, 공간의 공기 속에서 스며 나오는데, 그래서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읽고 나면 “과거는 이미 지나갔다”라는 생각이 허물어지고, 오히려 과거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삶에 조용히 말을 걸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대온실 수리 보고서>는 잊힌 역사와 개인의 기억을 함께 바라보며, 우리가 어디에서 와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질문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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