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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락편지 1374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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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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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폿』은
무작위로 다양한 꽃이 피어나는 유전자 변형 반려 식물, '펫폿'이 인기를 끄는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재윤이는
원예가 취미인 '식물 덕후'지만 유행 중인 펫폿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자연의 식물들에 더 마음이 가는 데다가 희귀하지 않은
평범한 꽃이 피어나면 키우던 펫폿을 마구 버려대는 사람들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펫폿이 존재하지
않지만, 그 무작위성이나 상품으로서의 성격은 무척 익숙합니다. 최근 '랜덤'이라는 요소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행이 되었습니다. 아이돌 앨범에 포함된 포토 카드에서부터 과자나 빵에 들어있는 캐릭터 스티커, 여행이나 명품 소비에 이르기까지
소비를 일상과 놀이와 연결시키는 '랜덤' 문화는 Z세대의 라이프스타일과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소비를 직접
선택하는 것보다 우연성에 맡기는 것이 더 재미있고 트렌디하다고 느끼는 이 새로운 문화적 움직임에는 어두운 면도 있습니다. 때로는
사행심과 과잉 소비로 이어지기도 하고, 희소한 랜덤 굿즈가 고가에 거래되면서 시장 생태계를 망가뜨리기도 합니다. 친구가 잠시
맡아달라고 부탁한 희귀한 펫폿을 실수로 잃어버린 후 어쩔 수 없이 펫폿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재윤이도 동일한 문제에
직면합니다. 잃어버린 것과 같은 종류의 펫폿은 너무 값비싸 구하기가 어려웠던 탓에 재윤이는 직접 그 식물을 길러내기로 결심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펫폿을 유기하게 됩니다. 재윤이를 비롯한 수많은 이들이 유행에 따라 소비하고 결국에는 책임감 없이 버린 펫폿들은
끔찍한 형태의 괴물이 되어 사람들을 해치기 위해 돌아옵니다.
재윤이의 친구를 포함한 사람들이 하나둘 실종되고, 야산에서는 시신들이 발견되지만 기업과 정부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 사건은 입막음을 당해 어둠 속에 묻힙니다. 과연 재윤이와 펫폿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소비
문화에 대한 비판, 친구와의 우정, 약자 간의 연대와 정의로운 행동의 중요성.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마주하게 될
인문·사회적 메시지가 빼곡하게 들어찬 이 이야기는 흥미진진할 뿐만 아니라 독자의 양심을 콕콕 찌르는 현실의 요소들이 섬세하게 섞여
있습니다. 연예인을 따라, 유행을 따라, 결국에는 쓰레기가 될 물건들을 사들이고 또 버리는 자신의 모습에 실망을 느낀 적이
있다면 재윤이와 친구들의 모험을 함께해보시기를 권합니다.
- 배승연 (청소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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