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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락편지 1350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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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존재를 사랑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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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핫스팟: 우주인 출몰 주의!>라는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고 있습니다. 일본 야마나시현의
작고 오래된 호텔에서 일하는 주인공은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싱글 맘입니다. 그러나 직장 동료 다카하시 씨가 실은 지구인으로
위장한 우주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평화롭던 나날에 작은 균열이 생깁니다. 우주인이라는 SF 소재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이
드라마의 장르는 일상 코미디입니다. 처음에는 우주인의 존재를 믿지 않거나 낯설게 여기던 사람들이 점점 자신과 다른 존재를 포용하고
배려하며 자연스레 어울려 살아가게 되는 과정이 인상 깊습니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친구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 주변에는 먼
지방에서 온 사람도 많고, 요즘은 외국에서 온 사람이 한마을에 사는 경우도 있으니까... 그런 거랑 비슷하지 않아?"라고요. 이
말에 우주인의 존재를 너무 가볍게 받아들이는 것 아니냐는 타박을 듣기는 해도, 제게는 이 '가벼운 태도'가 더없이 산뜻하고
진실되게 느껴졌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고자 하는 제11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 『아가미에 손을 넣으면』도 이런 마음에 관한 책입니다.
『아가미에 손을 넣으면』은 국내 최초의 어린이 청소년 SF소설 상인 한낙원과학소설상의 열한 번째 수상 작품집입니다. 제11회 대상 수상작인 「아가미에 손을 넣으면」을 비롯해, 수상 작가의 신작과 우수상 수상작 세 편을 엮었습니다. 표제작인 「아가미에 손을 넣으면」에서는
외계 행성에 불시착한 지구인 '유나'를 만나며 생기는 변화와 성장을 케토라 행성인인 '나'의 시각에서 풀어 나갑니다. 생김새,
언어, 삶의 형태, 가족이나 사랑의 개념까지 모든 것이 서로 다른 존재들 사이에서도 우정은 피어나기 마련입니다. 그 새롭지만
익숙한 형태의 우정이 피어나는 순간을 섬세한 감성과 SF적 상상력으로 그려낸 이 책은 낯선 대상에게서 각자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우리의 곁에도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 노동자 등 주류 사회에서 낯설게 느껴지는 존재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때로는 우리 자신이 그런 존재이기도 합니다. 타자를 환대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서로 다른 존재를 있는 그대로
포용하는 삶의 방식을 알고 있다면 우리의 삶은 조금 덜 외로워지지 않을까요. 더 넓고 다채로운 세상을 살아가야하는 미래의
사람들에게 든든한 가이드가 되어주는 이야기를 가득 담은 이 책을 만나보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 배승연 (청소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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