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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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리뷰] 제주의 속살과 만나는 여행~ 한 달에 두 번 ‘제주 에코투어’

[리뷰타임스=라라리뷰어] 제주도에는 1만원, 또는 1만 5,000원의 비용으로 1일 투어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적지 않다. 참가비를 내긴 하지만, 투어팀을 운송할 대형 버스 대절에 중식, 게다가 생수까지 제공하니 무료 투어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단체 등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정기성을 갖고 진행되기에 일정을 미리 체크해두면 자신의 여행일정에 맞춰 지질, 식생, 문화 등 제주에 관한 여러 전문가들의 해설이 함께하는 알찬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제주의 문화와 역사 투어를 주로 진행하는 (사)제주문화역사나들이는 3월부터 11월까지(한창 더운 7~8월 2개월 제외) 매월 1회 제주문화투어 또는 제주역사투어를 진행한다. 참가비는 1만원으로 중식비가 포함돼 있다. 제주시의 집결지에 모여 대형 버스로 출발하고, 점심은 투어 코스 중간의 식당에서 먹는다. 투어 프로그램의 초점이 테마에 맞춰져 있어 버스를 타고 테마와 관련된 장소들을 이동하며 해설을 듣는 방식이다.

 

이와 달리 제주의 대표 신문 중 하나인 한라일보가 매월 2회 진행하는 에코투어는 제주의 생태를 찾아 걷는 워킹투어 프로그램이다. 제주시의 집결지에 모여 버스를 타고 투어 시작 지점으로 이동한 후 약 11km 내외를 걷는데, 그냥 걷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전문해설사가 동행해 다양한 해설을 해준다. 해설을 듣는 것도 좋지만, 몇 번 정도 제주를 여행한 관광객들은 잘 모르는 숨겨진 곳들을 찾아다니니 최고의 제주 여행이라 할 수 있다. 참가비는 1만 5000원으로, 중식비가 포함돼 있다. 제주문화역사나들이와 달리 이 프로그램은 오름, 곶자왈 등 제주의 자연 속을 탐방하는 것이라 중식으로 도시락이 제공된다.

 

이외에도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등 박물관에서 운영하는 1일 투어 프로그램도 있는데, 비정기적인 경우가 많아 여행자가 일정을 맞추기는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투어에 참가하려는 제주도민들이 많아 투어 공지가 나오면 몇 시간 만에 마감이 끝나버리기도 한다.


* 제주문화역사나들이 투어 프로그램 링크 : http://jejuculhis.com

* 한라일보 에코투어 링크 : https://ecotour.ihalla.com


감탄스러운 비경을 보여준 광치기해안

 

이번에 참가한 프로그램은 한라일보의 제11차 에코투어로, 신양섭지해수욕장을 출발해 섭지코지 해안가를 따라 광치기해변까지, 그리고 다시 오조리 내수면 뚝방길을 거쳐 식산봉까지 약 11km를 걸었다. 운이 좋았던지 겨울 한파가 오기 직전, 햇볕 쨍쨍한 최고의 가을 날씨를 선사해 주었다.


한라일보의 제11차 에코투어 루트

 

에코투어의 출발 ‘신양섭지해수욕장’

11월 15일 토요일 오전 8시, 집결지인 제주시 종합운동장을 출발해 신양섭지해수욕장에 도착하니 정각 9시다.

화장실 등을 들르고, 신양섭지해수욕장 입구에서부터 해안로를 따라 섭지코지로 향했다.

 

섭지코지는 자주 갔던 곳인데, 늘 주차장에 차를 대고 언덕 위에서만 풍경을 즐겼기에 신양섭지해수욕장을 가까이서 대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꼭 한 번 와봐야지 했는데, 이제야 오게 된 것이다. 

 

신양섭지해수욕장

 

신양섭지해수욕장


날이 너무 좋아 신양섭지해수욕장은 기대 이상으로 최고의 풍광을 보여주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모래사장 길이가 부산 해운대의 절반 정도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파래가 많이 밀려오고 해변이 좁아 해수욕을 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점이었다. 신양리 출신인 해설사님에 따르면 방파제를 만들고 난 후 바닷물이 제대로 순환되지 않아 해수욕장 기능이 이미 상실돼 버렸다 한다. 지금이라도 방파제와 양식장을 없앤다면 신양해수욕장이 원래의 모습을 충분히 복원할 수 있다며 많이 아쉬워했다.

 

신양섭지해수욕장

 

신양섭지해수욕장

 

제주의 전통 어로 ‘원담’

아쉬움을 뒤로 하고 가을 정취를 한껏 느끼며 걷다 만난 첫 번째 지점은 원담이다. ‘원담’은 제주의 전통적인 어로 방식으로 밀물 때 밀려들어온 고기를 썰물 때 쉽게 잡던 곳이다. 그런데 신양리의 원담은 제주 다른 지역의 원담과 달리 해녀들이 물질을 하며 잡은 전복이나 뿔소라 등을 보관하는 장소로도 자주 사용되었다 한다. 

 

신양섭지해변에 있는 제주의 전통 어로 ‘원담’


해녀들의 사랑방 ‘불턱’

신양섭지코지 해변을 따라 걸으며 해녀 불턱도 세 번이나 만났다. 복당여불턱, 큰여불턱, 솜밭알불턱으로, ‘큰여불턱’은 규모가 꽤 커서 많은 해녀들이 사용할 수 있었던 곳이라 한다. ‘불턱’은 해녀들이 옷을 갈아입고 바다로 들어갈 준비를 하는 장소인데, 단순한 해녀탈의실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곳이다. 해녀들은 물질을 갈 때 함께 지고 온 장작으로 불턱 한가운데 불을 피워 바다 속에서 차가워진 몸을 데웠고, 물질 작업이나 물질 방법 등 물질 관련 정보와 기술도 불턱에서 서로 주고받았다. 뿐만 아니라 마을의 해녀들이 모두 모이는 공간이다보니 마을의 온갖 소식이 모이는 사랑방으로도 역할했다. 현대화된 해녀탈의실이 들어선 후 해녀불턱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에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다. 한 마을에도 여러 곳에 불턱이 있는 건, 마을마다 수백 명에 달하는 해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해녀들의 사랑방 ‘큰여불턱’


섭지코지입구에서 만난 화산분출의 흔적

왼쪽으로 휘닉스아일랜드를 끼고 해안로를 따라 걸으니 어느새 섭지코지 언덕으로 향하는 입구다. 그런데 이 입구에 섭지코지 화산분출의 중요한 흔적이 남아 있다. 

 

섭지코지입구에서 만난 화산분출의 흔적

 

섭지코지는 5개 이상의 화산체가 연속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곳으로, 선돌바위와 붉은오름도 이들 화산체 중의 하나라 한다. 선돌바위와 붉은오름 정도만 수면 위로 올라와있는 화산체이고, 나머지 화산체들은 용암 하부에 존재한다는 것. 또한 섭지코지 일대에는 최소 10개 이상의 마그마 통로가 있는데, 선돌바위처럼 수직의 원기둥 형태로 마그마가 상승하다가 솟은 지형이 되기도 하고, 원기둥 형태로 상승하다가 지표에서 깔때기처럼 벌어지며 화산활동을 일으키기도 했으며, 화산체는 만들지 않고 마그마가 곧바로 용암으로 흘러간 흔적도 있다 한다. 1개의 화산체인 줄로만 알았던 섭지코지가 5개 이상의 연속적인 화산체의 분포로 확인된 건 지난 2020년의 연구 결과란다. 사실 제주도의 지질은 연구가 끊임없이 진행되면서 지질학자들조차 그동안 알고 있던 지식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사진 속 등대 앞으로 우뚝 솟은 바위가 선돌바위다. 


섭지코지의 선돌바위

 

섭지코지는 늘 관광객이 붐비는 곳이지만, 이날은 특히 날씨가 화창한 데다 바람도 불지 않아 등대로 향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현재 흉물처럼 폐허가 돼 있는 올인하우스는 최근 관련 문제가 모두 해결돼 조만간 오래 전 올인하우스의 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예정이라 한다.


원형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는 유일한 문화유적 ‘협자연대’

오른쪽 바다의 선돌바위를 눈에 담으며 걷다보니 나타난 협자연대. ‘연대’는 과거 횃불과 연기로 정치 및 군사적으로 급한 소식을 전하던 통신수단이다. 섭지코지의 협자연대는 북쪽으로 오소포연대(직선거리 4.5km), 성산봉수대(직선거리 3.2km)와 서쪽으로 말등포연대(직선거리 5.2km)와 교신했었다 한다. 협자연대는 제주도에 남아 있는 연대 중에서도 원형이 거의 훼손되지 않고 남아있는 연대라고 한다. 협자연대 앞에 서니 섭지코지 등대와 성산일출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섭지코지의 협자연대

 

유민아르누보뮤지엄은 세계적인 건축가인 안도 타다오의 작품으로 유명하지만 섭지코지에 올라서 볼 때마다 성산일출봉을 가리는 이 건축물이 그리 아름답게 만은 보이지 않는다.

 

협자연대에서 보이는 풍경

 

섭지코지를 내려와 투어팀은 광치기해변으로 향했다. 이제부터는 성산일출봉이 멋진 이정표가 되어 준다.

앞만 보고 걷다가 우연히 마주한 꽃밭. 제주의 10월을 빛내주는 가을꽃 갯쑥부쟁이가 잔잔하게 지면을 덮고 있다. 모두들 갯쑥부쟁이에 취해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아무데나 털썩 주저앉아도 기분 좋은, 어느 가을 멋진 날이다.

 

제주의 10월을 빛내주는 가을꽃 갯쑥부쟁이


휴식은 잠시, 또다시 걷기 시작하니 작은 포구가 하나 모습을 드러낸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듯한 나무뗏목 같은 제주의 전통 배 테우가 한 척 있다. 신양리에는 조금 더 큰 포구가 하나 더 있는데, 이 포구는 테우가, 다른 포구는 일반 고깃배가 주로 이용했다 한다. 


쉽게 만나기 힘든 비경 ‘광치기해안’

광치기해변이 가까워지자 눈을 뗄 수 없는 비경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광치기해안의 비경

 

오랜 시간의 파도와 자갈이 만들어낸 포트홀(돌개구멍)은 사계리의 포트홀보다 훨씬 웅장하다. 그러다 다시 모래해변이 이어지고, 우리는 해변 근처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한다. 

 

광치기해안의 포트홀(돌개구멍)

 

버스에서 나눠준 도시락을 여니 밥, 돈가스와 생선까스, 새우까스 등 육류, 그리고 반찬이 담긴 세 개의 박스로 구성돼 있다.

 

에코투어의 점심도시락

 

광치기해변은 나도 자주 갔던 곳인데, 진짜 비경은 광치기해변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었다. 이곳은 섭지코지를 빠져나와 성산일출봉 방향으로 약 500여미터 지점이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광치기해변에 주차하고, 그곳에서만 머물다 가니 이런 비경을 마주하기 어렵다.

 

관광객들이 주로 모이는 광치기해변


철새들의 안식처 ‘오조리 포구’

느긋한 점심식사를 마치고 광치기해변까지 걸은 후, 우리는 성산일출봉으로 향하지 않고, 오조리의 내수면 뚝방길로 접어들었다. 이곳은 제주올레 2코스이기도 해서 나도 여러 번 걸었던 곳이다. 매번 올 때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아름답다.

 

오조리 내수면 뚝방길

 

오조리 내수면 뚝방길

 

뚝방길을 따라 걸으니 어느새 드라마 ‘웰컴투삼달리’의 럭키편의점으로 유명해진 오조리의 돌창고다. 물이 많이 빠져 있어 징검다리를 건너듯 바다를 건넌다. 오조리는 요즘 철새가 많아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모두 AI 차단 방역 발판을 밟고 지나가야 한다.


오조리의 철새들

 

오조리의 용천수 ‘족지물’

마을길을 돌아 들어가니 오조리의 용천수인 족지물이다. 올레길을 걸을 땐 자세히 보지 않고 지나쳤는데, 해설사님이 이곳에서도 설명을 곁들여 주신다. 위쪽은 여탕, 아래쪽은 남탕으로 구분해 사용된 목욕탕으로, 용천수의 가장 윗부분에 자리한 물은 식수로도 사용하고, 야채를 씻기도 했던 곳이다. 지금은 여름철 지역민들이 사랑하는 물놀이 쉼터다. 용천수는 바닷물이 아니기에 한여름에도 얼음장처럼 시원하다.

 

오조리의 용천수 ‘족지물’

 

오조리는 갯벌이 넓고 조용한 마을이라 겨울 철새들의 먹거리가 풍부한 곳이다. 이곳 주민들은 다른 지역과 달리 스스로 나서 습지보호구역 지정을 요청했고, 2023년 12월 환경부로부터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받았다.


희귀식물 황근 자생지 ‘식산봉’

오조리 뚝방길을 따라 끝까지 걸으면 작은 오름인 식산봉과 만난다. 이날 투어의 마지막 코스다. 당초 계획은 식산봉도 오르는 것이었으나 시간이 지체되는 바람에 오름은 등반하지 않았다. 사실 식산봉은 약 60m 정도의 낮은 오름이어서 오르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다. 식산봉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건 노란 무궁화라고도 불리는 희귀식물인 황근이다. 식산봉은 제주도의 유일한 황근 자생지로, 꽃이 피는 7~8월경에 찾으면 노랗게 만개한 황근을 만날 수 있다. 꽃은 없지만 가을의 황근은 잎이 예쁘게 물들어 단풍을 거의 볼 수 없는 제주에서 독특한 가을 정취를 멋지게 선사해 주었다.

 

희귀식물 황근 자생지 ‘식산봉’

 

가을빛으로 물든 황근 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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