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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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엘리의 도시는 말한다]㉞시애틀 - 스타벅스와 아마존이 만든 도시 브랜드

스타벅스와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미국 시애틀 / 사진 픽사베이
스타벅스와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미국 시애틀 / 사진 픽사베이

현대의 도시는 단순한 생활공간이 아닌 경제 전략의 최전선이다. 세계 각국은 도시 브랜드를 기반으로 투자 유치, 글로벌 인재 확보, 스타트업 생태계 형성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름’은 곧 ‘전략’이며, 도시 간 경쟁력의 상징적 신호로 기능한다. 본 연재는 글로벌 도시의 지명 유래를 통해 경제, 역사, 문화, 외교의 맥락을 통합적으로 조명하고, 독자에게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장엘리 동명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 장엘리 동명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

커피가 도시의 언어가 된 순간 – 스타벅스

비가 자주 내리는 도시. 하늘은 대부분 흐리고, 햇빛은 드문 손님의 방문처럼 가끔만 스쳐 지나간다.

시애틀의 아침을 떠올려 보면, 우산 대신 레인코트와 패딩, 손에 꼭 쥔 커피컵이 먼저 생각난다. 이때의 커피는 단순한 카페인이 아니라, 도시의 하루를 부드럽게 여는 일종의 언어에 가깝다.

1971년 문을 연 스타벅스 1호점 모습 / 사진 스타벅스  1971년 문을 연 스타벅스 1호점 모습 / 사진 스타벅스 

1971년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 문을 연 작은 매장에서 시작된 스타벅스는 처음부터 거대한 글로벌 브랜드를 꿈꾸지 않았다. 좋은 원두를 들여와 지역 사회 안에서 더 나은 커피 문화를 소개해보려는 소박하지만 강한 의도를 가진 로컬 브랜드였다.

그런데 이러한 생활상은 예상보다 훨씬 폭넓게 바뀌었다. 사람들은 집과 사무실 사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제3의 공간에서 커피를 천천히 음미하기 시작했고, 매장의 조도, 음악, 목재의 온기, 손에 닿는 컵의 열기 등 모든 요소가 시애틀의 일상에 스며들었다. 

시애틀은 그야말로 ‘머무는 시간’의 정당성을 다시 배웠다. 잦은 비와 흐린 하늘은 사람들이 실내에 모이게 했고, 카페는 우발적 만남과 사색, 느긋한 대화 등을 허용하게 됐다. 프리랜서의 노트북, 대학생의 책, 연인의 대화, 직장인의 회의 준비까지 시애틀의 서로 다른 라이프스타일은 커피 향과 자연스럽게 포개졌다.

브랜드 관점에서 스타벅스는 시애틀과 함께 공동 브랜드(co-brand)를 형성했다. 스타벅스가 확장될수록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시애틀을 떠올렸고, 시애틀은 스타벅스를 통해 '사색적이며 문화적인 도시'라는 감정적 이미지를 획득했다.

흥미로운 점은, 스타벅스의 성공이 처음부터 ‘글로벌’이 아닌 매력적인 로컬성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이다. 이 로컬성이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기에 세계로 수출될 수 있었다.

결국 스타벅스가 시애틀에 남긴 가장 중요한 유산은 커피 그 자체가 아니라 도시에 머무는 방식에 대한 상상력이었다. 도시의 사람들은 커피 한 잔을 들고 천천히 걸으며 자신의 속도를 스스로 선택하는 문화를 갖게 되었다. 시애틀의 거리에서 흔히 보이는 종이컵 하나에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시애틀식 라이프스타일이 담겨 있는 셈이다.

아마존이 설계한 도시의 속도

시애틀의 또 다른 얼굴인 아마존은 전혀 다른 시간과 리듬을 도시 안에 불어넣었다. 스타벅스가 ‘머묾의 미학’을 제안했다면, 아마존은 ‘속도와 확장’의 논리로 도시의 구조를 다시 짰다.

온라인 서점 아마존이 시작된 첫 사무실 모습 / 사진 아마존 온라인 서점 아마존이 시작된 첫 사무실 모습 / 사진 아마존

아마존은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했고, 지금은 전자상거래 기업이라는 말로 설명하기에 너무 큰 회사로 거듭났다. 클라우드(AWS), 물류, 인공지능, 콘텐츠, 스마트 홈에 이르기까지 현대의 일상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디지털 인프라에 아마존이라는 이름을 새겼다.

아마존의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시애틀이다. 아마존의 성장은 시애틀이라고 하는 도시의 물리적 풍경을 빠르게 바꾸었다. 다운타운과 사우스 레이크 유니언 지역은 아마존 캠퍼스와 함께 고밀도 복합지로 변모했고, 새로운 오피스 타워, 주거 시설, 공유 오피스, 스타트업 허브 등이 줄지어 등장했다.

시애틀은 조용한 항만도시에서 테크 허브로 재정의되었다. 이 과정에서 도시의 시간은 더욱 빨라졌다. 교통량의 변화, 부동산 가격 인상, 인구 유입 증가, 직업 구조 변화 등을 이끈 것에 포함된 새로운 키워드는 바로 ‘가속’이다.

아마존에 모여든 개발자, 데이터 과학자, 디자이너들은 효율과 최적화를 전제로 움직인다. 그들의 속도는 도시 생활의 리듬까지 확 바꿔놓기 시작했다.

아마존 스피어(Spheres)는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시각화한 건축물이다. 유리 돔 속 인공 정글과 개방형 협업 공간은 테크 기업이 그리는 새로운 일·삶의 이상형을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묻는다.

“도시의 중심을 설계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떤 리듬에 맞추어 살아가고 있는가?”

도시 브랜딩은 언제나 빛과 그림자를 함께 가진다. 아마존은 혁신과 번영의 상징이지만, 주거 비용 상승과 계층 간 공간적 분리라는 그늘도 남겼다.

그럼에도 아마존은 시애틀을 '디지털 경제의 실험실'로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기술 기업, 스타트업, 글로벌 인재들은 ‘시애틀’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이곳을 주목하게 됐다.

시애틀이라는 브랜드의 조건

시애틀 스카이라인 / 사진 픽사베이 시애틀 스카이라인 / 사진 픽사베이

오늘날 시애틀을 말할 때 스타벅스와 아마존을 제외하고 설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스타벅스가 도시의 향기와 정서를 만들었다면, 아마존은 도시의 속도와 구조를 설계했다. 두 회사의 서로 다른 리듬이 충돌 대신 공존하며 시애틀이라는 브랜드를 생성했다.

하늘은 늘 흐리지만, 도시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밝은 아이디어들이 오간다. 항구와 산, 호수 사이에 자리한 그 풍경 속에서 AI와 클라우드 서버가 쉬지 않고 돌아간다. 스타벅스의 나무 테이블 위 머그컵 옆에서 아마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담은 파워포인트가 동시에 펼쳐진다. 한쪽은 인간적인 온기와 사색의 여백을, 다른 한쪽은 알고리즘과 데이터의 가속을 상징한다.

이 상반된 리듬이 충돌하지 않고 도시 안에서 균형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시애틀이 언제나 ‘사람 중심의 기술’과 ‘문화 중심의 비즈니스’를 동시에 고민해온 도시였기 때문이다.

시애틀의 핵심 가치는 균형이다. 자연과 산업, 기술과 인간, 로컬과 글로벌이 서로를 침식시키지 않고 조율되는 도시. 스타벅스의 나무 테이블과 아마존의 유리 돔 사이에는 이 도시가 견지해온 보이지 않는 철학이 있다.

바로 '편리함 속의 사색, 혁신 속의 휴식'이라는 시애틀만의 도시 정신이다.

Epilogue - 우리의 도시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스타벅스와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미국 시애틀 / 사진 픽사베이 스타벅스와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미국 시애틀 / 사진 픽사베이

커피 한 잔을 들고, 클라우드 서버가 돌아가는 소리를 듣는 도시. 사색과 혁신이 공존하는 풍경. 시애틀은 오늘의 세계가 지향하는 균형 잡힌 미래 도시의 축소판처럼 존재한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질문은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돌아온다. “우리의 도시는, 어떤 기업의 철학을 닮아가고 있는가?”

도시는 스스로 변하지 않는다. 도시에 리듬을 부여하는 것은 결국 사람과 기업, 그리고 정책의 선택이다. 시애틀이 두 개의 리듬 위에서 새로운 미래를 실험해온 것처럼 우리의 도시 역시 지금 이 순간, 다시 쓰이고 있다.

장엘리 동명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 labmoneta618@gmail.com 

※ 외부 기고는 콕스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장엘리 교수는 동명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이자, 국립외교원/외교부  외래교수,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전략 컨설팅사 랩 모네타(Lab MoNETA) 대표 컨설턴트다. 방송 및 언론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가진 그는 삼표그룹 홍보팀장을 역임했고, 한국경제TV, 내외경제TV, 아리랑TV 등에서 앵커 및 콘텐츠 기획자로 활약했다.

현재는 도시 기반의 경제 커뮤니케이션 전략, 스타트업 국제 진출 컨설팅, 글로벌 IR 피칭 등을 지원하며,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을 연결하는 실전형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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