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리뷰] 동경과 질투로 서로의 삶을 꽉 채운 인연, <은중과 상연>
2025년작,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15부작
감독 조영민
출연 김고은 박지현, 김건우 등
줄거리 10대부터 함께한 은중과 상연. 동경과 질투, 애증이 20대, 30대를 채우다 결국 돌이킬 수 없이 멀어졌다. 이제 마흔셋. 은중은 상연의 마지막 여정에 동행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드라마가 오픈하고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쏟아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적지 않은 나이에 다다른 지금 이 이야기를 접하게 되어 참으로 좋다.
인생의 후반부에 오니 참 많은 인간 관계가 나를 둘러싸고 있음을 알게 되고, 그관계들이 어떻게 한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게 된다. 아마 이 드라마가 아니었다면 그렇게 나를 돌아보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드라마의 큰 줄거리는 은중과 상연이 10대부터 40대까지 3번의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게 하는 사건들과 감정들이 버무려진여자들의 성장 이야기다. 그들은 참 많은 순간 서로의 삶에 깊숙이 스며들어 많은 부분을 공유하며 사랑하고미워하게 한다.
그 속에서 드라마는 참 많은 것들을 담아냈다. 굵직한 것만 짚어도가정과 학교의 편애와 불평등, 빈부 격차, 동성애, 삼각관계, 심지어 조력사망까지… 결코쉽지 않은 인생이다.
은중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고, 상연의 입장에서도 그럴 수도있겠다. 이건 아마 내가 조금 더 은중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사실 은중이 더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하고 뭐 그렇다.
은중 역을 맡은 김고은 배우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참 잘 한다. 그표정, 몸짓, 말투 모두 그저 거기 있었던 하나의 청춘인것 같다. 부끄러움과 시샘이 많던 어린 아이에서 당당히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살아갈 줄 아는 성인으로커 온 은중.
그에 비해 너무 큰 아픔을 평생 품어야 하는, 그래서 어쩌면 타인을탓하는 것으로 자신의 삶에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닌가 싶은 상연. 엄마 탓이고, 상학 선배 탓이고, 은중을 탓하며 자신을 꽁꽁 싸매는 상연,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는 ‘상연’을이해하고 공감하고 애잔하게 느끼지만, ‘응원’하기는 힘들었나보다.
물론 두 사람의 인생을 통틀어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당연하다. 내 인생도 이해가 되지 않는데…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거다. 뭔가 비장한 결심을 하거나 의도를가지고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그 두 물줄기가 서로 한 번씩 만나면서 합쳐지기도 하고 스쳐가기도 하고 둘이 만나 험난한 골짜기를 건너기도 하고 평온한강 속에 잠시 몸을 숨기고 숨을 고르기도 하면서…
두 배우는 아슬아슬 외줄을 타는 감정선과 호흡으로 보는 이의 숨까지 멎게 만들었다. 나를 현장 속으로 끌어들인 작품이다.
‘우정’이라는 말로 둘사이를 정의하기는 뭔가 부족하다. 둘 사이에는 우정의 기반이 되는 ‘믿음’, ‘신뢰’가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끌림’이나 ‘선망’에서 시작했다면, 서로를 바라보고 기대기도 하고 마음을 터놓기도 하면서깊이를 더해야 ‘우정’으로 발전한다고 본다. 물론 시기나 질투의 감정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 부등호의방향은 필요하리라.
사실 상연은 마지막 순간까지 이기적인 건지도 모른다. 본인은 좋아하는사람과 인생의 마지막을 보냈지만, 그 곁을 지킨 은중이 살면서 짊어져야 할 무게는 고려하지 않은 것같다. 물론 은중의 입장에서도 그 동안의 삶에서 숙제처럼 남아있던 상연과의 관계를 정의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반대급부는 너무 클 것 같다. 모든 것은 남은 사람의 몫일 테니까. 하지만 이것마저 감내하기로 선택하는 사람이 바로 은중이다.
둘 사이에서 꽤나 큰 역할을 했던 김상학이 사실 개인적으로는 원망스럽다. ‘사랑’과 ‘연민’을 구분하지못해 우물쭈물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본인은 그걸 ‘솔직함’이라 말할 수도 있겠고, 그럼에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캐릭터인 것도사실이다.
드라마 대사에도 나오지만 상연의 상학에 대한 감정은 ‘사랑’보다는 ‘집착’으로 보인다. 오빠를 잃은 충격, 오빠에 대한 우호적 감정을 가진 사람에 대한고마움의 감정이 극대화되고 왜곡되어 굳어진 느낌이다. 상연에게는 삶을 지탱할 곳이 어디에도 없었으니, ‘김상학’이라는 허상에 기대었을 것이다.
아무튼 ‘은중과 상연’은차곡차곡 개켜 놓았던 ‘지난 시간’을 다시 꺼내볼 수 있게, 나를 둘러싸고 함께해온 여러 ‘시절 인연’을 회상하게 하는 드라마였음에 점수를 주고 싶다. 내게 비슷한 경험이있든 아니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어쩌면 놓쳐 버린 인연을 부활시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도 있었던시간이었다.
내가 누군가에게는 은중이었을 수도 상연이었을 수도 있었음을 되새겨 볼 시간을 마련해 준 드라마에 감사함을 전하고싶다.
누군가는 스토리가 지루하다고도 하는데, 우리네 인생이 그렇지 않은가. 지루한 날고, 휘몰아치는 날도 지나게 된다. 그런 날들을 우리는 서툴 게도, 때로는 머리를 벽에 박고 싶을만큼어리석게도 살아내기 마련이다. 나도 모르게 어느 인연들과의 하루 하루가 그러하지 않았을까 반추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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