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리뷰] 왜 해마다 단풍은 볼품이 없어질까?
최근 몇 년간 단풍이 예년보다 덜 화려하고, 시기가 늦어지는 등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주관적이 아니라 실제로 단풍으로 소문난 곳을 가봐도 확실히 예정만 못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무엇보다 주는 주된 이유는 기후 변화에 따른 가을 날씨의 변화 때문입니다.아름답고 선명한 단풍이 들기 위해서는 몇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충분하며, 영양분이 풍부한 상태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최근의 기후 변화는 이 조건들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최근 지구 온난화로 가을 기온이 올랐습니다. 이로 인해 점점 단풍시기가 늦어지고 있구요. 단풍은 보통 하루 최저 기온이 5도씨 이하로 떨어질 때 물들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해 가을철 기온, 특히 밤 기온이 예전만큼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단풍 시작 시기가 늦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온난화로 인해 기껏 든 단풍도 예전보다 색의 선명도가 떨어집니다. 이른바 쨍하지 않다는 것이죠. 붉은색 단풍을 만드는 안토시아닌 색소는 낮에 풍부한 햇빛을 받아 광합성으로 당분이 생성되고, 밤에 기온이 충분히 떨어져야 활발하게 만들어집니다. 그러나 밤 기온이 높게 유지되면 안토시아닌 생성이 줄어들어 붉은색 단풍의 선명도가 떨어지게 됩니다. 최근 단풍이 붉은 것이 아니라 갈색이거나 이른바 쨍한 느낌이 덜한 이유입니다.
강수량과 잦은 비는 색소 생성 방해합니다. 올 여름에는 가뭄으로 고생했는데 설악산을 비롯한 강원도 지방은 가을 장마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2-3주 거의 연속으로 비가 내리기도 했습니다. 가을철에 비가 많이 내리거나 지속되면 나뭇잎이 젖어 붉은색 색소인 안토시아닌 생성이 방해됩니다. 이렇게되면 나뭇잎이 충분히 물들기도 전에 떨어지게 만들어 단풍이 고르게 들지 못하고 전체적인 색감이 흐려지게 만듭니다.
무엇보다 이상 기후가 가장 결정적입니다. 늦더위 및 급격한 온도 변화는 식물의 스트레스로 이어집니다. 여름철 폭염이 길게 이어지다가 가을과 겨울 기온이 급격히 변하는 등 이상 기후가 반복되면 나무가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이로 인해 잎이 일찍 떨어지거나, 색소를 제대로 발현하지 못하고, 단풍이 아닌 갈색으로 변하는 이른바 갈변 현상으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현상들은 단순한 계절 변화가 아니라, 기후 변화가 우리 생태계에 보내는 신호라고 보는 학자들도 많습니다. 아무튼 이제 점점 단풍은 보기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제가 서울에서 가장 단풍이 멋진 산행지라고 생각하는 곳은 무엇보다 도봉산 만월암부근입니다. 단지 단풍이 예쁜 것에 머물지않고 도봉산 정상부와 조화가 정말 좋기 때문이죠,. 등산을 시작하고는 거의 해매다 가을이면 오르는 곳입니다. 산행길이는 길지 않는데, 제법 가파는 곳도 많고, 단풍을 즐기느라 4시간 정도는 잡아야 하는 곳입니다. 시간이 되면 정상부와 주봉을 지나 거북골로 내려오면 2번의 단풍을 즐길 수 있는데, 오늘은 시간도 없고 체력도 딸리고해서 편하게 원점회귀했습니다. 다만 원점회귀해도 그렇게 편하기만 한 산행지는 아닙니다.
만월암에서 스님이 내어주시는 둥굴레차 한 잔 잘 마시고 왔습니다. 예전만은 못해도 제법 괜찮은 단풍도 보고 왔습니다.
왕복 4시간 정도에 난이도 중 정도로 단풍산행을 하기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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