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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락편지 137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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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과 캔버스가 품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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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와 스마트폰 덕분에 우리는 쉽게 사진을 찍어 기념할 일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찍은 사진을
다시 보면 그 시절의 기억과 함께, 마치 그때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죠. 사진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그림이 그 역할을
대신했습니다. 수천 년 동안 그림은 시대를 기록했고, 그 흔적은 지금도 남아 우리에게 그 시대의 삶을 보여줍니다.
『시간을 읽는 그림』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수천 년에 걸친 세계사를 기록한 그림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거장들의 작품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신문·책·잡지 속 삽화, 벽화, 포스터 등 그 시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다양한 그림들을 함께 보여줍니다. 역사가 늘 아름답지만은
않듯, 그림 속에도 때로는 잔혹한 순간들이 담겨 있습니다. 과학혁명이 한창이던 17세기 유럽의 해부학 시연 장면이 그려져 있기도
하고, 전쟁으로 도시가 봉쇄되자 시민들이 쥐를 잡아먹는 모습이 묘사되기도 합니다.
비슷한 상황을 그린 작품 속에서도 시대의 발전이 드러납니다. 1875년 작품인 〈그로스 클리닉〉에서는
수술복 없이 수술이 진행되지만, 1889년의 〈애그뉴 클리닉〉에서는 흰 가운을 입은 의료진과 정돈된 수술실이 등장합니다. 감염에
대한 인식과 의료 환경의 변화가 한눈에 보이죠.
이렇듯 그림 속에는 그 시절의 시간과 모습이 모두 남아 있습니다. 그림 속에 남은 흔적을 따라가며, 지금은 볼 수 없는 시간을 다시 읽어보는 여정이 시작됩니다.
- 안현재 (예술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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