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다락편지 1354호 |
|
서서히, 좋아지기도 하니까
|
어릴 적 목욕탕에 가는 건 썩 반갑지 않았습니다. 목욕물은 뜨겁고 때수건은 따갑고, 습하고 답답한
공기까지. 억지로 간 것도, 야단을 맞은 것도 아닌데 그 시간이 편하지만은 않았죠. 그래도 목욕을 마친 엄마의 말간 얼굴, 한
손에 요구르트를 들고 다른 손엔 엄마 손을 잡고 걷던 이른 아침 공기 같은 기억은 선하게 남아 있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은 따끈한
목욕탕도, 사우나도 좋아하게 되었지만 그 마음까지 오기엔 시간이 필요했어요.
『별세상 목욕탕』은
씻기 싫어하는 아이가 우연히 ‘아이들만 입장 가능한’ 목욕탕에 들어가 겪는 하루를 그린 그림책입니다. 새콤한 딸기 주스탕,
바나나 우유탕, 달콤 쌉쌀한 초콜릿과 생크림, 차가운 콜라 슬러시탕까지.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나는 목욕탕의 세계에는 한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놀고 싶으면 먼저 씻어야 한다는 것이죠. 주인공은 “안 씻으면 못 논다”라는 말에 혼자서 비누칠을 하고, 스스로
씻은 몸으로 친구들과의 놀이에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됩니다. 그러고는 누구보다 신나게 놀아요. 초코 눈사람이 되어 굴러다니고,
거품 왕관을 쓰고 탕 속을 누비며, 목욕탕에서의 하루를 온몸으로 즐기죠. 그날 이후로 아이는 목욕탕을 좋아하게 됩니다. 씻는 건
여전히 조금 귀찮지만, 목욕탕에 가면 재미있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긴 거예요.
억지로 시키는 것보다 더 강력한 힘, ‘재미’가 만들어낸 변화를 이 책은 사랑스럽고 재치 있게 보여줍니다. 어른이 읽어도 기발하고
정감 가는 장면들, 익살스러운 캐릭터들이 페이지마다 작은 보물처럼 숨어 있어 보는 즐거움도 큽니다. 혹시 지금 하기 싫은 일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다면, 『별세상 목욕탕』을 만나보세요.
마지못해서가 아니라, 좋아서 하게 되는 일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며.
- 송고운 (유아 PD)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