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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락편지 1377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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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월드의 결정판 -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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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소설 속 어느 인물을 오랫동안 사랑하신 적이 있나요? 저는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만든
인물 중 루시 바턴을 가장 사랑하죠. 많은 문학 애독자들이 최애로 꼽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스트라우트는 마치 우리 옆에 있을
법한 생생하고, 완벽하진 않아도 사랑스러운 인물들을 창조해내는 이야기꾼입니다. 『올리브 키터리지』의 올리브부터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의 루시, 『버지스 형제』의 밥을 만나며, 우리는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이번 스트라우트의 신작 『이야기를 들려줘요』에서는
그녀가 20년간 집필한 작품 속 주요 인물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습니다. 긴 시간만큼 그들도 나이가 들었죠. 루시와 밥은 올리브
키터리지를 통해 만나게 되고, 올리브는 루시에게 자신과 가족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여러 사건 중 가장 눈여겨볼 것은 루시와
밥의 관계입니다. 비록 그들은 헤어진 사이지만, 올리브를 통해 다시 시간을 갖게 됩니다. 종종 맛있는 식사를 하고, 서로의 걸음에
맞춰 산책하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루시의 외로움, 밥의 슬픔, 누구에게도 내보이지 못할 내밀한 감정들을 서로에게 고백해나가죠.
그들의 대화를 훔쳐보며, 우리는 나의 슬픔과 고독, 절망을 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긴 소설의 끝에 우리는 스트라우트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에 가닿게 됩니다. 누군가에게 나의 진심을
들려준다는 것, 누군가의 이야기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사랑이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힘이라는 다정한 메시지를요.
그리고 스트라우트는 긴 20년간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루시의 입을 통해 우리에게 인사합니다.
"내게 모든 것을 말해줘요."
스트라우트의 이번 소설이 담고자 한 우리의 삶, 그리고 그것을 지탱하게 하는 사랑의 힘을 발견해보시길 바랍니다.
- 김유리 (소설/시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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