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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락편지 1380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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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하기에 적응하고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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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고 믿습니다. '적자생존'의 원칙에 따라 완벽에 가까운 존재들만이
살아남아 계보를 이어왔다고 생각하죠. 과연 그럴까요?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오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만약 기존 환경에서
완벽한 존재였다면, 역설적으로 진화할 필요가 없었을 테니까요.
진화는 가장 뛰어난 '일인자'를 선별하는 냉혹한 관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살아남아 번식하는 모든 개체를
품는 '헐거운 과정'에 가깝습니다. 네발짐승이 나타나기 전, 어떤 물고기들은 폐와 팔다리처럼 수중 생활에는 불필요한 것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었습니다. 수중 환경에선 결코 '완벽한 종'이 아니었던 셈이죠. 하지만 가뭄이 찾아와 환경이 급격히 변하자, 이
불완전한 특징 덕분에 그들은 육지로 올라와 생존할 수 있었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것이 살아남는다』는
바로 이 불완전함에 주목합니다. 유기체와 환경 사이엔 언제나 불일치가 존재하며, 불완전한 존재들은 그 갈등에 대응하며
변화합니다. 인류의 역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류는 이동과 교류, 협력을 통해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해왔습니다. 하지만 약 1만 년
전, 농경과 정착 생활이 시작되면서 상황은 반전되었습니다. 생산량이 늘고 도시 문명이 등장하면서 인류는 환경이 변해도 터전을
떠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후 인류가 맞이한 것은 대격변의 시기였습니다. 인류세라는 이름으로 기후 위기와 초양극화, 에너지
고갈과 전쟁의 공포가 우리를 에워싸고 있습니다. 이 위기를 어떻게 넘길 수 있을까요? 해결책은 바로 '진화'에 있습니다. 이제
'지속 가능성'이 아닌 '생존 가능성'으로 시선을 돌려야 합니다. 이 관점에서 우리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살핀다면,
우리 안에 잠자고 있던 놀라운 회복력과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안현재 (자연과학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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