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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락편지 138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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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꺼지는 순간, 가장 뜨겁게 타오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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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여전히 많은 것들이 다툽니다. 평온한 일상의 뷰파인더를 조금만 벗어나도 불안하고 무서운 것들이 가득하죠. 가깝든 멀든, 누군가 고통받는다는 걸 알게 될 때, 당신은 어떻게 하셨나요?
함윤이 작가의 신작이자 2026년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정전』은, 소중한 이의 고통 앞에서 기꺼이 옆에 서려 했던 담대한 청춘의 분투기입니다.
주인공 막은 세상의 윙크를 받는 20대입니다. 마주한 사람 대부분이 막을 좋아했고, 안주 없이 독주를
콸콸 들이부어도 끄떡없는 튼튼한 캐릭터니까요. 그런 막에게도 고난이 닥칩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휴학을 결심한 막은 제약회사
공장의 계약직을 지원하며 다짐합니다. "나는 튼튼하잖아."
공장은 인간의 부품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자, 그 속에서도 살아남아야 하는 아수라장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막은 외국인 노동자 라히루를 만나 친구 이상의 감정을 키워가죠. 그러던 어느 날, 라히루가 손가락을 잃는 사고를 당하고
공장에서 쫓겨납니다. 라히루를 돕고 싶었던 막은 노조에 가입하지만, 활동은 쉽지 않습니다. 결국 막은 자신을 짝사랑했던 소꿉친구
은단에게 연락합니다. 그의 특별한 능력으로, 공장의 전기를 끄기로 한 것이죠. 과연 막의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사랑하는 사람의 불행에 기꺼이 맞서는 막을 보며 생각합니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뜨겁게 손을 내민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차디찬 세상에 맞설 수 있는 가장 용감한 연대가 아닐까요. 『정전』이 지핀 불씨를 통해 주변에 나의 연대가 필요한 곳이 어디인지 한 번쯤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 김유리 (소설/시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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