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 / Econ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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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엘리의 도시는 말한다]㉔판교, 코딩밸리가 되기까지–이름 없는 신도시의 반란

판교의 야경 / 사진 성남시
판교의 야경 / 사진 성남시

현대의 도시는 단순한 생활공간이 아닌 경제 전략의 최전선이다. 세계 각국은 도시 브랜드를 기반으로 투자 유치, 글로벌 인재 확보, 스타트업 생태계 형성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름’은 곧 ‘전략’이며, 도시 간 경쟁력의 상징적 신호로 기능한다. 본 연재는 글로벌 도시의 지명 유래를 통해 경제, 역사, 문화, 외교의 맥락을 통합적으로 조명하고, 독자에게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장엘리 동명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 장엘리 동명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

다리에서 비롯된 이름, 구름이 머무는 마을의 기억

'한국의 실리콘밸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판교. 이 곳에는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넥슨, NHN, 안랩, 스마일게이트, 위메이드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IT·게임 기업과 SK바이오팜, 차병원그룹 같은 바이오 기업외에도 방송, 미디어, 제조, 방산, 핀테크 등 다양한 산업군이 공존하고 있다.

판교 테크노밸리 모습 / 사진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 모습 / 사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를 중심으로 하는 판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첨단 IT 산업의 중심지이자, R&D, 혁신 인재의 집적지 역할을 한다.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곳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도보 10분 이내로 접근 가능한 다양한 중소형 공원과 산책로가 많고, 지상에 주차장을 거의 두지 않다보니 첨단 산업과 함께 쾌적한 주거가 공존한다. 수도권 내에서도 인기 주거지로 주목받고 있는 지역이 바로 판교다.

판교라는 이름은 의외로 소박한 다리에서 출발한다. 예전부터 이 지역에는 하천이 흘렀는데 그 위에 주민들이 널빤지를 엮어 만든 임시 다리가 있었다. 이를 순우리말로 ‘너더리’라 불렀다. 한자로 표기하며 판교(板橋)라 굳어졌는데, 이는 단순한 나무다리가 아니라 주민들이 함께 힘을 모아 건넌 협력의 상징이었다.

이 다리가 놓였던 하천이 바로 운중천이다. ‘운중(雲中)’은 곧 '구름이 머무는 산중'이라는 뜻에서 비롯된 지명으로,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산운리·중산운리 등의 자연마을이 합쳐져 운중리라 불린 데서 유래했다. 청계산에서 발원한 물길은 판교를 가로질러 탄천으로 흘러들며, 과거에는 농업용수의 젖줄이었고, 오늘날에는 주민들의 산책길과 생태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한마디로 판교와 운중천은 함께 엮여 있는데, 강을 건너던 다리와 구름이 머무는 마을의 풍경이 한 지명 속에 포개진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판교라는 이름은 단순한 지리적 표기가 아니라, 길과 다리, 마을과 자연, 공동체와 협력의 기억을 담고 있다. 이 점에서 판교는 본래부터 '연결의 도시'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름 없는 신도시의 반란

판교의 야경 / 사진 성남시 판교의 야경 / 사진 성남시

1970년대 성남시가 탄생하고, 2000년대 초 수도권 주거 수요 분산과 첨단 산업 육성을 목표로 한 2기 신도시 개발 계획이 본격화되면서 판교는 새로운 무대를 맞았다. 2003년 개발이 확정될 당시만 해도 판교는 변두리 농지에 불과했지만, 정부는 단순한 베드타운이 아니라 주거·산업·교통을 결합한 복합 신도시를 그려냈다.

2008년부터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서 신도시의 외형은 빠르게 갖춰졌는데, 학교, 공원, 대형 상업시설이 들어섰고, 경부고속도로와 신분당선이 강남과 직접 이어졌다. “강남 30분 생활권”이라는 조건은 판교의 매력을 높였지만, 판교의 진짜 반란은 주거가 아니라 바로 산업이었다.

2012년 문을 연 판교테크노밸리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대한민국 산업지도를 새롭게 다시 그렸다. 삼성·네이버·카카오 같은 대기업 R&D 센터, 게임·콘텐츠 기업, 수천 개 스타트업이 밀집한 이곳은 곧 “한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게 되었고, 특히 스타트업, 중견기업, 대기업, 연구소가 한 울타리 안에서 긴밀하게 연결되는 구조는 이전 신도시들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모델이었다.

그 결과 판교는 이름 없는 교외 신도시에서 단숨에 한국 혁신의 상징 공간으로 떠올랐으며, 주거와 산업, 인재와 자본이 한데 모인 이곳은 곧 “코딩밸리”, 첨단 산업의 무대가 되었다.

코딩밸리의 탄생과 지역경제의 미래

판교 일대는 밤 늦은 시간에도 이동하는 차량으로 붐빈다. / 사진 성남시 판교 일대는 밤 늦은 시간에도 이동하는 차량으로 붐빈다. / 사진 성남시

오늘날 판교는 약 1800개 기업과 7만9000여명의 종사자가 모여 있는 거대한 산업 집적지다. IT·게임·바이오·핀테크 기업이 경쟁과 협업을 이어가고, 투자 자본과 인재가 끊임없이 유입된다. 한국 GDP에서 ICT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판교는 더 이상 성남의 한 구역이 아니라 국가 전략산업의 심장이다.

흥미로운 것은 판교라는 이름이 가진 연결의 기억과 오늘날 산업적 위상이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과거 주민들이 다리를 놓아 마을을 잇고 강을 건넜듯, 오늘날 판교는 기업과 인재, 자본과 기술을 이어주는 경제의 다리로 기능하고 있다. 공동체적 연대에서 출발한 이름이 이제는 국가적 혁신 생태계의 브랜드가 된 셈이다.

물론 판교의 성공은 그림자도 낳았다. 집값 급등은 강남과 마찬가지로 또 다른 부동산 불평등을 낳았고, 스타트업 생태계 내부의 양극화, 교통 혼잡 문제도 여전하다. 그러나 성취와 과제가 교차하는 이 풍경은 곧 한국 경제의 단면이다.

판교의 사례는 지역경제 기획이 도시 브랜드로 어떻게 전환되는지를 보여준다. 농지와 하천, 널다리의 기억 위에 세워진 신도시는 이제 한국의 미래 산업을 이끄는 무대가 되었다.

맺음말 – Part 3의 두 번째 기록

판교는 단순한 신도시가 아닌 다리의 기억과 구름의 지명, 그리고 첨단 산업의 집적이 겹쳐진 복합 공간이다.

불과 20년 만에 변두리에서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도약한 이 서사는, 강남이 보여준 압축 성장과 나란히 한국 현대사의 또 다른 얼굴을 이룬다.

Part 3 “한국의 지역경제, 이름에 담긴 성장사”에서 강남이 부와 교육의 축이었다면, 두 번째 장에 해당되는 판교는 기술과 혁신의 축이다.

장엘리 동명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 labmoneta618@gmail.com 

※ 외부 기고는 콕스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장엘리 교수는 동명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이자, 국립외교원/외교부  외래교수,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전략 컨설팅사 랩 모네타(Lab MoNETA) 대표 컨설턴트다. 방송 및 언론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가진 그는 삼표그룹 홍보팀장을 역임했고, 한국경제TV, 내외경제TV, 아리랑TV 등에서 앵커 및 콘텐츠 기획자로 활약했다.

현재는 도시 기반의 경제 커뮤니케이션 전략, 스타트업 국제 진출 컨설팅, 글로벌 IR 피칭 등을 지원하며,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을 연결하는 실전형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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