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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엘리의 도시는 말한다]㉝실리콘밸리 - 기업이 도시의 브랜드가 되는 순간

실리콘밸리에는 애플, 메타,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이 대거 포진해 있다. / 사진 챗GPT로 생성
실리콘밸리에는 애플, 메타,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이 대거 포진해 있다. / 사진 챗GPT로 생성

현대의 도시는 단순한 생활공간이 아닌 경제 전략의 최전선이다. 세계 각국은 도시 브랜드를 기반으로 투자 유치, 글로벌 인재 확보, 스타트업 생태계 형성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름’은 곧 ‘전략’이며, 도시 간 경쟁력의 상징적 신호로 기능한다. 본 연재는 글로벌 도시의 지명 유래를 통해 경제, 역사, 문화, 외교의 맥락을 통합적으로 조명하고, 독자에게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장엘리 동명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 장엘리 동명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

장엘리의 도시는 말한다 Part 3에서는 한국 도시의 이름 속에 남긴 지향과 그 지향이 실제 지역경제의 성장사로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살펴보았다. 서울 강남을 시작으로 경남 창원까지 총 10회에 걸쳐 도시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하나의 방향을 가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도시의 방향은 산업·정책·사람을 통해 현실로 번역됐다.

도시는 말한다 서른 세번째 에피소드부터는 시선을 바꾼다. 도시가 스스로의 이름을 증명해온 과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업이 어떻게 도시의 정체성을 다시 쓰고, 궁극적으로는 ‘도시 브랜드’를 완성하는가를 들여다보려 한다.

국가의 전략, 기업의 철학, 지역의 정책과 인재의 흐름이 서로 맞물릴 때 도시는 더 이상 ‘장소’나 ‘경제 단위’가 아니라 경험과 의미를 지닌 하나의 브랜드가 된다.

그 새로운 장을 여는 첫 도시는 기업이 곧 도시의 언어가 되었고, 혁신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된 계곡 실리콘밸리다.

기술이 도시의 기원이 된 곳

스탠퍼드 대학 전경 / 사진 스탠퍼드 대학 홈페이지 갈무리 스탠퍼드 대학 전경 / 사진 스탠퍼드 대학 홈페이지 갈무리

실리콘밸리는 처음부터 혁신의 심장이 되기 위해 만들어진 도시는 아니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만 남쪽으로 펼쳐진 평온한 계곡, 사계절 온화한 햇빛 아래 과수원이 가득했던 ‘Valley of Heart’s Delight’.

이 곳에서 반도체라는 새로운 산업이 태어나기 전까지는 그저 풍요로운 농업지대에 지나지 않았다.

변곡점은 국가였다. 미국은 냉전 체제 속에서 기술 우위를 안보의 핵심 전략으로 삼으며 연방 연구비와 군수 계약을 대규모로 집행했다. 스탠퍼드 대학은 이 전략을 과감히 흡수했고, 교수와 학생들이 창업을 통해 연구를 상업화할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

1956년 쇼클리 반도체 연구소가 이 계곡에 자리 잡았을 때, 도시는 비로소 이름과 운명이 연결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뒤를 이은 페어차일드 반도체는 세계 최초의 혁신 사관학교처럼 기능하며 이 계곡이 앞으로 ‘실리콘밸리’가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조용히 예고했다.

‘밸리(Valley)’라는 지명은 지형을 설명하지만, ‘실리콘(Silicon)’이라는 단어가 더해진 순간부터 이 땅은 자연의 공간이 아니라 기술 시대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도시가 스스로를 산업의 언어로 설명하기 시작한 최초의 장면이었다.

기업이 도시의 브랜드를 완성한 방식

1957년 쇼클리 반도체 소속 8명의 엔지니어가 독립하는 일이 있었다. 이들이 설립한 회사는 2016년 온 세미컨덕터에 인수된 페어차일드다. 사진에는 페어차일드 창업 8명의 명단이 담겼다. / 사진 온 세미컨덕터 홈페이지 갈무리 1957년 쇼클리 반도체 소속 8명의 엔지니어가 독립하는 일이 있었다. 이들이 설립한 회사는 2016년 온 세미컨덕터에 인수된 페어차일드다. 사진에는 페어차일드 창업 8명의 명단이 담겼다. / 사진 온 세미컨덕터 홈페이지 갈무리

실리콘밸리의 가장 독특한 지점은, 여기서는 기업이 도시에 모이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도시의 정체성을 만든다는 점이다.

페어차일드는 현대 기술 산업의 원형을 만들었고, 그 곳에서 갈라져 나온 인재들이 다시 인텔을 세우며 마이크로프로세서 시대를 열었다. 애플은 기술에 미감과 인간성을 더했고, 구글은 정보의 질서를 완전히 다시 설계했다.

메타는 사회적 연결의 방식을 바꿨고, 넷플릭스는 콘텐츠 소비의 문화 자체를 전환시켰다. NVIDIA는 인공지능의 연산 구조를 바꾸며 이 계곡의 브랜드를 다시 한 번 미래로 확장시키고 있다.

이 기업들은 각자 하나의 산업이 아니라 실리콘밸리라는 브랜드를 구성하는 서로 다른 결을 가진 하이엔드 아틀리에(atelier)였다.

기업의 철학은 도시의 분위기를 정했고, 기업의 속도는 도시의 의사결정 방식을 바꾸었다.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인재가 국적을 넘어 모이는 흐름, 기술이 곧 도시의 언어가 되는 독특한 생태계. 그 모든 것은 기업들이 만든 ‘브랜드 경험’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단순히 성장한 것이 아니라 도시의 스토리텔링 구조 자체를 재설계했다는 점이다.

도시가 브랜드가 되는 조건

실리콘밸리에는 애플, 메타,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이 대거 포진해 있다. / 사진 챗GPT로 생성 실리콘밸리에는 애플, 메타,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이 대거 포진해 있다. / 사진 챗GPT로 생성

그러나 기업만으로는 도시의 브랜드가 완성되지 않는다. 도시가 브랜드로 성장하려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골조가 필요하다.

실리콘밸리의 골조는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스탠퍼드가 만든 인재 파이프라인이다. 이곳의 졸업생들은 연구자가 되었고, 창업가가 되었고, 때로는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되어 다시 생태계를 확장했다. 도시의 가장 강력한 자원은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사실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둘째, 베이돌법(Bayh-Dole Act) 이후 기술 이전과 상용화를 촉진한 제도적 기반이다.

베이돌법(Bayh-Dole Act)은 1980년에 미국에서 제정된 법으로, 미국 연방정부가 지원한 연구에서 나온 발명에 대해 특허권을 연구를 수행한 대학, 공공연구소, 비영리단체 등이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이다. 이 법의 주된 목적은 공공 연구 결과물을 상업적으로 활용하여 기술 혁신과 경제 발전을 촉진하는 데 있다.

이전에는 특허권이 정부에 있었으나 베이돌법으로 대학이나 연구기관이 특허권을 보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술이전과 사업화를 할 수 있게 됐다. 미국 내 대학의 특허 출원이 활성화되고, 스타트업 창업과 신제품 개발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베이돌법은 특허권 소유 구조를 대기업 중심에서 대학 및 비영리 연구기관 중심으로 바꾸어 혁신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법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베이돌법 시행 후 대학이 개발한 지식이 기업으로 흐르고, 기업의 성공이 다시 대학으로 환류 되는 순환 구조는 세계 어느 도시보다 이곳에서 가장 유연하고 빠르게 작동했다. 구글의 창업 역시 이 기술 이전 구조가 만들어낸 대표적 결과였다.

셋째, 벤처 캐피탈과 지방정부가 만든 개방적 규제 환경이다. 실험을 허용하는 규제, 창업을 장려하는 세제 혜택, 실패를 제도적으로 받아들이는 유연성. 이 모든 요소가 도시의 브랜드를 뒷받침하는 보이지 않는 인테리어였다.

브랜드 이론의 관점에서 보자면, 실리콘밸리는 도시가 기업을 품은 것이 아니라 도시가 하나의 브랜드 플랫폼을 만들고, 기업이 그 위에서 서로 다른 페르소나를 완성한 곳이다.

결국 도시는 자신이 품은 기업의 방식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그 기업들이 만들어낸 철학과 기술, 문화와 속도가 도시 브랜드의 핵심 언어가 된다.

실리콘밸리는 그 원형을 가장 먼저 보여준 도시다. 혁신이 하나의 산업이 아니라 하나의 도시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실리콘밸리’라는 계곡이 세계에 가장 먼저 증명해낸 것이다. 

장엘리 동명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 labmoneta618@gmail.com 

※ 외부 기고는 콕스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장엘리 교수는 동명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이자, 국립외교원/외교부  외래교수,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전략 컨설팅사 랩 모네타(Lab MoNETA) 대표 컨설턴트다. 방송 및 언론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가진 그는 삼표그룹 홍보팀장을 역임했고, 한국경제TV, 내외경제TV, 아리랑TV 등에서 앵커 및 콘텐츠 기획자로 활약했다.

현재는 도시 기반의 경제 커뮤니케이션 전략, 스타트업 국제 진출 컨설팅, 글로벌 IR 피칭 등을 지원하며,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을 연결하는 실전형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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