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 / Econ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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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엘리의 도시는 말한다]⑭두바이 DIFC-사막 위의 글로벌 금융허브, 그리고 항만

두바이의 랜드마크 부르즈 칼리파. 이 빌딩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첨탑 포함 총 829.8m)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 사진 픽사베이
두바이의 랜드마크 부르즈 칼리파. 이 빌딩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첨탑 포함 총 829.8m)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 사진 픽사베이

현대의 도시는 단순한 생활공간이 아닌 경제 전략의 최전선이다. 세계 각국은 도시 브랜드를 기반으로 투자 유치, 글로벌 인재 확보, 스타트업 생태계 형성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름’은 곧 ‘전략’이며, 도시 간 경쟁력의 상징적 신호로 기능한다. 본 연재는 글로벌 도시의 지명 유래를 통해 경제, 역사, 문화, 외교의 맥락을 통합적으로 조명하고, 독자에게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장엘리 동명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장엘리 동명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

사막에 파도가 없다고 해서, 그곳에 바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기억과 전환 – 바다가 말을 걸기 시작하던 순간

1980년대 중반, 두바이는 도시라기보다는 풍경에 가까웠다.

새벽녘 해안에서는 갓 태어난 거북이들이 모래 위를 기어 바다를 향해 나아갔고, 조개껍데기를 담은 플라스틱 버킷이 조심스레 흔들리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게 난다. 당시 인터컨티넨탈 호텔 수영장 한가운데에는 작은 바(Bar)가 있었고, 그 곁의 야자나무는 설탕보다 달콤한 아랍대추를 천천히 익히며 도시를 감쌌다.

두바이의 야경 / 사진 픽사베이

바다 냄새와 태양 냄새가 뒤섞이던 그 시절, 나는 도시가 조용히 말을 걸기 시작하던 순간을 기억한다. 그로부터 수십년이 지난 지금, 두바이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아직도 많은 이들이 두바이를 ‘석유의 도시’로 오해한다. 하지만 오늘날 두바이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GDP 중 1% 미만에 불과하다. 두바이를 주로 움직이는 것은 부동산, 무역, 금융, 관광, 알루미늄, 시멘트, 그리고 바로 서비스 산업이다.

두바이의 통치자들은 석유가 풍부할 때, 더 멀리 내다보았다. 1985년 외국인 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자유무역지대(JAFZA)를 만들고 도시를 브랜드로 설계했다. 그들은 도시를 ‘건설’한 것이 아니라 '디자인'했던 것이다.

설계된 구조 – 없는 것을 만들어낸 도시

제벨 알리 항구 모습 / 사진  Jebel Ali Free Zone (Jafza) 홈페이지 갈무리제벨 알리 항구 모습 / 사진  Jebel Ali Free Zone (Jafza) 홈페이지 갈무리

사막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바쁜 인공 항만 중 하나가 있다. DP 월드가 운영하고, 아시아-유럽-아프리카를 잇는 삼각 무역의 허브가 된 항만, 바로 ‘Jebel Ali – 제벨알리’ 말이다. 

‘Ali의 언덕 근처에 있던 땅’이라는 이름에서 유래했으며, 지금은 세계 경제지형의 상징어가 된 곳. 제벨알리는 단순한 물류 공간이 아니다.

바다를 인공적으로 만들고, 그 옆에 자유무역지대를 설계하고, 그 위에 전 세계 자본이 흘러들 수 있는 금융 생태계를 쌓아 올렸다. 없는 것을 만들어낸 도시, 바로 두바이다.

두바이 DIFC 전경 / 사진 픽사베이두바이 DIFC 전경 / 사진 픽사베이

이 구조의 또 다른 축은 DIFC(Dubai International Financial Centre)다. DIFC는 단순한 금융지구가 아닌, 중동·아프리카·남아시아(MEASA)를 연결하는 자본의 엔진이다.

제벨알리와 DIFC는 지리적으로는 떨어져 있지만 기능적으로는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컨테이너가 움직이는 곳에서 자산이 태어나고, 자본이 흐르는 곳에서 실물경제가 힘을 얻는다. 이 도시는 항만과 금융이라는 이중 엔진으로 스스로를 구동시킨다. 그리고 그 엔진은 단지 기반 시설이 아니라, 도시를 브랜드화한 통치자의 전략적 상상력 위에서 작동한다.

도시에 말을 걸다 – 부산과 제벨알리 사이에서

두바이의 랜드마크 부르즈 칼리파. 이 빌딩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첨탑 포함 총 829.8m)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 사진 픽사베이두바이의 랜드마크 부르즈 칼리파. 이 빌딩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첨탑 포함 총 829.8m)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 사진 픽사베이

대한민국의 해양수도, 부산. 부산은 세계 7위의 물동량을 자랑하며 바다와 금융, 산업 인프라를 모두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 요소들이 때때로 하나의 문장으로 엮이지 않는 듯한 인상을 준다. 문현금융단지, 북항 재개발, 그리고 수많은 항로. 모두 중요하지만 아직 도시 전략이라는 하나의 이야기로 직조되지 않았다.

그래서 제벨알리는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바다가 없어서 바다를 만들었다. 너희는 바다가 있음에도 왜 그 바다를 하나로 그리지 않는가?”

이 질문은 경쟁이 아니라 제안이며, 설계되지 않은 가능성에게 던지는 정중한 경고다.

오늘도 제벨알리에서는 수만개의 컨테이너가 오가고, DIFC에서는 자산이 계약되고, 자본이 조율된다. 그 움직임은, 수십년 전 조개껍데기를 담은 플라스틱 버킷으로 기억되던 풍경 위에서 지금 이 순간, 완전히 다른 언어로 쓰이고 있다.

도시는 말한다.

“무엇을 가졌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설계했는지가 도시의 미래를 결정한다.”

미래의 도시는, 바다가 없지만 무역이 움직이는 어느 내륙 도시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도시란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가로 자신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장엘리 동명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 labmoneta618@gmail.com 

※ 외부 기고는 콕스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장엘리 교수는 동명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이자, 국립외교원/외교부  외래교수,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전략 컨설팅사 랩 모네타(Lab MoNETA) 대표 컨설턴트다. 방송 및 언론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가진 그는 삼표그룹 홍보팀장을 역임했고, 한국경제TV, 내외경제TV, 아리랑TV 등에서 앵커 및 콘텐츠 기획자로 활약했다.

현재는 도시 기반의 경제 커뮤니케이션 전략, 스타트업 국제 진출 컨설팅, 글로벌 IR 피칭 등을 지원하며,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을 연결하는 실전형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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