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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타수] CP에 선 넘은 갑질 웨이브…눈 앞 수익에 오히려 역풍

웨이브 CI / 사진 웨이브
웨이브 CI / 사진 웨이브
웨이브 CI / 사진 웨이브 웨이브 CI / 사진 웨이브

국내 주요 OTT 플랫폼인 웨이브가 티빙에 이어 ‘개인화 정산 방식’을 전면 도입·확대하면서 콘텐츠 제공사업자(CP)와 제작사를 상대로 한 갑질 논란이 임계점을 넘어섰다. 플랫폼 측은 이용자 시청 행태를 반영한 합리적·정교한 정산 방식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장에서는 정산 기준의 불투명성, 일방적 제도 변경, 수익 급감 등 삼중고가 현실화한다.

문제는 단순한 정산 방식의 변화가 아니다. 개인화 정산이라는 이름 아래, 플랫폼이 정산 구조 전체를 ‘블랙박스’로 만들고 협상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우려는 구조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

개인화 정산은 기존의 채널 단위·콘텐츠 단위 정산, 혹은 일정 비율의 매출 배분 방식과는 결이 다르다. 이용자별 시청 시간, 완주율, 이탈률, 추천 알고리즘 반영 지표 등을 종합해 정산 금액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표면적으로는 ‘합리성’과 ‘정교함’을 내세우지만, CP와 제작사들은 검증 불가능한 구조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한 중소 CP 관계자는 “정산서를 받아봐도 어떤 데이터가 어떻게 가중치로 적용됐는지 전혀 알 수 없다”며 “산식도, 기준도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플랫폼이 제시한 금액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근거 자체가 사라진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개인화 정산 도입 과정에서 사전 협의 절차가 사실상 실종됐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계약 갱신 시 개인화 정산 방식은 선택지가 아닌 ‘전제 조건’으로 제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플랫폼의 유통 지배력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CP와 제작사가 이를 거부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 제작사 대표는 “티빙이나 웨이브에서 빠지는 순간, 국내 OTT 시장에서 설 자리가 사라진다”며 “형식은 계약이지만 실제로는 일방 통보에 가깝다”고 토로했다. 협상권이 존재하지 않는 계약은 계약이 아니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개인화 정산 도입 후 수익이 20~50% 이상 감소했다는 사례도 업계에서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특히 다큐멘터리, 교양, 시니어 대상 콘텐츠처럼 ‘짧고 자극적인 소비’에 최적화되지 않은 장르는 알고리즘 가중치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단순한 수익 문제를 넘어 콘텐츠 생태계 전반의 다양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알고리즘 친화적, 플랫폼 최적화 콘텐츠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도태되는 구조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개인화 정산이 플랫폼의 비용 리스크를 콘텐츠 공급자에게 전가하는 장치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플랫폼은 지속하는 저수익 구조의 고통 분담을 CP와 함께 하겠다고 한다. 이용자 이탈, 마케팅 실패, 추천 알고리즘 오류 등은 플랫폼의 책임 영역인데, 이런 부분까지 CP에 정산 금액 축소라는 방식으로 떠넘기려는 것이다.

현재도 논란이 있지만, 케이블TV 플랫폼은 최근 수년간 정산방식 변경과 관련해 지루한 설득 과정과 협상을 진행한 바 있다. 플랫폼이 일방적으로 콘텐츠 사용료를 결정해 통보하는 방식이 맞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OTT가 유료방송처럼 정부의 제재 대상은 아니지만, 최소한 정산방식 변경과 관련해 CP와 논의부터 하는게 순서 아니었을까.

한 미디어 정책 전문가는 “정산 구조를 불투명하게 만든 상태에서 개인화라는 포장만 씌우면, 플랫폼은 언제든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며 “이는 전형적인 우월적 지위 남용 소지가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현재 CP/PP 단체와 제작사 협의체를 중심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국회 국정감사 쟁점화, OTT 표준계약서 개정 요구 등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가 요구하는 핵심은 ▲정산 산식과 지표의 투명 공개 ▲제도 변경 시 사전 협의 의무화 ▲개인화 정산 방식의 선택권 보장 ▲최소 보장 수익(MG) 또는 정산 하한선 설정 등이다.

티빙과 웨이브는 K-콘텐츠 유통의 핵심 플랫폼으로 성장하며 산업 확대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플랫폼 중심 구조가 심화될수록 콘텐츠 생태계의 힘의 균형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OTT 산업의 지속 성장은 효율성과 기술 고도화만으로 담보되지 않는다.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주체들과의 공정한 관계 설정, 투명한 정산 구조에 대한 합의가 병행돼야 한다.

웨이브는 기회의 시기를 맞았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 후 탈 쿠팡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쿠팡 플레이와의 격차를 확 늘릴 수 있는 중요한 때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 갑질성 정산방식 변경으로 핵심 파트너인 CP의 반발만 사고 있다. CP와의 충돌은 공정위 제소, 법정 다툼 등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웨이브가 눈앞의 수익 때문에 더 큰 역풍을 맞지 않을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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