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우의 투자 레터]⑮AI 버블인가, 패권 도박인가-닷컴 버블과 다른 본질
버블 논란, 왜 사람들은 버블을 말할까
현재의 AI 버블 논란에는 기술적 평가와 심리적 과장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기술적 지표만 놓고 보면 과열 신호가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엔비디아가 3년 만에 대여섯 배 상승했고, 버핏 지표는 210%를 넘어 역사적 고점에 도달했다. Shiller P/E가 40에 근접한 상단으로, 154년 역사상 세 번째 수준이다. S&P 500 상위 10개 종목의 비중이 40%에 이르는 것도 이례적입니다. 오픈AI의 경우 2025년 상반기 매출 목표는 43억달러, 연간 목표는 130억달러인데, 최근 보도된 기업가치는 5000억달러에 달한다. 매출 대비 수십 배의 가치 평가(밸류에이션)를 받고 있다.
투자 패턴도 쏠림 현상을 보이고 있다. 2025년 상반기 미국 벤처캐피탈 자금의 64%가 AI 스타트업에 집중됐으며, 그 중 70%는 아직 수익 모델이 없다. 2025년 한 해 3200억달러에 달하는 하이퍼스케일러(글로벌 인프라업체)들의 투자 계획과 실제 성과 사이의 간극도 주목할 만하다. 일부 추산에 따르면, 지난 2년간 5600억달러를 투자했지만 AI 관련 수익은 350억달러에 머물렀다.
그런데 이런 기술적 지표들이 심리적 렌즈를 통과하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된다. 엔비디아가 3배, 5배 오르는 동안 관망했던 투자자들이 지금에 와서 '곧 붕괴한다'고 예측하는 것은, 놓친 기회를 '위험한 버블'로 정의하려는 심리적 보상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시장 참여자들의 이중적 태도다. BofA 설문에서 54%가 AI를 버블로 평가했지만, 동시에 매수는 계속되고 있다. 국부펀드와 연기금 같은 기관투자자들은 버블 우려에도 불구하고 AI 자산 비중을 늘리고 있고, 오픈AI의 CEO는 시장의 과도한 흥분을 인정하면서도 빅테크들과 기관들로부터 계속 자금을 조달한다.
닷컴과 AI는 무엇이 같은가
과열의 측면에서 닷컴과 AI의 유사점은 선명하고, 기술적 변혁에 대한 기대 역시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1990년대 후반의 '인터넷이 모든 것을 바꾼다'는 믿음과 2020년대의 'AI가 인류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확신 사이에는 구조적 유사성이 있다. TheGlobe.com이 수익 없이 상장 첫날 606% 급등했던 일화는, 현재 수많은 AI 스타트업이 실적 없이 받는 천문학적 밸류에이션과 겹쳐 보인다.
인프라 투자의 과잉도 비슷해 보이는데, 닷컴 시대 통신사들이 깔았던 8000만마일의 광케이블 중 4년 후에도 약 90%가 '다크 파이버(미사용 회선)’로 남았던 것처럼, 지금 경쟁적으로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와 GPU 클러스터도 비슷한 운명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자금 흐름의 구조도 유사하다. 1999년 벤처캐피탈(VC) 투자의 62%가 비수익 인터넷 기업에 몰렸던 패턴이 2025년에도 재현되어, VC 자금의 64%가 AI 스타트업으로 향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오픈AI 사이의 순환 투자 구조, 즉 투자자가 동시에 고객이 되는 상황은 닷컴 시대의 자금 순환을 연상시킨다.
닷컴과 AI는 무엇이 다른가
하지만 이번 사이클에는 간과할 수 없는 차이점들이 있는데, 우선 기업들의 재무 기반에서 근본적인 격차가 존재한다. 닷컴 기업들이 연 210억달러 수익에 60억달러 손실을 기록했다면, 현재 AI를 주도하는 빅테크들은 1조7000억달러 수익에 5000억달러 영업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분기 매출이 390억-470억달러 규모에 달하며, 이들 기업은 외부 자금이 아닌 자체 현금흐름으로 투자를 감당한다.
더 주목할 변화는 국가의 역할로 닷컴 시대의 정부가 시장의 관찰자였다면, 지금은 적극적 참여자라는 것이다. 미국의 CHIPS Act(반도체 직접 지원 520억달러), 중국의 빅펀드 950억달러는 AI와 반도체를 단순한 산업이 아닌 국가 안보와 패권의 문제로 인식한다는 신호다.
투자 인프라 역시 차이가 큰데, 닷컴이 주로 전자상거래와 같은 마케팅이나 소프트웨어에 치중했다면, AI는 데이터센터, 전력망, 칩 제조, 공장 및 물류 자동화시설 등 물리적 자산에 연간 1000억달러 이상을 현금으로 투입하고 있다. 이런 실물 투자는 시장이 조정을 받더라도 남게 될 자산이다.
미국과 중국, 그들은 얼마나 진심인가
양국이 AI와 반도체에 쏟는 관심의 강도는 '진지하다'는 표현을 넘어선다.
미국은 CHIPS Act로 반도체 제조에 520억달러 직접 투자, 25% 세액공제, R&D와 인력 개발에 130억달러를 배정했고, 2025년 7월 발표된 'America's AI Action Plan'은 90개 이상의 연방 정책을 포함했다. 민간에서 약속한 4490억달러 중 540억달러가 이미 28개 주 100개 이상 프로젝트에서 집행되고 있으며, 2032년까지 미국이 전 세계 최첨단 칩의 30%를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직접 나서 '자립자강'을 강조하며 기술 주권을 국가 생존과 연결시켰다. 2024년 한 해에만 3440억위안(475억달러)을 3기 반도체 펀드에 투입했고, '동수서산' 정책으로 동부지역의 데이터를 서부에서 처리하는 프로젝트를 구축 중이다. 10월 23일 폐막한 공산당 4중전회에서도 향후 5년 핵심과제로 과학기술, 반도체, AI 산업육성을 못박았다.
얼마전 한국을 방문했던 미국 육군 장관이 서울 인구보다도 많은 중국 드론의 막대한 숫자를 언급한 것은 AI가 이미 안보와 군사 영역에서 게임 체인저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산업과 안보분야에서 AI관련 기술 확보와 활용은 양국 모두에게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현 국면의 리스크와 대응
AI의 장기 성장은 패권 경쟁의 맥락에서 불가피해 보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몇 가지 중요한 리스크가 존재한다.
유동성 환경의 변화가 가장 직접적인 위험이다. 코로나19 이후의 풍부한 유동성이 현재의 밸류에이션을 뒷받침하고 있는데, 2025년 8월 기준 신용거래 잔고는 1조달러로 닷컴 시대의 5배에 달한다. 금리 상승이나 신용 경색이 발생하면, 레버리지 청산의 연쇄 반응이 과거보다 빠르고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인프라 병목도 성장의 제약 요인이다. 데이터센터는 급증하지만 전력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변전 설비와 냉각 시스템, 고급 패키징의 긴 리드타임이 실제 가동을 지연시킨다. 최근 IMF가 지적한 대로, AI 투자가 생산성보다 인플레이션을 먼저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결합하여 투하 자본은 계속 증가하는데 실제 생산성 향상은 지나치게 늦어진다면, 국가 정책 지원과 기술의 미래 가치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일시적이지만 급격한 조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의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고,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성장 스토리는 결국 재평가 받기 마련이다.
과거 닷컴 버블과 다른 AI의 산업적 역할과 국가의 정책적 지원이라는 구조적 성장을 인정하되 상승세를 고려해 포트폴리오 조절이 필요하다. 포트폴리오 내 AI 관련 자산의 주요 비중은 유지하고, 현금이나 단기채 비중은 축소하지 않는 완충 장치도 동행해야 한다. 특히 보안, 전력 인프라, 전력 장비 등 AI 생태계의 필수 요소들을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닷컴 이후 아마존과 구글이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듯, AI 산업에 조정 국면이 발생한다 해도 핵심 인프라와 기술력 같은 주도권을 가진 기업들은 생존할 것이다. 버블의 존재로 공포나 탐욕에 휘둘리기보다 그 속에 발생한 구조적 차이를 읽어내는 것이 더 중요한 시점이다.
이민우 아테나자산관리자문 대표 athena@athenaam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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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우 대표는 대기업 기획부문 출신이다. 18년 간 1300명이 넘는 고객에 대한 지속적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며 풍부한 현장 경험과 연구 실적을 쌓았다. 글로벌 경제에 대한 인사이트와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며, 경제동향 기고를 비롯해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고 있다. MBA, 증권투자상담사, 펀드투자상담, 종합자산관리사, 종합재무설계사, 심리상담사 자격이 있으며, 매일경제TV 월가월부, OBS 돈잇슈, EBS 뉴스, NBN내외경제TV, 부동산경제TV 및 경제관련 유튜브 등에 출연했다.
이 대표의 전문 분야는 매크로 이슈 관련 산업 섹터 포트폴리오 조정과 섹터내 선도 종목 교체를 통한 시장 초과수익 달성이다. 현재 경영 중인 자산관리 자문사의 파트너들과 법률·세무·회계·심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자산 관리 측면에서 발생하는 리스크 관리 업무를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