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의 오늘의 정리]⑨본격적인 한파, 집안의 온도를 높이는 '계절 순환 정리'

정리수납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독자들을 위해 정리수납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정리가 필요할 때 찾아볼 수 있는 정리수납의 기본 원칙부터 공간별 실용적인 정리법까지 소개한다. [편집자 주]

달력은 어느새 12월,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되고 창밖은 이미 겨울왕국이다. 그런데 집안을 둘러보면 아직 계절이 멈춰있는 곳들이 눈에 띈다.

옷장 속에는 늦가을에 입던 트렌치코트와 두꺼운 패딩이 뒤섞여 있고, 베란다 구석에는 여름에 쓰던 선풍기가 먼지를 쓴 채 방치되어 있진 않은가? 겨울을 맞아 집안의 온기를 되찾아줄 ‘계절 순환 정리수납’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12월의 정리는 지나간 가을, 그리고 미처 치우지 못한 늦여름의 흔적을 완전히 지우는 것에서 시작한다. 겨울 옷은 부피가 크다. 지난 계절의 옷들이 자리를 비켜주지 않으면 수납 공간은 포화 상태가 된다.

지난 계절의 물건을 정리할 때는 완벽한 세탁과 건조가 우선이다. 땀이나 오염이 묻은 채로 보관된 옷은 내년 봄, 곰팡이나 변색으로 인해 다시는 못 입게 될 수 있다. 얇은 옷들은 부피를 줄여 리빙박스에 넣고, 옷장 골든존(손이 가장 잘 닿는 위치)을 비워 두꺼운 겨울 외투를 위한 자리를 확보하자.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선풍기는 분해 세척 후 전용 커버를 씌워 창고나 베란다 선반 위쪽으로 이동시킨다.

겨울 정리는 꺼내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만드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패딩, 두꺼운 이불, 난방 가전 등 겨울 물건들은 하나같이 한 덩치 하기 때문이다. 

겨울 물건을 배치할 때는 동선과 빈도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자주 입는 롱패딩은 현관과 가까운 옷장에, 가끔 입는 코트는 안쪽이나 커버를 씌워 보관한다. 계절 가전도 순환이 필요하다. 선풍기가 있던 자리에는 가습기나 온풍기를 배치하여 계절 가전의 자리를 바꿔놓는다.

겨울철 정리수납이 유독 힘든 이유는 물건의 ‘양’보다 ‘부피’ 때문이다. 수납장이 터질 듯한 압박감을 해결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역시 ‘계절박스’를 활용하는 것이다. 계절박스는 봄·가을용, 여름용, 겨울용 등으로 나누어 관리하되, 지금 당장 필요 없는 ‘지난 계절의 박스’는 시선이 닿지 않는 옷장 최상단이나 침대 밑 수납공간으로 보낸다. 

계절박스는 라벨링 후 일정한 공간에서 순환하는 방식으로 활용한다. /김지현 컨설턴트

계절박스에 ‘라벨링’만 잘하면 나중에 물건을 찾기 위해 뒤적일 수고를 줄일 수 있다. 라벨은 '2024 가을 의류' '드라이 완료 11.30' '개봉 예정 2025.09' 등과 같이 만들면 좋다. 이렇게 적어두면 내년 가을 무엇을 세탁해야 하고 무엇을 바로 입을 수 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단, 하루가 다르게 크는 아이들의 겨울 옷 정리는 기준이 조금 다르다. 작아진 옷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상자에 넣는 것은 공간 낭비다. 지금 딱 맞는 옷은 이번 겨울용으로 서랍 앞쪽에 배치하고, 사이즈가 넉넉해 내년에도 입을 수 있는 옷은 내년용으로 구분한다. 이미 작아진 옷, 보풀이 심한 옷은 과감히 주변에 나눔을 하거나 의류 수거함으로 보내자. 비워야 채울 수 있고, 순환해야 집이 숨을 쉰다.

계절박스를 활용한 순환 정리는 단순한 수납 기술이 아니라, 집이라는 공간이 계절의 흐름에 맞춰 유연하게 변화하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이렇게 묵은 짐을 정리하고 두툼한 겨울 이불과 포근한 옷들이 제자리를 찾았을 때, 비로소 우리 집은 가장 따뜻한 안식처가 된다.

※ 외부 기고는 콕스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지현 컨설턴트는 정리수납 전문 스타트업 '룸핏(RoomFiT)'을 운영하며 가정, 사무실, 공방 등의 정리수납 컨설팅과 기업, 단체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