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 / Econ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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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엘리의 도시는 말한다]㉟오스틴–음악도시에서 테크 허브로의 진화

오스틴의 저녁 풍경 / 사진 오스틴 관광청
오스틴의 저녁 풍경 / 사진 오스틴 관광청

현대의 도시는 단순한 생활공간이 아닌 경제 전략의 최전선이다. 세계 각국은 도시 브랜드를 기반으로 투자 유치, 글로벌 인재 확보, 스타트업 생태계 형성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름’은 곧 ‘전략’이며, 도시 간 경쟁력의 상징적 신호로 기능한다. 본 연재는 글로벌 도시의 지명 유래를 통해 경제, 역사, 문화, 외교의 맥락을 통합적으로 조명하고, 독자에게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장엘리 동명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 장엘리 동명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

조용한 강가의 마을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도시로

무라카미 하루키가 유난히 사랑하는 도시이자 여러 통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 상위권을 꾸준히 차지하며, 미국에서도 소득과 교육 수준이 가장 높은 곳들 중 하나인 곳. 연주회와 공연이 끊이지 않고 예술가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며, 이 도시의 시민들은 스스로를 다정하게 ‘Austinites’라 부른다.

강가에 자리잡은 오스틴 모습 / 사진 오스틴 관광청 강가에 자리잡은 오스틴 모습 / 사진 오스틴 관광청

걷기 좋고, 머물기 좋은 도시, 그래서인지 오스틴과 자매결연을 맺은 도시들을 살펴보면 대한민국 광명시를 포함해 대부분의 도시들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묘하게 닮아 있다.

문화가 중심에 있고, 창의성이 도시의 언어이며,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도시들이다. 그 리스트를 보고 나면 자연스레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도대체 어떤 도시이기에, 이렇게 다양한 도시들이 오스틴을 알아본 걸까?”

그 답은 의외로 소박한 곳에서 시작된다. 텍사스 한가운데 콜로라도 강을 따라 자리한 작은 마을, 바로 워털루(Waterloo)다. 1830년대 초 지도 위에 점처럼 존재하던 마을이지만 1839 텍사스 공화국이 새 수도를 찾기 시작하면서 워털루는 조용한 이름에서 ‘국가의 도시’로 소환되었다. 강이 흐르고, 땅이 넓고, 중심부에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같은 해, 공화국 의회는 도시의 이름을 텍사스 개척의 상징인 스티븐 F. 오스틴으로 바꾸었는데, 이름 하나가 도시의 운명을 뒤집는 순간이었다.

음악이 스며들고, 도시가 눈을 뜨다

오스틴의 저녁 풍경 / 사진 오스틴 관광청 오스틴의 저녁 풍경 / 사진 오스틴 관광청

하지만 오스틴의 진짜 성장은 행정이 아니라 기질에서 시작된다. 텍사스 안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자유롭고, 정답보다 시도를 중시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시가 바로 오스틴이다.

이 열린 공기가 예술가들을 끌어당겼는데, 특히 1883년 설립된 UT 오스틴은 도시 전체를 거대한 문화 실험실로 만드는 역할을 하였다. 학생들은 낮에는 수업을 듣고, 밤에는 밴드를 결성하며 도시를 울렸다. 작은 바(bar)는 공연장이 되었고, 공연장은 다시 창작의 무대가 되었다.

사람들은 오스틴이 음악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였다. 음악이 먼저 이 도시의 기질을 알아보고, 이곳을 선택한 것에 가까웠다.

그리고 1987년, SXSW(South by Southwest)가 등장하면서 이 흐름은 오스틴의 얼굴이 되었다. 지역 밴드 행사로 시작된 축제는 도시의 기질과 만나자마자 음악에서 영화로, 또다시 미디어에서 테크로 확장되며 오스틴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실험 무대로 재구성했다. 문화가 도시를 바꾸는 순간이었다.

기술이 얹히자, 도시의 속도가 달라졌다

오스틴에 입주한 주요 기업 현황을 나타내는 이미지 / 사진 오스틴 관광청 오스틴에 입주한 주요 기업 현황을 나타내는 이미지 / 사진 오스틴 관광청

오스틴의 두 번째 진화는 1990년대에 시작됐다. IBM과 델(Dell)이 이곳에 터를 잡으면서 도시는 음악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새로운 기운을 품게 된다. 특히 델은 오스틴에 단순한 일자리를 넘어 도시의 체질을 바꿀 기반을 마련했다. 

사람들이 흔히 대표 기업으로 테슬라를 떠올리지만, 오스틴의 기술 생태계를 만든 ‘근육과 뼈대’는 델이 만들었다. 덕분에 그 위에 다른 기술 기업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변화는 2010년대에 더욱 뚜렷해졌다. 젊은 기술 인재들이 남부 어느 도시보다 빠르게 오스틴으로 모여들었고, 코로나19를 거치며 속도는 배가 되었다.

2020~2021년, 오스틴은 고용 증가율 21%, 삶의 질 1위, 고용 기회 3위를 기록하며 미국에서 가장 핫한 성장 도시가 되었다. 그리고 결정적 사건은 바로 테슬라와 오라클의 본사 이전이었다. 헤드라인은 테슬라가 만들었지만, 속도를 낼 수 있는 몸은 이미 델이 만들어놓은 상태였다.

오스틴 시는 ‘남부 실리콘밸리’를 꿈꾸며 2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단행했고, 음악 위에 기술이 겹쳐지는 순간 도시는 완전히 새로운 정체성을 얻었다.

오스틴은 자유, 실험, 개방성이라는 삼중의 기질을 가진 도시다. 이 세 가지가 겹쳐지는 순간 도시는 산업을 넘어, 하나의 미래 모델로 확장된다. 그래서 오스틴은 음악도, 기술도 아닌 창조가 살아 움직이는 도시’로 남는다.

장엘리 동명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 labmoneta618@gmail.com 

※ 외부 기고는 콕스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장엘리 교수는 동명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이자, 국립외교원/외교부  외래교수,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전략 컨설팅사 랩 모네타(Lab MoNETA) 대표 컨설턴트다. 방송 및 언론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가진 그는 삼표그룹 홍보팀장을 역임했고, 한국경제TV, 내외경제TV, 아리랑TV 등에서 앵커 및 콘텐츠 기획자로 활약했다.

현재는 도시 기반의 경제 커뮤니케이션 전략, 스타트업 국제 진출 컨설팅, 글로벌 IR 피칭 등을 지원하며,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을 연결하는 실전형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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