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 / Econ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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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엘리의 도시는 말한다]㊱헬싱키-신뢰받는 산타의 도시가 글로벌 기업 키워

산타의 도시 헬싱키에 위치한 헬싱키 대성당의 야경 / 사진 픽사베이
산타의 도시 헬싱키에 위치한 헬싱키 대성당의 야경 / 사진 픽사베이

현대의 도시는 단순한 생활공간이 아닌 경제 전략의 최전선이다. 세계 각국은 도시 브랜드를 기반으로 투자 유치, 글로벌 인재 확보, 스타트업 생태계 형성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름’은 곧 ‘전략’이며, 도시 간 경쟁력의 상징적 신호로 기능한다. 본 연재는 글로벌 도시의 지명 유래를 통해 경제, 역사, 문화, 외교의 맥락을 통합적으로 조명하고, 독자에게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장엘리 동명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 장엘리 동명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

크리스마스, 그리고 도시가 기억되는 방식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영국과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기독교 문화권 국가들은 이 시기만 되면 유독 분주해진다. 가족과 친인척을 위한 선물을 고르기 위해 도심과 상점가는 사람들로 가득 찬다.

산타의 도시 헬싱키에 위치한 헬싱키 대성당의 야경 / 사진 픽사베이 산타의 도시 헬싱키에 위치한 헬싱키 대성당의 야경 / 사진 픽사베이

그 ‘선물’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상징이 있다. 바로 산타클로스다. 산타클로스의 공식적인 고향은 핀란드 북부 로바니에미에 위치한 산타클로스 빌리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인의 기억 속에서 더 강하게 각인된 도시는, 그곳에서 약 800㎞ 떨어진 수도 헬싱키다.

이는 단순한 지리적 우연이 아니다. 헬싱키는 ‘산타가 사는 도시’가 아니라 산타가 상징하는 가치-신뢰, 약속, 따뜻함-를 도시의 일상과 시스템으로 구현해온 공간이기 때문이다.

헬싱키라는 도시 이름 역시 그 정체성을 드러낸다. 스웨덴어 Helsingfors에서 유래한 이 이름은 ‘흰 급류’, ‘좁은 강의 여울’을 의미한다. 반타강(Vantaa River)의 좁은 물길과 급류 지형을 묘사한 표현으로, 도시가 처음 세워진 핀란드만 연안의 자연환경을 그대로 담고 있다.

1550년 스웨덴 국왕 구스타브 1세가 발트해의 상업 중심지 탈린을 견제하기 위해 세운 항구 도시 헬싱키는 이후 스웨덴 식민지 시기와 러시아 지배기를 거치며 다층적인 정체성을 형성해왔다. 1812년 러시아 치하에서 수도로 승격되며 핀란드어 이름이 공식화되었고, 독립 이후 현재의 형태로 정착했다.

이 긴 역사 속에서 헬싱키는 늘 경계 위에 서 있었고, 그만큼 균형과 신뢰를 도시의 기본 가치로 삼아왔다.

도시는 말한다. 그리고 헬싱키가 오랜 시간 반복해온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는 화려하지 않지만, 믿을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은 도시의 신뢰를 빌려 성장한다

헬싱키의 도시 브랜드를 세계에 각인시킨 주역은 관광 캠페인이나 대형 이벤트가 아니다. 오히려 이 도시에서 성장하거나 뿌리를 내린 글로벌 기업들이 헬싱키의 이미지를 구체화하고 확장시켰다.

1865년 종이 공장으로 시작한 노키아 로고 / 사진 노키아 홈페이지 갈무리 1865년 종이 공장으로 시작한 노키아 로고 / 사진 노키아 홈페이지 갈무리

대표적인 사례가 Nokia다. 1865년 종이 공장으로 출발한 이 기업은 1990년대 이동통신 기술 혁신을 통해 세계적인 기술 기업으로 도약했다. 헬싱키 본사와 연구소를 중심으로 구축된 기술 생태계는 ‘빠른 기술’이 아니라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이미지를 세계에 각인시켰다. Nokia는 헬싱키를 글로벌 기술 허브이자 신뢰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게 한 결정적 역할을 했다.

1951년 헬싱키에서 설립된 텍스타일 브랜드 Marimekko는 과감한 패턴과 실용적 디자인으로 ‘일상 속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정착시켰다. Marimekko는 디자인을 전시장이나 패션쇼에 한정하지 않고, 헬싱키의 거리, 카페, 항공기, 생활 공간 속으로 스며들게 했다. 그 결과 헬싱키는 ‘보여주는 도시’가 아니라 ‘살아가는 디자인 도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2010년 헬싱키에서 창업된 모바일 게임사 Supercell은 자율적인 의사결정 구조와 자유로운 개발 문화로 글로벌 게임 산업의 주목을 받았다. Supercell은 헬싱키를 ‘조용한 북유럽 도시’에서 ‘창의적 자유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스타트업 도시’로 재정의했다.

이처럼 세 기업은 서로 다른 산업에 속해 있지만, 하나의 공통된 메시지를 만들어냈다. 헬싱키는 기술은 신뢰할 수 있고, 디자인은 일상에 있으며, 창의성은 강요되지 않는 도시라는 점이다.

도시 브랜딩의 본질, 헬싱키가 보여준 답

헬싱키 사례가 도시 브랜딩 관점에서 던지는 핵심 질문은 명확하다.

도시는 어떻게 기억되는가? 그 답은 슬로건이나 로고가 아니라, 기업과 도시가 서로의 언어가 되는 과정에 있다.

헬싱키에 위치한 마리메코 숍 모습 / 사진 장엘리 헬싱키에 위치한 마리메코 숍 모습 / 사진 장엘리

Nokia의 “Connecting People” 캠페인은 헬싱키의 차분한 도시 풍경과 결합해 기술 신뢰를 시각화 했고, Marimekko의 Unikko 패턴은 도시의 거리 자체를 브랜드 미디어로 바꾸었다. Supercell의 사내 공간 공개 영상은 ‘일하기 좋은 도시’라는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확산시켰다. 이 모든 과정은 계획된 홍보라기보다 도시의 성격이 기업을 통해 증명된 결과에 가깝다.

헬싱키는 기업을 통해 자신이 어떤 도시인지 설명했고, 기업은 도시의 신뢰를 기반으로 세계 시장에서 성장했다. 그래서 헬싱키는 ‘산타의 도시’로 불리지만, 그 본질은 캐릭터에 있지 않다. 헬싱키가 세계로 수출한 것은 산타클로스가 아니라, 약속을 지키는 문화, 신뢰가 전제된 시스템, 과하지 않은 따뜻함이었다.

헬싱키는 이렇게 말한다.

“브랜드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축적되는 것이다.”

— 다음 편에서는 헬싱키와 또 다른 방식으로 도시와 기업의 관계를 설계해온 스톡홀름을 통해, 도시가 하나의 경영 시스템이 되는 구조를 살펴볼 예정이다. 

장엘리 동명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 labmoneta618@gmail.com 

※ 외부 기고는 콕스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장엘리 교수는 동명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이자, 국립외교원/외교부  외래교수,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전략 컨설팅사 랩 모네타(Lab MoNETA) 대표 컨설턴트다. 방송 및 언론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가진 그는 삼표그룹 홍보팀장을 역임했고, 한국경제TV, 내외경제TV, 아리랑TV 등에서 앵커 및 콘텐츠 기획자로 활약했다.

현재는 도시 기반의 경제 커뮤니케이션 전략, 스타트업 국제 진출 컨설팅, 글로벌 IR 피칭 등을 지원하며,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을 연결하는 실전형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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