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딧' 게시글이 전환점…AI 플랫폼 기업 런팟, 연 1.2억달러 기업으로 성장

AI 애플리케이션 호스팅 플랫폼 런팟(Runpod)이 출범 4년 만에 연 매출 환산 기준 1억2000만달러(1770억원)를 넘어섰다. 화려한 마케팅이나 대규모 자금 조달 대신, 개발자 중심의 제품 완성도와 시기적 운이 맞물린 결과라는 점에서 이들의 성장 경로는 실리콘밸리에서도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같은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와 코어위브 같은 특화 업체들이 경쟁자로 존재하지만, 런팟은 스스로를 ‘개발자 중심 플랫폼’으로 정의한다. 창업자들은 앞으로 개발자의 역할이 코드 작성자에서 AI 에이전트 설계자·운영자로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런팟은 젠 루(Zhen Lu)와 파딥 싱(Pardeep Singh) 두 공동 창업자가 2021년 말 시작한 스타트업이다. 두 사람은 당시 미국 통신기업 컴캐스트에서 개발자로 함께 일하고 있었다. 취미로 시작한 암호화폐 채굴이 계기가 됐다. 각자의 뉴저지 집 지하실에 이더리움 채굴용 GPU 서버를 구축했지만, 수익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여기에 이더리움 네트워크 업그레이드인 ‘더 머지(The Merge)’를 앞두고 채굴 환경 자체가 끝을 향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문제는 재미가 없다는 점이었다. 두 사람은 취미에만 5만달러를 쏟아부은 상황에서, GPU를 다른 용도로 활용해야 했다. 이들이 선택한 해법은 인공지능이었다. 당시만 해도 챗GPT나 달리2(DALL·E 2)가 등장하기 전이었지만, 이미 머신러닝 프로젝트를 경험해 온 이들은 채굴 장비를 AI 서버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문제가 드러났다. GPU 기반 개발 환경을 다루는 소프트웨어 스택이 지나치게 불편하고 복잡하다는 점이었다. 개발자였던 두 창업자는 직접 쓰기 싫을 정도로 불편한 환경이야말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판단했다. 런팟은 이렇게 탄생했다. GPU 위에서 AI 애플리케이션을 개발·배포하는 경험 자체를 개선하겠다는 목표였다.
2022년 초, 이들은 최소 기능 제품(MVP)을 공개했다. 문제는 마케팅이었다. 첫 창업이었던 이들은 별다른 홍보 전략을 알지 못했고, 결국 선택한 방식은 레딧이었다. AI 관련 커뮤니티에 무료 서버 제공과 피드백 교환을 제안했고, 이는 베타 사용자 확보로 이어졌다. 이후 유료 고객이 생기기 시작했고, 9개월 만에 매출 100만달러를 넘기며 두 창업자는 회사를 나와 창업에 전념하게 됐다.
성장은 또 다른 부담을 낳았다. 기업 고객들이 지하실 서버에서는 비즈니스를 돌릴 수 없다며 안정적인 인프라를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런팟은 벤처캐피털 대신 데이터센터와의 수익 공유 방식으로 인프라를 확장했다. GPU 수급이 곧 경쟁력이 되는 시장에서, 수요보다 한발 앞서 움직여야 한다는 압박은 컸다.
전환점은 2024년이었다. 생성형 AI 열풍이 본격화되면서 런팟의 초기 선택이 빛을 발했다. 레딧과 디스코드를 중심으로 개발자 커뮤니티가 급속히 커졌고, 이 과정에서 델 테크놀로지스 캐피털과 인텔 캐피털이 공동으로 이끄는 2000만달러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허깅페이스 공동창업자 줄리앙 쇼몽 역시 제품 사용자로서 직접 연락해 엔젤 투자자로 합류했다.
현재 런팟은 전 세계 31개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며, 50만명 이상의 개발자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개인 개발자부터 포춘 500대 기업까지 고객층도 다양하다. 리플릿, 커서, 오픈AI, 퍼플렉시티, 윅스, 질로우 등도 런팟을 활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