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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타수] 브로드컴 293조 계약 따낸 삼성, 파운드리 만년 2위 꼬리표 뗄 기회

삼성전자가 24일(현지시각) 브로드컴과 293조원 규모 반도체 협력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 사진 콕스뉴스가 제미나이(AI)로 생성
삼성전자가 24일(현지시각) 브로드컴과 293조원 규모 반도체 협력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 사진 콕스뉴스가 제미나이(AI)로 생성
삼성전자가 24일(현지시각) 브로드컴과 293조원 규모 반도체 협력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 사진 콕스뉴스가 제미나이(AI)로 생성 삼성전자가 24일(현지시각) 브로드컴과 293조원 규모 반도체 협력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 사진 콕스뉴스가 제미나이(AI)로 생성

삼성전자가 브로드컴과 맺은 293조원 규모 반도체 협력을 단순히 "큰 계약 하나 땄다"로만 보면 안 된다. 최선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늘 TSMC에 밀려 저평가받던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이 다시 평가받을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아직은 구속력 있는 공급 계약이 아니라 방향을 정한 업무협약 단계라, 실제 물량과 실적으로 이어지려면 넘어야 할 조건이 남아있다.

삼성전자는 24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미드웨이에서 열린 AI 서밋 행사에서 브로드컴과 2030년까지 5년간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징 분야에서 293조원 이상 규모로 협력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협약식에는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과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양사 경영진과 정부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재용 회장은 협약식에 앞서 열린 AI 서밋 본행사에서 "한미 두 나라 강점들이 하나로 결합한다면 우리는 더 빠르게 혁신하고, 더 크게 성장하며, 더 많은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반도체와 디바이스 첨단 제조 분야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브로드컴이 삼성을 택한 이유

브로드컴은 직접 반도체를 만들지는 않고 설계만 하는 회사다. 이런 회사를 팹리스라고 부르는데, 브로드컴은 구글 같은 빅테크가 쓸 AI 맞춤형 반도체를 설계해주는 대표 업체이자 구글의 AI 반도체 TPU 개발에도 참여하는 회사다. TPU에는 여러 층을 쌓아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고성능 메모리 HBM이 들어간다.

최근 구글, 아마존 같은 빅테크들이 엔비디아 GPU 대신 자기 회사에 맞는 전용 AI 반도체를 직접 설계해서 쓰는 흐름이 커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정작 물건을 만들어 줄 공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였다.

업계에 따르면 TSMC의 2나노 공정은 이미 AI 반도체 주문으로 가득 차서, 새로 들어오는 고객은 2028년에서 2029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공장은 2026년 하반기에 2나노 반도체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라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이런 시차가 브로드컴이 삼성전자를 택한 배경으로 꼽힌다.

메모리부터 후공정까지, 삼성전자가 다 만든다

이번 협력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삼성전자가 메모리, 위탁생산, 패키징을 모두 혼자 처리해준다는 점이다. 원래 이 세 가지는 각각 다른 회사와 따로 계약해야 하는 영역이다. 부품을 여러 회사에서 나눠 사 와 조립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메모리 사업부와 파운드리 사업부를 동시에 갖고 있는 종합반도체기업만 이렇게 할 수 있다. 위탁생산만 전문으로 하는 TSMC는 구조적으로 따라 할 수 없는 조합이다. 브로드컴 입장에서는 여러 회사와 따로 계약을 맺고 일정을 조율할 필요 없이 삼성전자 한 곳에만 맡기면 된다는 이점이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한 회사가 전 과정을 맡으면 생산 정교함도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삼성전자 측 설명이고, 실제 수율과 품질로 증명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삼성 파운드리의 대형 수주,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대형 고객을 잡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2025년 7월 28일 2033년 12월 31일까지 글로벌 대형 기업으로부터 22조8000억원 규모 주문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계약 상대방은 비밀유지 조항 때문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정도 대량 주문을 하면서도 TSMC에 전량을 맡기지 않는 회사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테슬라로 추정됐다.

2025년 8월에는 애플향 이미지센서 수주 소식도 전해졌다. 굵직한 수주가 산발적으로 이어지던 흐름이 이번 브로드컴 계약으로 규모 면에서 정점을 찍었다.

남은 변수

이번 협약은 아직 확정된 공급 계약이 아니라 업무협약, 즉 방향을 정한 약속 단계다. 실제 양산 계약과 물건 공급으로 이어지려면 삼성전자의 2나노 공정 수율, 즉 정상적으로 만들어지는 반도체 비율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리는 일이 관건이다.

HBM 공급 자체가 업계 전반적으로 빠듯한 상황이라 브로드컴 외 기존 고객사에 물량을 어떻게 나눠줄지도 지켜봐야 한다. TSMC 물량 병목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삼성 파운드리가 이번 기회를 실제 실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다음 관전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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