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타수] 꿈틀대는 K-게임…붉은사막·NC·구글이 3대 호재

최근 6개월 코스피에 상장된 게임주는 조용했다. 일본 게임사가 2023~2024년 주가를 세 배 가까이 불렸고, 중국은 '검은 신화: 오공' 한 방으로 글로벌 투자자의 시선을 독차지했다. 그 사이 한국 게임사는 뭘 하고 있었냐는 핀잔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런데 지금 패가 바뀌고 있다. 구글의 수수료 인하, 펄어비스 '붉은 사막'의 글로벌 출격, 엔씨소프트의 캐주얼 베팅. 세 가지 변화가 동시에 맞물리며 K-게임에 춘풍이 부는 국면이다.
구글의 '수수료 인하'
가장 주목받는 것은 구글이다. 에픽게임즈와의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한 구글은 결제 수수료를 5%포인트 낮췄다. 모바일 매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게임사 입장에서는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다. 수혜가 가장 큰 곳은 넷마블과 NHN이다. 넷마블은 연매출 8000억원짜리 자회사 스핀엑스의 구글 플레이 비중이 높아 2분기 안에 이익 개선이 시작될 전망이다. NHN은 게임 사업부 영업이익률이 1.9%포인트 오를 것으로 계산된다.
반면 애플은 수수료와 관련해 꿈쩍도 안 했다. '외부 결제 권리'를 인정받으며 부분 승리를 거뒀고, 앱스토어 폐쇄성을 법원도 눈감아줬다. 다만 중국 정부 압박에 못 이겨 중국 내 앱스토어 수수료를 30%에서 25%로 내렸다는 건 변수로 남겨둘 만하다. 크래프톤은 이번 인하와 거리가 멀다. 주력인 화평정영의 기술 수수료 구조가 달라서다.
펄어비스의 붉은사막 출시
K-게임의 또 다른 주목 지점은 20일 출시되는 펄어비스의 '붉은 사막'이다. 국내 게임사 중 싱글 플레이 타이틀을 콘솔과 PC에 동시 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은 300만~500만장 판매를 예상하는데, 메리츠증권은 연내 500만장을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출시 6주 전부터 북미·유럽 PS스토어 사전 예약 10위권에 들었고, 3월 초 스팀 위시리스트는 300만을 넘겼다. 사전 예약 흐름이 출시 5일 만에 500만장을 판 캡콤 '바이오하자드 레퀴엠'과 비슷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붉은사막 흥행의 진짜 변수는 중국이다. 통상 중국은 판호가 있어야 게임을 팔 수 있지만 PC 기반인 스팀은 우회로다. '검은 신화: 오공'이 스팀 출시 100일 만에 2200만장 이상 팔렸고, 그 중 70% 이상이 중국 구매자였다. 펄어비스는 출시를 석 달 미루면서까지 중국어 더빙을 준비했고, 2월 중국 게임 전문 매체 '17173 게임 어워드'에서 해외 타이틀 중 GTA6와 나란히 가장 기대되는 게임으로 선정됐다.
붉은 사막의 흥행이 단순한 한 게임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 이유가 있다. 2018~2021년 K-팝이 글로벌 엔터 시장 성장률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건 동아시아에 갇혀 있던 시장을 서구권으로 밀어낸 덕분이었다. 일본 게임사도 2023~2024년 PC 동시 출시를 결정하면서 실적과 주가 모두 레벨업했다. 붉은 사막이 그 길을 한국 게임에서 처음 여는 작품이 될 수 있느냐가 시장이 지켜보는 핵심이다.
캐주얼 게임 비중 높이는 엔씨
엔씨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M&A에 가장 몸을 사리던 회사가 7개월 만에 4건의 딜을 마쳤다. 베트남 리후후, 국내 스프링컴즈, 슬로베니아 무빙아이에 이어 독일 JustPlay 지분 70%를 3016억원에 집어삼켰다. 기업가치 4309억원짜리 딜이다.
JustPlay는 게임사가 아니다. 유저가 하이퍼 캐주얼 게임을 켜두는 동안 광고를 보여주고, 그 수익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리워드 플랫폼이다. 3시간마다 금액 제한 없이 현금 전환이 된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JustPlay 1시간 이용 시 광고가 17회 노출되고, 적립금은 0.24달러 수준이다. 게임 플랫폼보다는 소비자의 시간을 사서 광고주에게 넘기는 중개업에 가깝다. 2025년 매출 예상치는 2480억원, 성장률은 39%다. 2024년 성장률이 56.5%였으니 기세는 여전하다.
메리츠증권은 리후후·스프링컴즈 같은 캐주얼 게임들을 JustPlay 플랫폼에 얹으면 북미·유럽 광고 노출이 늘어나는 구조가 된다고 봤다. 성공하면 엔씨 게임의 해외 광고 창구로도 쓸 수 있다. 잘 되면 국내 게임 산업에서 전례 없는 모델이 생기는 셈이다.
물론 위험도 크다. 구글이 리워드형 앱 규제에 나서면 비즈니스 모델이 통째로 흔들린다. 구글은 이미 2025년 말부터 앱이 다른 앱의 구동을 감시하는 행위 차단을 강화하고 있다. 자체 '구글 플레이 포인트' 시스템을 키우려는 움직임도 JustPlay엔 위협이다. 그럼에도 메리츠증권은 엔씨 목표주가를 28만원으로 높였다. 19일 오전 10시 45분 기준 엔씨 주가는 22만2000원이다. 목표 가격은 이보다 5만8000원이 높다.
게임 업계에 긍정적인 신호탄이 쏘아졌다. 고전하던 K-게임이 오랜 침묵에서 벗어날 기회가 왔다. 구글 수수료가 내려가고, 붉은 사막이 나왔고, 엔씨가 새 판에 올라탔다. 물론 세 장의 패가 동시에 나온 상황이 서프라이즈 실적으로 이어질 지는 회사의 몫이고, 투자를 통한 성과물이 나올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감이 큰 것은 사실이다. 2분기가 끝나는 6월말 K-게임의 주가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