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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챗GPT와의 승부가 아니다…국가 파운데이션 모델을 둘러싼 오해

한국은 글로벌 AI 3강을 노린다. / 사진 챗GPT로 생성
한국은 글로벌 AI 3강을 노린다. / 사진 챗GPT로 생성
한국은 글로벌 AI 3강을 노린다. / 사진 챗GPT로 생성 한국은 글로벌 AI 3강을 노린다. / 사진 챗GPT로 생성

“국파모(국가 파운데이션 모델) 1차 발표가 나왔던데, 한국이 챗GPT 같은 외국 모델과 경쟁하겠다는 것인가요?"

"자본 투입 규모를 보면 애초에 게임이 안 될 것 같은데 정부가 왜 이렇게 나서는 겁니까?”

"국파모 프로젝트를 보면, 애초부터 버티컬 AI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굳이 국가 파운데이션 모델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는 게 맞습니까?"

최근 외부에서 만난 IT 업계 관계자들에게서 자주 들은 질문 들이다. 국파모 프로젝트의 목적 자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국가 파운데이션 모델의 목표는 ‘챗GPT를 이기기 위한 국가 AI’를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애초에 경쟁의 무대도, 목표 지점도 다르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파운데이션 모델은 글로벌 빅테크와 정면 승부를 선언한 프로젝트가 아니다. 외산 모델에 전면 의존하는 현재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최소한의 ‘전략 자산’을 확보하겠다는 시도에 가깝다. AI가 산업 도구를 넘어 국가 인프라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핵심 기술의 주도권을 모두 외부에 맡기는 것은 장기적으로 위험 부담이 크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현재 한국의 공공·산업·연구 영역은 생성형 AI 핵심 기술을 사실상 해외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외산 모델의 정책 변화, 기술 로드맵, 서비스 방향에 따라 국내 활용 범위와 방식이 좌우되는 구조다. 일부 생성형 AI 모델이 오픈소스 또는 준오픈 형태로 공개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안전한 대안’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오픈소스 모델은 다수의 개발자가 소스 코드를 공유하고 개선하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언제든 조건이 바뀔 수 있다는 불확실성을 내포한다. 라이선스 정책 변경, 공개 범위 축소, 상용 이용 제한은 기업의 전략과 시장 환경에 따라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 초거대 모델일수록, 일정 시점 이후에는 기술을 폐쇄적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가 핵심 영역을 이런 변수에 전적으로 맡기기엔 리스크가 크다.

자본 규모의 차이는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수십조 원이 투입되는 미국 빅테크와 동일한 범용 초거대 모델을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왜 굳이 나서는가. 이유는 명확하다. 법률·행정·국방·의료·금융처럼 고도의 신뢰성과 통제가 필요한 영역에서는 데이터 주권과 알고리즘 통제력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국가 파운데이션 모델은 이들 분야에 특화된 ‘신뢰 가능한 기본 모델’을 국내에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범용 서비스 경쟁이 아니라, 공공성과 산업 기반을 위한 AI 인프라 구축에 가깝다.

또 하나의 중요한 목적은 민간 생태계 지원이다. 국가 파운데이션 모델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연구기관이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 모델 역할을 한다. 막대한 학습 비용과 컴퓨팅 자원을 개별 기업이 감당하지 않아도, 그 위에서 다양한 서비스와 응용 모델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도로와 전력을 국가가 구축하고, 그 위에서 민간이 자유롭게 사업을 펼치는 구조와 유사하다.

이런 맥락에서 국파모 프로젝트는 단순한 기술 개발 사업을 넘어 소버린 AI 전략의 출발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범용 AI 서비스는 당분간 글로벌 기업의 영역으로 남겠지만, 한국어와 한국 사회의 맥락을 깊이 이해해야 하는 버티컬 분야에서는 토종 기업의 경쟁력이 살아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물론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국파모가 ‘경연 중심 사업’으로 오해받거나, 1차 프로젝트 과정에서 네이버 클라우드가 서비스 독자성 문제로 이탈한 사례는 정책 설계와 운영 방식에 대한 숙제를 남겼다. 정부가 중간에 평가 방식을 바꿨다는 루머까지 확산되며 신뢰 논란이 불거진 것도 사실이다.

한국이 세계 3위 AI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는 쉽지 않은 과제다. 매년 수백조 원을 투입하는 글로벌 기업들과의 격차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정부가 직접 최신 GPU를 확보하고, 국파모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AI 생태계의 최소 기반을 마련하려는 시도 자체는 평가할 만하다. 중요한 것은 이 전략이 정권 차원의 이벤트나 정치적 논쟁으로 소모되지 않는 것이다. AI 인프라는 단기간 성과로 재단할 수 없는 영역이다. 정책의 일관성과 장기적 관점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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