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두고 협력사부터 챙기는 재계…6조원 넘는 현금 푼다

국내 주요 대기업이 설 명절을 앞두고 협력사 납품대금을 예정보다 앞당겨 지급하며 자금 지원에 나섰다. 명절 전후로 집행되는 금액만 6조원을 웃돌면서, 중소 협력업체들의 단기 자금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SK, 현대차, LG, 포스코, 롯데, 한화 등 18개 그룹 가운데 80%가 설 이전 납품대금 조기 지급을 결정했거나 이미 집행을 시작했다. 지급 시점은 통상 명절 1~3주 전으로, 올해 설을 기준으로는 평균 2주가량 앞당겨졌다.
유통·서비스 계열을 중심으로 한 롯데그룹은 이번 설에도 대규모 조기 집행에 나섰다. 백화점과 건설, 홈쇼핑, IT 계열 등 27개 계열사가 참여해 1만3000개 파트너사에 총 1조700억원 규모의 납품대금을 설 연휴 이전에 지급한다. 당초 지급일보다 평균 8일 앞당기는 방식이다. 롯데는 2013년부터 명절마다 협력사 대금을 선지급해 왔으며, 상생결제 시스템 확대와 동반성장펀드 운영 등을 통해 거래대금의 현금성을 높여 왔다.
포스코그룹은 설 자금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포스코와 포스코플로우, 포스코이앤씨 등 주요 계열사를 통해 총 4216억원의 거래대금을 최대 20일 앞당겨 지급한다. 포스코와 포스코플로우는 이달 중순 닷새간 3300억원을 조기 집행하고, 포스코이앤씨는 설 연휴 이전 하루에 900억원 넘는 금액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중소기업 납품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결제하는 제도를 20년 가까이 유지해 오고 있다.
삼성과 SK, 현대차, LG, 한화 등 다른 주요 그룹들도 계열사별 일정에 맞춰 하도급·납품대금 조기 지급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과거 설 명절에도 2조원대 납품대금을 최대 20일 이상 앞당겨 지급한 바 있으며, 올해도 부품·원자재 협력사를 중심으로 비슷한 규모의 집행을 이어갈 방침이다.
KT는 중소 협력사에 총 915억원 규모의 납품대금을 조기 지급했다. KT는 납품대금 외에도 협력사의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상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협력사를 위해 1000억원 규모의 저금리 상생협력펀드를 조성·운영하는 등 협력사와의 동반 성장을 추진한다.
LG유플러스는 2014년부터 이어온 설 명절 전 납품대금 조기 지급을 올해도 진행한다. 1300개 중소 협력사의 자금 유동성 확보를 도울 목적으로 올해는 설 직전인 13일 250억원을 조기 지급한다. 대상 기업은 무선 중계기 및 유선 네트워크 장비 납품, 네트워크 공사, IT 개발 및 운영 등을 담당하는 협력사다.
업계는 납품대금 조기 지급이 단순한 명절성 지원을 넘어 협력사 경영 안정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고 평가한다. 설 전후로 인건비와 원자재 대금, 물류비 지출이 몰리는 상황에서 현금 유입 시점이 앞당겨지면 금융권 차입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명절 전 납품대금 조기 지급은 불확실한 경기 상황에서 대기업과 협력사가 함께 버티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