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누구 때문인데…AI 오남용 '공동선언'서 쏙 빠진 미국

GPA는 23일 Joint Statement on AI-Generated Imagery and the Protection of Privacy 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52개국 61개 감독기구가 참여했는데, 미국은 쏙 바졌다. / 사진 제미나이로 생성
국제 개인정보 감독기구 협의체(GPA)가 23일 ‘AI 생성 콘텐츠와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52개국 61개 감독기구가 이름을 올린 이 문서는 단지 선언문이 아니다. 인공지능(AI)이 사람의 동의 없이 얼굴을 합성하고, 음성을 조작하고, 심지어 아동의 이미지를 왜곡해 퍼뜨리는 현실에 대한 긴급한 경고다. AI가 인간의 존엄을 위협하는 국면, 세계는 이 위험을 공동으로 다루겠다는 약속을 선택했다. 그러나 그 자리에 미국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하필이면 이번 선언의 직접적인 규제 대상이 대부분 미국 기업이라는 점이 문제의 본질을 드러낸다. 챗GPT를 만든 오픈AI, 그록을 만든 XAI, 클로드의 앤스로픽, 구글의 제미나이. 모두 미국 회사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개인정보를 훈련 데이터로 삼고, 이미지·영상·음성을 무분별하게 가공해내는 현실을 생각하면 이번 선언의 취지는 명확하다. 기술보다 인간을, 혁신보다 안전을 우선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미국만 빠졌다. 그것도 ‘자유’와 ‘인권’을 내세워온 나라가 말이다.
공동선언 내용은 단호하다. 비동의 친밀 이미지의 생성은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또 모든 AI 기업은 개인정보 오남용을 막기 위한 견고한 안전조치를 갖추고, 유해 콘텐츠 삭제 요청에 즉각 대응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동과 보호자를 위한 연령별 정보 제공 의무까지 담았다. 기술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기업들엔 명백한 압박으로 읽힌다.
송경희 한국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딥페이크 등 인공지능 콘텐츠 생성 기술의 오남용으로 인한 개인정보 침해 위험에 국제 사회와 공동으로 대응하겠다”며 “앞으로도 국내외의 신뢰 기반 인공지능 활용 환경 조성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미국 정부는 이 ‘인류적 약속’을 외면했다. 이유는 묻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자국 기업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변명은 설득력이 없다. 지금의 AI 산업계는 단순한 경쟁이 아니라 윤리의 문제, 인권의 문제 등에 직면했다. 미국이 이 마저도 외면한다면, 기술 패권국이 아니라 ‘윤리 후진국’이라는 낙인을 피하기 어렵다. 경제에서 보듯 깡패 국가로 비춰지지 않을지 우려된다.
더 뼈아픈 사실은 미국의 불참이 단순한 정치적 계산이 아니라, 그들의 기술 중심 사고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프라이버시와 아동 보호보다 시장 논리를 중시하는 태도 말이다. 이는 오래된 패턴이다. 인터넷 규제, 플랫폼 독점, SNS 책임, 콘텐츠 검열 등 분야와 관련해 미국은 기업의 자유를 앞세워 국제 논의에서 한발 물러서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오히려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가 매번 같은 피해를 나눠 떠안았다.
AI 시대의 새로운 원칙이 필요한 지금, 미국의 방관은 납득히가 어렵다. 세계가 AI 오남용을 막기 위해 손잡는 순간, 미국은 자국 산업의 이해득실을 따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술은 윤리 없는 혁신 위에 설 수 없다. 미국이 정말 세계의 리더를 자처하려면, 가장 먼저 책임의 자리에 돌아와야 한다.
AI의 위협은 이미 현실이다. 미국이 빠진 구멍만큼, 세계의 프라이버시는 더 취약해졌다. 기술 혁신의 나라로서 그들이 짊어져야 할 것은 단순한 시장 책임이 아니다. 인간 존엄을 지키는 윤리의 무게다. 지금 필요한 건 침묵이 아니라 참여다. 가장 큰 나라의 침묵이 가장 큰 위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