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타수] 넷플릭스가 이겼다. 그러나 진짜 패자는 누구인가

5년 넘게 이어진 넷플릭스와 한국 과세당국의 법인세 분쟁이 1심에서 넷플릭스의 사실상 승리로 끝났다. 서울행정법원은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가 국세청을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국세청이 부과한 762억원 가운데 687억원을 취소했다. 과세당국의 판단 상당 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다.
법원이 받아들인 핵심은 넷플릭스가 해외 법인에 지급한 금액의 성격이다. 국세청은 이를 국내에서 발생한 콘텐츠 저작권 사용료로 보고 과세했지만, 법원은 스트리밍 서비스 제공에 대한 대가라는 넷플릭스 측 주장을 더 무겁게 봤다. 국내에 실질적인 자산이 인터넷망 장비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도 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 판결이 넷플릭스 한 곳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디즈니플러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 다른 글로벌 OTT들도 유사한 구조로 한국 시장에 진입해 있다. 한국에서 발생한 구독료 수익이 해외 법인으로 이전되고, 국내 법인은 제한적인 기능만 맡는 방식이다. 이번 판결은 적어도 현행 법 체계 아래에서는 이런 사업 모델을 곧바로 조세 회피로 보기 어렵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문제는 형평성이다. 웨이브, 티빙 등 국내 OTT는 자국 법인을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만큼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사업자 사이에 세금 부담이 크게 벌어진다면, 공정 경쟁을 말하기가 쉽지 않다. 법원이 법리적으로는 넷플릭스 손을 들어줬더라도, 산업 구조의 불균형은 여전히 남는다.
그래서 디지털세 논의가 다시 주목받는다.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서 일정 부분 과세하는 방식은 국경을 넘나드는 디지털 사업의 특성을 반영하려는 시도다. 다만 이 제도는 국제 공조를 전제로 하고, 한국이 독자적으로 밀어붙이기에는 현실적 제약도 적지 않다. 이번 판결은 당장 과세 기준을 바꾸는 계기라기보다, 현행 체계의 한계를 다시 확인시킨 사건에 가깝다.
남은 선택지는 뚜렷하다. 상급심에서 과세 논리를 더 정교하게 다듬거나, 국회가 디지털세 같은 입법으로 과세 원칙을 새로 설계하는 방법이다. 어느 쪽이든 시간은 필요하다. 그 사이 글로벌 OTT의 사업 모델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고, 한국의 과세 체계는 그 속도를 따라갈 과제를 안게 됐다.
지금은 넷플릭스의 승리로 보인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이 말한 것은 현행 구조의 법리였지, 한국 플랫폼 시장의 공정한 경쟁 조건까지는 아니었다. 결국 이번 판결은 디지털 과세 체계를 얼마나 촘촘하게 다시 설계해야 하는지를 다시 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