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타수] 전쟁의 불똥…한국 대기업 자회사 가치 '수직 낙하' 한화만 역주행한 이유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세계 경제가 요동치는 가운데, 한국 대기업들이 보유한 자회사 지분 가치가 일주일 새 수조 원씩 증발했다. 방산 계열사를 대거 보유한 한화만이 홀로 가치가 뛰었을 뿐, 나머지 12개 지주사는 예외 없이 추락했다. 전쟁이 만든 '패자와 1인 승자'의 풍경이다.
숫자가 말해주는 건 냉혹하다. 2월 27일과 3월 6일, 불과 일주일 사이에 SK스퀘어의 자회사 지분 가치는 153.7조원에서 134.2조원으로 무너졌다. 19조5000억원이 연기처럼 사라진 것이다. 삼성물산도 107.1조원에서 95.8조원으로 11조3000억원이 빠졌다. SK는 5조5000억원, LG는 4조6000억원이 증발했다.
주요 그룹사가 2025년 2분기 보유한 자회사 지분율 기준 현재의 주식 가치 평가액의 변화를 분석한 그래프. 미국 이란 전쟁 후 방산 기반인 한화의 지분 가치가 16.7% 늘었고, 코오롱이 소폭 올랐을 뿐 나머지는 모두 하락했다. / 사진 콕스뉴스
원인은 지구 반대편에 있다. 미국과 이란 사이에 불이 붙으며 국제 금융시장은 요동쳤고, 그 충격파는 한국 증시를 강타했다. 자회사 주가가 흔들리자 지주사들이 보유한 지분 가치도 덩달아 추락했다. 지주사는 자회사를 통해 실적을 내는 구조인 만큼, 지분 가치 하락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시장이 그 기업의 미래 가치를 어떻게 보느냐의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전쟁이 나면 방산주가 뛴다." 이 명제가 2025년 봄, 한국 재계 지형도를 그대로 갈라놓았다.
이 아수라장 속에서 홀로 웃은 곳이 있다. 한화다. 한화의 자회사 지분 가치는 29.3조원에서 34.2조원으로 4조9000억원이 뛰었다. 증가율로는 무려 16.7%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오션 등 방산·조선 계열사가 전쟁 특수를 등에 업고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포탄이 날아다니는 쪽과 그 포탄을 만드는 쪽의 운명이 이처럼 갈린다.
역설적인 풍경이다. 전쟁은 대부분의 기업에게는 재앙이지만, 무기를 만드는 기업에게는 기회다. 한화가 방산 포트폴리오를 키워온 전략적 선택이 지금 이 시점에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따라온다. 앞으로 한국 대기업들이 방산 계열사 확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까. 전쟁을 먹고 자라는 산업을 키우는 것이 과연 기업 전략의 정답인가.
물론 단기 지분 가치 변동이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지주사들이 보유한 자회사 포트폴리오의 질이 글로벌 리스크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이번 데이터는 여과 없이 드러냈다. 반도체, IT, 유통, 식품에 집중된 한국 대기업 생태계가 지정학적 충격 앞에서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지 그 단면이다.
경영진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전쟁이 끝나기를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포트폴리오를 다시 짤 것인가. 지금 이 순간, 가장 필요한 건 위기를 읽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을 바꾸는 용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