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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타수] "칩 사려면 미국에 투자하라"…한국도 당당히 맞받아쳐야 할 때

가상으로 만든 반도체 기판과 MLCC 모습 / 사진 제미나이로 생성
가상으로 만든 반도체 기판과 MLCC 모습 / 사진 제미나이로 생성 가상으로 만든 반도체 기판과 MLCC 모습 / 사진 제미나이로 생성

미국 상무부가 AI 반도체 수출 규정을 새로 만들고 있다. 핵심은 간단하다. 대규모 AI 데이터센터용 칩을 사고 싶으면 먼저 미국 땅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이 규정 초안은 현재 미국 정부 부처 간 검토를 거치는 중이다. 엔비디아 GPU를 대량으로 구매하려는 기업이나 국가는 미국 내 AI 인프라 투자를 약속해야 수출 승인을 받는 구조다.

자유무역의 기치를 들고 전 세계를 호령하던 나라가 수출 허가증에 '투자 서약서'를 끼워 넣기 시작했다. 이것을 과연 공정한 무역이라 부를 수 있을까.

한번 뒤집어 생각해보자. 한국이 같은 논리를 들이댄다면 어떻게 될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HBM(고대역폭메모리)과 낸드플래시는 엔비디아 AI 칩의 핵심 부품이다. 엔비디아가 HBM 없이 H100이나 B200 같은 고성능 AI 가속기를 만들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한국도 이렇게 선언할 수 있다. "우리 반도체를 대규모로 구매하려면 한국에 투자하라."

물론 현실에서 한국이 그런 규정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미국의 논리가 정당하다면, 한국의 논리도 똑같이 정당하다. 미국의 논리가 터무니없다면, 한국은 그 터무니없음을 정확히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

반도체 모습 / 사진 뤼튼으로 생성 반도체 모습 / 사진 뤼튼으로 생성

문제는 더 있다. 미국이 이 규정을 통해 얻으려는 것은 명확하다. AI 패권을 지키면서 자국 투자도 끌어들이는 일석이조다. 반도체를 무기 삼아 동맹국과 우방국에까지 경제적 조건을 부과하는 것이다.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의 반도체지원법(칩스법) 보조금을 받는 조건으로 텍사스와 인디애나에 수조 원 규모의 공장 투자를 약속했다. 이제 칩을 사는 것에도 조건을 달겠다는 발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이 규정은 단순한 수출 규제가 아니다. 엔비디아가 한국 기업들에 AI 칩을 팔면서, 그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데이터센터를 지어야 한다면 — 결과적으로 한국의 AI 산업 투자가 미국으로 빨려 들어가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미국은 반도체를 팔고, 투자도 받고, AI 인프라도 자국에 쌓는다. 한국은 비싼 칩을 사고, 미국 땅에 돈을 쏟아붓고, 정작 국내 AI 생태계는 공동화된다.

이것이 공평한 교역인가. 아니다. 일방적인 수탈에 가까운 구조다.

물론 미국의 속내에는 중국 견제라는 안보 논리가 있다. 첨단 AI 칩이 중국 군사력 강화에 쓰일 수 있다는 우려는 분명 현실이다. 하지만 그 우려를 명분 삼아 동맹국까지 옭아매는 규정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국, 일본, 유럽의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를 확장할 때마다 미국 투자 서약서를 써야 한다면, 이는 안보 규제가 아니라 경제 식민지 설계도에 가깝다.

한국 정부와 업계는 이 규정의 윤곽이 드러나는 지금, 명확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규정이 확정되기 전에 외교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하고, 미국과의 반도체 협력에서 한국이 가진 레버리지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HBM 공급망에서 한국이 빠지면 엔비디아도, 미국의 AI 패권도 흔들린다는 사실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할 때다.

세상 모든 나라가 자국 이익을 위해 규칙을 쓴다. 미국도 그렇게 한다. 문제는 그 규칙이 '공정한 원칙'처럼 포장될 때다. 포장을 걷어내고 본질을 보는 것, 그것이 지금 한국에 필요한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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