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6억 규모 암호화폐 털려…분산금융(디파이) 연쇄 충격

암호화폐 탈취 사건이 분산금융(DeFi·디파이)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다. 해커가 탈취한 금액은 약 2억9200만달러(4286억원)로, 올해 들어 최대 규모다.
분산금융은 은행이나 증권사 같은 중개 기관 없이 블록체인 기술로 돈을 빌리고 빌려주며 이자를 받는 금융 서비스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중앙에서 관리하는 주체가 없어 해킹에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다.
◆ 어떻게 털렸나
18일(현지시각) 오후 5시 35분(UTC) 해커가 움직였다.
표적은 켈프 다오(Kelp DAO)의 크로스체인 브리지였다. 크로스체인 브리지는 서로 다른 블록체인 네트워크 사이에서 자산을 이동시키는 연결 통로다. 이 브리지는 레이어제로(LayerZero) 메시징 시스템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해커는 이 시스템에 가짜 명령을 보냈다. 다른 네트워크에서 정상적인 전송 요청이 온 것처럼 속인 것이다. 브리지는 이를 신뢰하고 rsETH 토큰 11만6500개를 해커 지갑으로 풀어줬다.
켈프 다오가 이상 징후를 포착하고 비상 정지 조치를 취한 것은 46분 뒤였다. 이후 해커가 1억달러 상당의 추가 탈취를 두 차례 시도했지만, 이번에는 막혔다. 코인데스크(CoinDesk)와 팩뉴스랩(PANews) 등이 온체인 데이터로 이를 확인했다.
켈프 다오는 사용자의 이더리움(ETH)을 맡아 여러 네트워크에서 운용하고 추가 수익을 내주는 서비스다. 그 대가로 rsETH라는 토큰을 발행한다. 이번에 털린 브리지에는 베이스(Base), 아비트럼(Arbitrum), 리니아(Linea) 등 20개 이상 네트워크에 배포된 rsETH의 준비금이 들어 있었다. 준비금이 사라지면서 rsETH 보유자들은 자신의 토큰이 실제 가치로 교환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에 놓였다.
◆ 피해가 어떻게 번졌나
해커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탈취한 rsETH를 디파이 대출 플랫폼 에이브(Aave)에 담보로 맡기고 이더리움 등을 추가로 빌렸다. 담보 가치는 사실상 사라진 셈이어서, 에이브는 회수하기 어려운 부실 채권을 떠안게 됐다.
에이브는 사건 직후 V3·V4 플랫폼의 rsETH 시장을 동결했다. 스파크렌드(SparkLend)와 플루이드(Fluid)도 뒤따랐다. 에이브의 스타니 쿨레초프(Stani Kulechov) 창업자는 엑스(X) 공식 계정을 통해 “에이브 컨트랙트 자체는 해킹당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시장은 흔들렸다. 코인게코(CoinGecko) 데이터에 따르면 에이브 토큰은 24시간 동안 약 10% 하락했다.
◆ 올해 최대 해킹…구조적 허점도 드러나
이번 피해 규모는 올해 4월 1일 솔라나 기반 플랫폼 드리프트(Drift)가 당한 2억8500만달러 해킹을 넘어섰다. 드리프트 해킹은 북한 연계 세력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코인데스크는 보도했다.
허점은 구조에 있었다. 보안 분석가들은 레이어제로의 메시지 검증을 단 하나의 검증자에만 의존하는 방식(1/1 DVN)을 문제로 지적했다. 검증자 하나만 뚫리면 보안이 무너지는 구조다. 팩뉴스랩에 따르면 2025년 1월 에이브 거버넌스 포럼에서 이미 검증자를 복수로 늘려야 한다는 경고가 나왔지만, 15개월 동안 개선되지 않았다.
◆ 현재 상황
Earlier today we identified suspicious cross-chain activity involving rsETH. We have paused rsETH contracts across mainnet and several L2s while we investigate.
— Kelp (@KelpDAO) April 18, 2026
We are working with @LayerZero_Core, @unichain, our auditors and top security experts on RCA.
We will keep you…
켈프 다오는 엑스 공식 계정을 통해 “rsETH와 관련한 의심스러운 크로스체인 활동을 확인했다”며 “레이어제로, 유니체인(Unichain), 감사법인, 외부 보안 전문가들과 함께 원인 분석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해커는 자금 추적을 어렵게 만드는 믹싱 서비스 토네이도캐시(Tornado Cash)를 통해 사전 준비를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 국내 투자자도 영향권
켈프 다오는 커널다오(KernelDAO)의 산하 제품이다. 커널다오는 2025년 2분기 바이낸스 메가드롭(Binance Megadrop)에서 170만명이 참여해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고, 이후 빗썸(Bithumb)을 포함한 주요 거래소에 상장됐다.
rsETH를 보유하거나 에이브 등 디파이 플랫폼에서 rsETH를 담보로 활용한 국내 투자자라면 이번 사고의 영향권에 있다. 구체적인 국내 피해 규모는 현재까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