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맹점법에는 있고 대리점법에는 없는 것은?

단체교섭권 공백, 이제는 채워야 할 때
가맹점과 대리점을 구분하라고 하면 보통 "같은 거 아니야!"하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로 두 제도는 법적 구조는 다르지만, 시장에서 겪는 현실은 닮아 있다. 가맹점은 가맹본부의 상표와 운영체계를 기반으로 영업하고, 대리점은 공급업자로부터 상품이나 용역을 매입해 재판매하거나 위탁판매, 판매 대리·중개를 하는 구조다.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리점법)도 이를 적용범위로 명시하고 있다.
형태는 달라도 공통점은 분명하다. 둘 다 본부나 공급업자의 정책 변화에 가장 먼저 흔들리고, 계약관계의 비대칭 속에서 쉽게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현장 사업자라는 점이다. 결국 가맹점도, 대리점도 모두 보호받아야 할 시장의 약자다.
법은 같은 수준으로 보호하지 않는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점법)에는 단체 구성권, 단체 협의 요청권, 정당한 사유 없는 교섭 거부 금지, 단체 활동에 대한 보복 금지가 명문으로 규정돼 있다. 반면 대리점법에는 이에 해당하는 규정이 없다. 단체 구성권도, 단체교섭·협의 요청권도, 교섭 거부 제재도, 합의의 법적 효력에 관한 조항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차이는 현장에서 더 크게 드러난다. 대리점은 원하지 않는 재고상품을 인기상품과 묶음으로 강제 공급받거나(법 제6조), 판매목표 미달을 이유로 물량 축소·장려금 삭감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며(법 제8조), 사전 협의 없이 수립된 판촉행사 비용까지 일방적으로 떠안는(법 제7조) 구조에 놓여 있다.
통신 대리점의 경우 전산 차단이나 영업방식 간섭(법 제10조)도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문제를 제기한 뒤에는 거래정지, 물량 축소, 재계약 거절 같은 보복 조치(법 제12조)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을'을 위한 제도는 언제나 늦게 만들어졌다
우리 사회는 '을'을 위한 제도를 늘 늦게 만들어 왔다. 처음부터 권리가 주어진 것이 아니라, 불균형이 반복되고 고통이 쌓인 뒤에야 제도적 장치를 논의한다. 대리점 단체교섭권 역시 새로운 특혜가 아니라, 이제야 비어 있는 제도의 한 칸을 채우자는 요구에 가깝다.
다행히 정부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현행 대리점법이 대리점단체의 구성 및 협의 요청권을 인정하지 않아 가맹점법보다 법적 보호가 부족하다는 점은 입법 논의에서도 공식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5년 12월 17일 중소벤처기업부 업무보고에서 "중소기업과 가맹점, 대리점 등이 집단행동을 할 수 있는 길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현장에서 요구하는 세 가지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논의에서 현장이 강조하는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단체교섭권의 명문화다. 대리점이 거래조건 개선을 위해 단체를 구성하고 공급업자와 교섭할 권리를 법에 명시하고, 정당한 사유 없는 교섭 거부를 금지해야 한다.
둘째, 교섭 거부 및 보복행위에 대한 제재 강화다. 형식적 교섭, 지연행위, 단체 와해 목적의 개별 접촉 등을 금지하고, 위반 시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를 명시해야 한다.
셋째, 협의 결과의 실효성 확보다. 단체교섭을 통해 합의된 사항은 계약의 일부로 보고, 공급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변경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통신 분야에서는 공급업자가 자율규제나 내부 정책을 통해 거래조건을 설정하는 경우 대리점단체와 사전 협의를 거치도록 하는 조항 신설도 논의되고 있다. 단체 협의 없이 시행된 자율규제의 효력을 제한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다.
필요한 것은 특권이 아니라 균형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충분한 의견 수렴을 통해 '을'의 외침에 답하는 일이다. 가맹점법에는 있고 대리점법에는 없는 것은 결국 함께 말할 수 있는 권리, 함께 협의할 수 있는 구조다. 대리점도 더 이상 혼자 참고, 혼자 견디고, 혼자 침묵하게 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특권이 아니라 균형이며, 대결이 아니라 대화다. 가맹점법에는 있고 대리점법에는 없는 것을 이제는 채워 넣어야 한다.
이종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 통신정책연구소장 mhub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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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천 KMDA 통신정책연구소장은 이동통신 산업, 정책과 관련된 전문 지식을 가진 전문가다. 정부의 통신 정책 개선 과정에 참여해 건전한 시장 마련을 위해 노력해 왔으며, 정부와 국회가 주최하는 다양한 토론회의 주요 패널로 참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