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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콕] 한중 해빙 무드 ‘역주행’ 웨이브…한한령 풀리는데 중국 콘텐츠는 '닫아'

WAVVE는 1월 30일 중국 관련 콘텐츠의 서비스를 대거 중단했다.
WAVVE는 1월 30일 중국 관련 콘텐츠의 서비스를 대거 중단했다. '권리사 요청'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실제로는 WAVVE가 콘텐츠 공급 대가와 관련한 조건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후 이를 따르지 않은 결과인 것으로 나타났다. WAVVE는 한한령이 종식되는 가운데 오히려 중국 콘텐츠를 막는 불협화음을 냈다. / 사진 챗GPT로 생성 
WAVVE는 1월 30일 중국 관련 콘텐츠의 서비스를 대거 중단했다. WAVVE는 1월 30일 중국 관련 콘텐츠의 서비스를 대거 중단했다. '권리사 요청'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실제로는 WAVVE가 콘텐츠 공급 대가와 관련한 조건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후 이를 따르지 않은 결과인 것으로 나타났다. WAVVE는 한한령이 종식되는 가운데 오히려 중국 콘텐츠를 막는 불협화음을 냈다. / 사진 챗GPT로 생성 

한국과 중국 간 관계에 온기가 돌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문화·경제 전반에 걸친 협력 확대에 공감대를 형성했고, 그 상징적 조치로 그간 한국 콘텐츠의 중국 유통을 가로막아 왔던 ‘한한령’ 종식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최근 한국 콘텐츠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의 외교·문화 기조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곳이 있다. 지상파 방송 3사가 주축이 돼 설립한 토종 OTT 플랫폼 웨이브(wavve)다. 웨이브는 최근 공지사항을 통해 “공급사 측 사정”을 이유로 다수의 중국 콘텐츠 서비스를 오는 1월 말부로 중단하겠다고 밝혔고 해당 조치가 전면 시행됐다. 중국이 한국 콘텐츠 시장의 빗장을 푸는 상황에서, 정작 한국의 대표 OTT가 중국 콘텐츠를 대거 내리는 모순적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Wavve는 1월 2일 Wavve는 1월 2일 '공지사항'을 통해 '권리사 요청으로 서비스 중지될 예정'인 중화권 콘텐츠 등을 대거 발표했다. 당시 콘텐스 서비스 중단을 '권리사 요청'이라고 지칭했다. / 사진 Wavve 홈페이지 갈무리

중국 콘텐츠가 내려간 이유는 웨이브의 표면적인 설명과 다른 부분이 있다. 웨이브는 ‘권리사 요청’에 따라 서비스가 중단된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웨이브의 갑질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브는 콘텐츠 권리사에 기존 콘텐츠 대가를 확 낮은 조건을 담은 불공정 계약서를 제시했고, 권리사가 이를 수용하지 않자 콘텐츠 서비스를 중단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비즈니스 관계는 서로의 입장을 제시한 후 협의해 나가는 '협상'이 중요한데, 웨이브 측은 콘텐츠 제공 업체가 한번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퇴출이라는 극단적 결론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웨이브의 결정은 티빙의 개인화 정산 정책 도입을 뒤따랐다는 인상을 준다. 합병을 압둔 티빙과 웨이브는 전산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를 공유 중이며,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같은 인물이다. 콘텐츠 수급과 관련한 정책이 달랐던 티빙과 웨이브의 정책이 동일한 형태로 변화하는 것도 합병에 따른 결과물로 해석할 수 있다.

개인화정산은 플랫폼이 콘텐츠 제작사·유통사에 지급하는 수익을 이용자 개개인의 실제 시청 행태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방식을 뜻한다. OTT 사업자들은 개인화 정산이 ‘이용자 가치 기반 분배’라는 점을 들어 합리적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콘텐츠 업계는 플랫폼이 보유한 시청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가운데 가치가 결정되고, 이는 정산 기준 자체를 흔든다고 본다. 눈에 잘 뛰는 곳에 플랫폼이 원하는 콘텐츠를 배치하면, 노출이 어려운 콘텐츠의 노출 빈도는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티빙이 개인화 정산 정책을 처음 도입한 후 양측 간 입장이 극명하게 대립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티빙과 웨이브의 행보와 대조적으로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등 외산 OTT 기업은 토종 업체들보다 비교적 정당한(?) 콘텐츠 대가를 지불한다. 안정적인 공급 관계를 유지하며 플랫폼과 CP 간 상생에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문제는 OTT 기업이 시장지배력을 악용해 '갑질' 등에 나설 경우 이를 제어할 정책적 수단이 사실상 부재하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 OTT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는 ‘규제’ 권한 없이 ‘진흥’ 정책만을 펼친다. 토종 OTT의 불공정 거래 논란에 대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기관은 사실상 공정거래위원회가 유일하다. 규모가 작은 CP가 거대 사업자와 싸우기에 어려움이 큰 것은 정부의 구조적 한계도 한 몫 한다.

CP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진 OTT 플랫폼이 결정하면 CP나 PP가 협상도 하지 못하고 무조건 따라야만 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며, 정부 역시 이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과기정통부와 방미통위는 예산까지 투입해 토종 OTT를 진흥하지만,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제적 분위기 상 때도 좋지 않다. 최근 한중 관계가 완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문화 교류 역시 확대되고 있다. 골칫거리였던 한한령(한류금지령)도 사라지고 있다. 이런 시점에 특히 중국 콘텐츠를 대거 제한하는 웨이브의 결정은 한중령(중국금지령)을 유발하는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 잘못하면 이재명 정부의 외교·문화 기조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보로 해석될 수 있다.

웨이브는 티빙과의 결합을 통해 국내 대표 OTT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겠지만, 콘텐츠 생태계 전반에서는 ‘큰형’ 다운 책임감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일방적 콘텐츠 공급 대가 인하와 서비스 중단은 결국 토종 OTT 스스로의 자체 기반을 허무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플랫폼의 생존은 콘텐츠 없이는 불가능하다. 한중 해빙 무드 속에서 웨이브의 이번 선택이 ‘역주행’이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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