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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엘리의 도시는 말한다]㊷베이징–정치와 자본이 공존하는 도시

베이징의 스카이라인 / 사진 픽사베이

현대의 도시는 단순한 생활공간이 아닌 경제 전략의 최전선이다. 세계 각국은 도시 브랜드를 기반으로 투자 유치, 글로벌 인재 확보, 스타트업 생태계 형성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름’은 곧 ‘전략’이며, 도시 간 경쟁력의 상징적 신호로 기능한다. 본 연재는 글로벌 도시의 지명 유래를 통해 경제, 역사, 문화, 외교의 맥락을 통합적으로 조명하고, 독자에게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장엘리 동명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 장엘리 동명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

이름부터 권력인 도시

도시의 이름은 정체성을 숨기지 않는다. 

베이징(北京) - 북쪽의 수도. 이보다 노골적인 도시명이 있을까 싶다.

베이징은 처음부터 ‘중심’임을 선언하며 태어났다. 1403년, 명나라 영락제가 난징에서 수도를 옮기며 붙인 이름이다. 그리고 1420년, 베이징은 공식 국도가 되었다. 

중국 베이징의 랜드마크 '자금성' / 사진 픽사베이

하지만 베이징은 하루아침에 수도가 된 도시가 아니다. 춘추전국 시대에는 연나라의 수도 계(薊)였고, 연경(燕京)이라 불렸다. 요나라 때는 남경, 금나라 때는 중도, 원나라 때는 대도라 불렸으니 말이다. 왕조가 바뀔 때마다 이름이 바뀌었다는 사실은 베이징이 늘 권력의 중심을 따라 재정의되어 왔다는 증거다. 

영락제의 선택은 낭만이 아니라 계산이었다. 그는 쿠데타로 즉위한 황제였다. 정치적 정통성이 약했던 그는 자신의 기반이었던 북평(지금의 베이징)으로 수도를 옮겨 권력을 공고히 했다. 만리장성과 가까운 군사적 요충지, 원나라 대도의 행정 유산, 농경과 유목이 공존하는 안정적인 경제 기반을 바탕으로 베이징은 ‘지리’가 아니라 정치적 판단의 결과물이었다.

20세기에 들어 베이징은 다시 이름을 잃는다. 1928년, 국민당 정부는 수도성을 지우기 위해 베이징을 베이핑(北平)이라 불렀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과 함께 베이징으로 이름이 되돌아왔다. 

이 도시는 늘 그래왔다. 이름을 잃어도 중심은 포기하지 않았다.

정치의 수도에서 자본이 움직이는 도시로

베이징은 흔히 정치의 도시로만 인식된다. 실제로 이곳에는 중앙정부와 공산당, 국유기업 본사가 밀집해 있다. 안보와 행정이 도시의 최우선 가치다. 왕도 의식, 정치적 자부심, 통제의 논리. 베이징은 중국의 ‘머리’에 해당하는 도시다.

그런데 베이징에는 또 다른 얼굴이 있다. 바로 자본이 움직이는 얼굴이다. 베이징의 1인당 GDP는 2만8000달러 수준인데, 정치 중심 도시라는 이미지를 고려하면 이 수치는 의외로 높다. 시청구와 중관촌을 중심으로 금융, IT, 본사 경제가 촘촘히 얽혀 있다.

베이징의 스카이라인 / 사진 픽사베이

상하이가 시장의 도시라면, 베이징은 권력과 자본이 같은 공간에 놓인 도시다. 중관촌은 그 상징이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이 지역에는 바이두, 바이트댄스, 짓푸AI 같은 기술 기업들이 본사를 두고 있다. 

검색엔진과 AI 모델을 개발하는 바이두,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 틱톡을 만든 바이트댄스. 이 기업들은 단순한 테크 기업이 아니라, 중국의 기술 주권과 글로벌 영향력을 동시에 떠받치는 존재다. 흥미로운 점은, 이 모든 것이 정치 중심 도시 안에서 작동한다는 사실이다.

스타벅스와 맥도날드는 천안문과 왕푸징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는 국유은행을 통해 월스트리트와 연결된다. 베이징은 자본을 풀어놓은 도시가 아니다. 정치가 자본의 동선을 설계한 도시다.

통제 속에서 완성되는 도시 브랜드

베이징의 도시 브랜딩은 자유분방하지 않다. 오히려 정반대다. 메시지를 흩뿌리지 않는다. 정치, 기술, 금융, 문화는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지만 방향은 하나다.

‘중국의 중심은 여기다’

최근의 ‘9·5 규획’은 이를 잘 보여준다. 중심부는 정치·문화 기능에 집중시키고, 외곽으로 경제와 산업 기능을 확장한다. 기능을 나누되, 도시의 정체성은 분산시키지 않는다. 이것이 베이징식 통합 전략이다.

베이징에는 Silo가 있지만, 충돌하지 않는다. 부서와 영역은 나뉘어 있으나, 세계관은 공유되기에 베이징은 느리지만 단단하다. 폐쇄적으로 보이지만 방향이 분명하다. 정치와 자본이 공존할 수 있는 이유는,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잠식하지 않기 때문이며, 위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베이징 도심으로 향하는 도로 / 사진 픽사베이

베이징은 2025년 GDP 5조위안을 넘어 중국 2위 경제 도시로 자리 잡았다. 서비스업 비중은 85%를 넘고, AI 모델 등록 수는 중국 1위다. 겉으로 보면 기술 도시처럼 보이지만, 그 밑바탕에는 언제나 같은 전제가 깔려 있다.

도시는 국가의 의지 위에서 움직인다.

도시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어떤 도시는 시장을 선택하고, 어떤 도시는 권력을 선택한다. 베이징은 그 둘을 분리하지 않았다. 정치와 자본을 같은 무대 위에 올려놓고, 역할을 분담시켰다. 그래서 이 도시는 혼란스럽지 않다. 차갑지만 명확하다.

베이징은 오늘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중심이 되고 싶다면, 먼저 중심처럼 설계하라고. 그리고 그 설계는, 우연이 아니라 선택의 결과라고.

장엘리 동명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 labmoneta618@gmail.com 

※ 외부 기고는 콕스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장엘리 교수는 동명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이자, 국립외교원/외교부  외래교수,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전략 컨설팅사 랩 모네타(Lab MoNETA) 대표 컨설턴트다. 방송 및 언론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가진 그는 삼표그룹 홍보팀장을 역임했고, 한국경제TV, 내외경제TV, 아리랑TV 등에서 앵커 및 콘텐츠 기획자로 활약했다.

현재는 도시 기반의 경제 커뮤니케이션 전략, 스타트업 국제 진출 컨설팅, 글로벌 IR 피칭 등을 지원하며,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을 연결하는 실전형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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